‘EU의 아웃사이더’ 영국의 선택은?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10.09 10: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입장 바꿔 ‘유로존’ 가입에 적극 나설지 주목

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대표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 UPI 연합
‘유로존에 서광이 비친다’라고 한다면 현재로서는 섣부른 판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거의 3년간 지속되어온 불안정한 유로 위기 상황 속에서 최근 긍정적인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 통합의 진척에 대해 회의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유로존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견해가 고개를 들면서 영국을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먼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이언 트레이노 편집장이 쓴 유럽 통합과 관련해 영국의 주변인적인 입장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9월19일자 기고문이 주목된다. 그는 “영국은 유로존 금융 부문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독일 외무부는 다른 10개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경제 정책 수립, 외교·국방  분야의 연방적인 정책까지 확대하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여기 11개국에 영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영국의 고립은 더욱 고착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9월 초 유럽연합 집행이사회는 독일이 제안한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금융 부문의 경찰 역할을 맡게 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EU법안이 포함된 블루프린트를 승인했다. 영국은 이 법안에도 관계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언 트레이노 편집장은 유로존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주권을 EU에 이양하며 더 밀착된 정치 공동체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이 아웃사이더가 되고 있다는 점에 걱정을 나타내고 있다.

폴란드 외무장관, 영국의 유로 회의론 공격

한편, <이코노미스트> 9월23일자는 폴란드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이 옥스포드 연설에서 영국의 유로 회의주의(Euroscepticism)를 성토한 기사를 다루었다. 내정 간섭 같은 이 연설 이후, 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프랑스·이탈리아·독일·룩셈부르크·네덜란드·포르투갈·스페인의 외무장관들이 유로 위기에 대처해서 더욱 단결된 유럽 통합을 영국에 요구하는 공동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영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EU에서 위상을 확보해 독일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폴란드의 역사적·지정학적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의 득세에 따라 역사적인 고초를 겪었던 폴란드는 서유럽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덜 민주적인 동구 사이에 완충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영국 수출의 절반이 EU를 상대로 한 것이고 EU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지불하는 영국의 비용은 연간 국민 1인당 15파운드에 불과하지만 단일시장으로부터 얻는 이득은 1천5백~3천5백 파운드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EU 집행이사회 3만3천명의 직원은 일반 국가 정부 직원 수에 비하면 적고, EU 규정은 회원국이 제안하고 동의하는 것이지, 브뤼셀의 고위 공무원이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의 유로 회의론자들이 앞세우는 두 가지 점을 공격했다. 먼저 자유무역지역은 정회원을 단순히 대신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에 대한 대가로, 노르웨이와 스위스는 EU 융합 펀드(cohesion fund)에 기금을 내고 있다. EU에 대한 노르웨이의 기여 금액은 국민 1인당으로 계산했을 때 영국보다 많다. 그러나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EU 법안에 대해서 어떤 발언권도 지니지 못한다. 5억 인구를 시장으로 한 EU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유럽의 GDP(국내총생산)는 중국의 2.5배이고 인도의 9배 규모인데, 영국은 이 거대 시장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 채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시코르스키 장관은 EU 밖에서 국제적인 위상을 되찾으려는 유로 회의론자들을 이렇게 공격했다. “EU 밖에서 영국은 몇몇 측면에서 운신하는 데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은 EU 밖에서는 덜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 포럼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다. 국제 무역 협상에서 EU라는 하나의 블록에 속해서 영국이 미국과 중국과 협상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1년 영국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EU를 통해서만 발휘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유로존은 유로 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시코르스키 장관은 영국은 잘못된 의식을 가지고 살아왔으나, 이제 영국의 국익은 유럽에 있으며, 새로운 의식으로 유럽 통합의 조류에 적극 합류해야 할 적기가 왔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월30일 헤르만 판 롬파위 EU 상임의장이 독일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P 연합
영국 의회, 대EU 관계 공청회에서 논의

새로운 급물살을 타는 듯한 유럽 통합의 새로운 환경에서,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의 발언과 가디언 같은 영국 언론의 논의 이후, 10월2일 영국 의회에서 ‘영국의 대EU 관계에 대한 개혁(Reform of the UK’s Relationship with EU)’이라는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에서 보수당의 줄리안 루이스 의원 같은 이는 재정 연합과 정치 연합에 반대한다는 전통적인 보수당의 반 EU 정서를 드러냈다.

반면, 보수당의 빌 캐쉬 의원은 EU 정책을 영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영국이 EU를 탈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피터 릴리 의원은 EU에 대한 영국의 입장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EU 잔류냐, 탈퇴냐’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새도우 외무장관직을 맡고 있는 노동당의 엠마 레이놀즈 의원은 영국이 EU 회원국인 덕분에 외국 직접 투자(FDI)가 활발한 것이라고 언급한 뒤, 영국의 EU 무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영국이 EU를 떠나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가 유로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투-스피드 유럽(two-speed Europe)’ 틀은 기존의 유로존 회원국과 비(非)유로존 회원국으로 나뉘어지기보다는 채권국과 채무국으로, 그리고 동시에 공동 외교 국방 정책을 채택하는 회원국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군으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로 위기가 호전된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서 EU에 잔류하는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유로를 채택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유럽 방산의 쌍두마차인 영국의 BAE Systems과 유럽 콘소시엄의 EADS 간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영국은 공동 외교 국방 정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유럽 통합의 만년 주변인’이라는 영국의 이미지는 희석되는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 네티즌 후리는 ‘수상한 검색어’ 마술      

■ ‘530GP 사건’ 김일병, 범행 진실 묻자 ‘울기만…’

■ 미국에서 바라본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마력

■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경호 활동 백태, "바짝 붙어 있거나 없는 듯 움직이거나"

■ 한국인보다 더 국악 사랑하는 외국인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