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진출 국제 가수’ 싸이의 미국 데뷔작은?
  • 김봉현│대중음악평론가 ()
  • 승인 2012.10.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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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진출한 싸이의 성공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이미 한국의 음악가로서 누구도 쓰지 못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싸이의 성공은 음악 자체보다는 시각적인 요소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음악이 전부가 아니었다거나, 음악이 결정적인 작용 요소가 아니었다는 말이, 싸이의 성공 가운데 음악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음악 자체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강남스타일>은 스스로를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이너로 여기며 대중의 기호와 구미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상업 가수의 정체성을 견지하는 싸이가 내놓을 수 있는 좋은 결과물 중 하나였다. 개사하지 않은 한국어 버전 원곡이 언어의 장벽이 존재함에도 미국에서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만큼 대중에게 어필한 노래 자체의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은 벌써 미국 시장에 내놓을 후속곡으로 쏠리고 있다. 싸이는 10월4일 서울광장 공연에서 11월 중에 발표할 후속곡을 작업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싸이의 다음 싱글은 어떤 노래가 되어야 할까. 일단 “디스코와 클럽 문화의 본진으로서 늘 다양한 문화권의 새로운 춤과 동작에 관심을 보여온 미국 대중문화의 축을 이루는 두 핵심 코드인 ‘코미디’와 ‘춤’을 싸이가 정확히 파고들었다”라는 분석에 따른다면 역시 기존의 히트곡에 눈길이 간다. <새> <챔피언> <연예인> 같은 싸이의 전형적인 히트곡 말이다. 특히 바나나라마의 <Venus>를 샘플링한 <새>와 영화 <비버리 힐스 캅>의 주제가인 <Axel F>를 차용한 <챔피언>은 노래 자체로 미국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싸이가 직접 트위터에서 거론한 곡이자 이미 유튜브에서 해외 팬들의 반응을 얻고 있는 2010년 싱글 <라잇 나우(Right Now)>는 그중에서도 후속곡으로 가장 유력한 곡이 아닐까 싶다. <Right Now>는 <강남스타일>보다 한층 더 무거운 비트 위에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으로서 <강남스타일>의 코믹적인 요소로 응집시킨 세간의 이목을 또 다른 면모를 통해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이 곡은 블랙뮤직 팬이라면 힙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명프로듀서 팀버랜드(Timbaland)의 2007년 히트 싱글 <The Way I Are>를 단번에 떠올릴 만한 노래이기도 하다.

후속곡과 관련해 싸이의 미국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프로모터 스쿠터 브라운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이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에미넴과 루다크리스 등이 참여한 투어의 애프터파티를 담당했다거나, 크리스 크로스를 발굴하고 머라이어 캐리를 프로듀스한 알앤비의 명인 저메인 듀프리의 레이블 ‘소소데프’에서 일했다는 사실 그리고 ‘제2의 에미넴’을 표방하며 등장했던 백인 래퍼 애셔 로스가 그의 담당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즉, 보기에 따라 블랙뮤직에 친화적이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의 이러한 면모가 싸이의 후속곡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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