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방, ‘개혁 전선’에 이상 없나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2.10.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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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계획 등으로 전력 증강 박차…차기 전투기 사업 등은 ‘흔들’

지난 7월28일 ‘12 림팩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우리 해군을 포함해 태평양 연안 22개국이 참가했다. ⓒ 연합뉴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기류가 심상치 않다. 독도 문제가 부각되어 일본이 각을 세우더니, 긴장의 축은 이제 센카쿠 열도로 이동했다. NLL(북방한계선) 인근의 북한 동향도 심상치 않다. 최근 월경한 북한 어선에 대해 우리 해군이 대응하자 북한은 해안 포문을 여는 등 과격하게 반응했다. 김정은은 지난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아군 반격으로 피해를 입었던 무도의 북한군 방어부대를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홍역을 치른 군은 지난 3년간 대북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노력이 2011년 발표된 ‘국방 개혁 307’이었다. 그러나 우리 군의 상부 지휘 구조 개편에 방점을 찍었던 국방개혁법안은 2012년 4월20일 제18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됨으로써 자동 폐기 되었다. 공이 19대 국회로 넘어오자 국방부는 지난 8월29일 국방 개혁 12-30을 발표하며 개혁에 재도전하고 있다. 현 정권의 안보 부재라는 오명을 벗으려는 노력의 단면이다.

목표 연도, 2030년으로 늦춰져

새로운 국방 개혁안에서는 국방 개혁 목표 연도가 2030년으로 늦춰졌다. 과거 2020년에서 10년을 늦춤으로써 감축되는 만큼 전력을 증강시킬 시간을 번 셈이다. 또한, 북한의 비대칭 전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작계(작전 계획)를 만들고 장비를 도입하며 부대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주한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넘겨받을 것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지휘부를 재편하려고 한다. 각 군 총장에게 지휘권을 부여하면서 각 군 총장들을 합참의 지휘권 내로 끌어안음으로써 그동안 주변 조직처럼 되어버린 합참에 야전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전투형 부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미 지난해부터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육군에서는 야전의 최선봉에 서 있는 보병대대의 전투력을 날카롭게 세우겠다는 ‘창끝부대’ 전력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육군은 현행 50만여 명의 수준에서 2030년까지 14개 사단과 5개 여단을 해체해 38만7천여 명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해군, 해병대, 공군은 현행 병력 수준이 유지된다.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도 날카로워졌다. 포격으로 기습을 당했던 연평도 일대에는 공격 헬기, 다연장 로켓포, 신형 유도미사일 등이 배치되었다.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장사정포 등 수백여 개에 이르는 북한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서 지대지 탄도미사일도 대폭 증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거리 3백km의 현무2A와 사거리 5백km의 현무2B가 유사시에 날아가 적의 시설을 초토화시킬 예정이다. 군은 심지어는 선제타격까지도 연습하고 있다. 지난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에서 북한 전방 부대에 대한 공격을 도상 연습하면서 선제적 자위권 개념을 작전에 적용했다. 과거 북한 장사정포 공격 등으로 수도권이 선제공격을 당한 후에야 반격에 임하는 방어적 작전 개념에서 변화한 것이다.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 ‘철매2’ 중거리 대공미사일(M-SAM)이 개발되었으며, ‘철매3’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철매3’의 경우 60km 이상의 상공을 비행하는 북한 탄도탄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두 배 이상 길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철매3’의 개발에는 약 9천7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12-30 계획을 뒷받침하는 예산안도 발표되었다. 지난 9월12일 발표된 2013~2017 국방 중기 계획에 따르면, 국방부는 향후 5년간 1백99조6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사전에 감지하고 제압하기 위한 시스템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도입된다. 한편 눈앞으로 다가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서둘러 연합 C4I와 합동 각 군 C4I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전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네트워크 중심전을 수행하려면 한국형 합동 전술 데이터링크(KJTDLS)을 구축하는 것도 선결 과제이다.

천안함 폭침 사례에서 보듯이 잠수함은 선진 해군에게도 공포스런 존재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을 보유한 해군에게는 그러하다. 일본 해군의 총 군함 톤수는 45만1천t, 중국은 1백35만2천t이다. 이지스함 등 최첨단 함정을 도입했다고는 하나 총 군함 톤수가 19만2천t에 불과한 우리 해군으로서는 현저히 열세에 있다. 첨단 수상함을 늘려나가면서도 잠수함 전력에 날을 세워 비대칭 전력으로 주변 해군력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잠대지 순항미사일로 적의 주요 전략 거점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대형 잠수함을 보유하면 북한에 대한 억제 전력으로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바로 그런 면에서 ‘장보고-III’ 3천t급 잠수함의 도입 계획이나 잠수함 사령부 창설 계획은 좋은 사례이다.

한국의 차기 전투기 3차 사업에 거론되고 있는 유로파이터(왼쪽). ⓒ 연합뉴스위는 한국 공군도 실전 배치하고 있는 F-16 기종. ⓒ Xinhua
육군 공격 헬기·해군 호위함 등도 삐걱

한편 걱정스러운 사례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 차기 국산전투기(KFX) 개발 사업,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 등이다. F-4·F-5 등 구형 기종의 도태 및 최첨단 전력을 보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던 F-X 3차 사업은 현 정권에서는 판단이 미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후보 기종들을 놓고 공정 경쟁 논란, 가격 논란 등이 벌어지고 있어 현 정권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를 여당에서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후보 기종 모두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가 가능한 시점까지 연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이다. 독도나 이어도가 주변국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 공군기들이 충분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공중급유기 사업은 필수적이다. 특히 공중급유기 사업은 2002년부터 사업 착수가 예정된 이후 무려 10년 동안이나 연기가 거듭되면서 공군력의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우리 항공 전력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은 또 새로운 스텔스기 J-31을 선보였다. F-35를 빼닮은 외양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J-31은 그 외관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이러한 기체가 성공적으로 양산·배치될 경우 동북아의 힘의 추는 중국으로 더욱 기울어질 것이다. 또한 북한과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로 볼 때, J-31을 북한이 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일본의 항공기술을 테스트할 스텔스 기술 시범기 ‘신신’은 내년에는 초도 비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육군도 노후한 피복과 개인 군장, 방탄 조끼를 교체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21세기 육군 화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격 헬기는 여전히 30여 년이 넘은 구형 코브라 헬리콥터에 의존하고 있다. 신형 공격 헬기를 도입하려는 AH-X 사업은 이미 1998년부터 입찰이 시작되었지만, 사업 연기와 잠정 취소를 거듭하면서 15년이나 표류를 거듭해왔다.

해군도 상황이 밝지 않다. 해군은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을 상당수 운용하고 있다. 울산·포항급의 한계가 천안함을 통해 나타났지만, 이를 대체할 인천급 차기 호위함(FFX)은 1번함이 지난해에 진수한 후에 아직 취역하지 못했다. 또한 FFX가 본격적으로 취역하기 시작하더라도 현재 계획된 예산으로는 충분한 대수를 확보할 수 없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인 수상 구조함은 미군의 퇴역함 두 척을 물려받아 사용해오다가 9월4일이 되어서야 최초의 국산 수상 구조함 통영함을 진수시켰다. 최소한 세 척을 보유해야 원활한 작전이 가능한 군함의 특성에 비추어보면 초도함 한 척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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