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수수께끼’ 다섯 가지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10.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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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10년 만에 또 한 번 축제의 장이 열렸다. 2012년 10월4일 밤 10시. 2002년의 여름처럼 덕수궁 대한문까지 사람들이 흘러넘쳤다. 싸이는 그해 여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방송 출연이 묶여 있었다. 그는 월드컵 응원객의 한 명으로 서울광장을 누볐고, 재기의 실마리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난 10월4일 밤, 싸이는 서울광장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역대 최대의 쇼였다.

10월4일 밤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가수 싸이가 빌보드 차트 2위 기념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한국에서 단 한 명의 가수를 위한 쇼가 이렇게 크고 흥겹게 열렸던 적이 있었을까. 싸이가 “대한민국, 미칠 듯이 뛸 준비됐습니까? 지금부터 뛰어!”라며 쇼의 시작을 알리자 8만 관중이 구름처럼 움직이는 장관을 연출했다. 신나는 축제의 시작!

한국에서 만든 차가 미국에서 넘쳐나고,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국적인 정서로 만들어낸 우리말 노래가 세계 곳곳에서, 심지어 우리 시대 세계 표준 문화인 영미 문화권에서 차트 1, 2위에 올랐다는 것은 한국 사람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공산품 점유율 세계 1위와 올림픽 금메달과는 궤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K팝을 넘어서서 한국 문화(K콘텐츠) 자체가 이제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싸이의 서울광장 쇼는 K콘텐츠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이다. 그것이 관이나 사업가나 학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대중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날 서울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충분히 축제를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는 지난 8월부터 싸이 섹션을 따로 만들 정도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고, 기사마다 달린 댓글에도 안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싸이의 행보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싸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싸이와 관련한 핫이슈 다섯 가지를 심층 취재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얼마 벌 수 있을까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얼마나 벌었을까. 족히 100억원대는 되었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뮤지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자체로 벌어들인 돈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실에서는 <강남스타일>로 싸이가 얻을 수 있는 ‘국내 온라인 음원 판매에 대한 저작권료 수입은 3천6백만원이다’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는 7월 넷째 주부터 9월 넷째 주까지 9주간 국내 온라인 매출 통계 분석 결과이다. 9주간 <강남스타일>에는 다운로드 2백86만여 건, 스트리밍 2천7백33만여 건이 일어났다. 다운로드에서 저작권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의 평균 단가는 10.7원, 스트리밍은 0.2원이다. 유통사의 마진이 해외보다 많고 1백50곡 묶음 판매 등 이동통신사가 자사의 고객 유치용 판촉 수단으로 온라인 음악 판매를 끼워팔기 때문에 벌어지는 기현상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오프라인 CD 판매 수익과 소속사인 YG와의 관계가 있지만, 실질적인 제작자로서 저작권료 수입을 70% 이상 가져가는 점까지 계산해서 음악 판매 수익이 1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필수 선임연구원은 7월15일부터 9월27일까지 미국 음원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아이튠즈의 실적을 바탕으로 67억원의 수익을 거두었고, 국내 음악 판매 수익 17억원을 더하면 싸이가 84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수익원은 유튜브 광고 수익이다. 유튜브는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동영상 저작권자와 광고 수익을 나눠 갖고 있다. 문제는 싸이와 유튜브 간에 어떤 조건의 계약이 있는지 비밀에 붙였다는 것이다. 계약은 100클릭당 0.5달러일 수 있고, 1천 클릭당 0.5달러일 수도 있다. 김연구원은 3억5천만뷰를 기준으로 전자라면 20억여 원, 후자라면 2억여 원의 광고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싸이의 또 다른 수익원은 광고 모델료이다. 이동통신사·냉장고·음료 등의 광고는 이미 찍었고, 요즘도 광고를 촬영하고 있다. <강남스타일> 이후 그의 몸값은 4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10여 개의 광고 출연이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의 수익은 40억원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공연 수익료도 있다. 지난여름 열린 ‘더흠뻑쇼’에는 3만여 관중이 몰렸고, 매출액은 30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 쇼가 두 번이나 MBC에 방송된 점을 고려하면 쇼 제작자 입장에서 저작권 수익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필수 연구원은 음원과 방송, 공연, 광고까지 전체 수익 규모를 최소한 3백억원대로 추산했다.

문제는 이 수익 추정치에서 국내 음원 판매 금액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대다수 음악인에게는 큰 좌절 요인이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싸이의 성공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음원 수익 구조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고 또 실질적으로 잘못된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예기치 못한 한 개인의 성공과 그에 따른 국가주의 프레임을 통해야만 겨우 관심을 모을 수 있는 현실이 비극적이지만, 이번 기회에 국내 음원 시장의 부조리에 대해 더 많은 공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싸이 소유의 부동산. 왼쪽은 청담동 소재 빌라, 가운데는 한남동 소재 빌딩. 오른쪽은 한남동 소재 빌라. ⓒ 시사저널 임준선
■ 싸이는 부동산 홀릭?

부동산을 놓고 보면 싸이는 ‘강남 오렌지’의 표본이다. 서울 강남, 그중에서도 요지인 청담동 땅을 사랑하고 청담동에만 주소지를 두었다. 

싸이의 주소지는 현재 거주지로 알려진 한남동이 아니라 강남구 청담동이다. 청담동 xx번지 ㅇ빌딩 7층이 그의 주소지이다. 이 아파트의 소유자는 그의 부친인 박원호 디아이 회장이다. 7층과 8층을 합쳐 연면적 75평쯤 된다. 싸이 소유의 첫 청담동 부동산은 지난 2002년 어머니인 김영희씨와 함께 공동 명의로 사들인 청담동 96번지에 있는 51평쯤 되는 땅이다. 주변의 평당 시세는 4천만~5천만원 선이다.

싸이가 거주 목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첫 집은 그가 결혼하던 해인 지난 2006년 4월에 매입한 청담동 1xx번지의 고급 빌라이다. 이 집은 44평 정도 된다. 싸이는 2008년 8월에 한강을 넘어왔다. 동호대교 부근의 유엔빌리지에 고급 주택으로 소문난 ㄷ빌라를 매입했다. 이 집은 여섯 평 규모의 별채까지 더해서 약 79평에 달한다. 고급 빌라 전문 중계업소에 따르면 이 주택의 시가는 30억원 선이지만, 매물이 없어서 시세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세대에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일곱 세대만 거주하고 단층과 복층, 3층형으로 꾸며져 있다. 싸이는 단층형에 거주하고 있다.

이어 싸이는 올해 2월 한남동 삼성타운 복판에 78억5천만원을 들여 빌딩 한 채를 사들였다. 이 건물은 대지가 100평, 연면적 2백93평이다. 현재 주변 시세가 평당 9천만원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100억원대 자산으로 평가해도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두 채의 고급 빌라와 주차장으로 쓰이는 청담동 땅, 한남동 빌딩을 더하면 싸이는 부동산 자산만 1백50억원 이상인 부자이다. 가수라는 직업만 갖고 활동했던 싸이가 이 부동산을 모두 자신의 힘으로 얻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간중간 두 번이나 군대에 갔었기에 더욱 그렇다.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쌓아온 부를 물려받은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싸이-YG-DI의 삼각관계

싸이가 강제 해외 진출을 당한 뒤 덩달아 뛴 것이 YG의 주가이다. YG의 최대 주주인 양현석 대표는 주식 평가액에서 이수만 SM기획 사장을 추월할 정도였다. 하지만 YG와 싸이가 어떤 계약 관계를 맺었는지, YG가 싸이로부터 어떤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싸이가 국제 가수로 뛰어오르면서 각광받는 또 다른 종목은 그의 부친이 오너인 코스닥 상장사 DI이다. DI는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는 바람에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지난 10월4일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4일 DI와 YG 쪽에서 동시에 싸이와 관련된 뉴스가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경제 매체에서 ‘DI가 지난 2008년 정관을 개정하면서 연예 관련 사업을 추가했고, YG와는 언제라도 위약금 없이 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라는 보도를 했다.

그러자 다음 날 또 다른 인터넷 경제 매체에서 ‘복수의 연예계 관계자’를 출처로 명시하고 ‘싸이는 YG와 지난 2010년 10월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 배분율을 7(싸이) 대 3(YG)으로 정했다. 계약이 만료되어도 싸이는 YG 산하 자회사 대표 프로듀서로 남거나 전속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다. 전자가 사실이라면 DI의 주가에 호재이고, 후자가 사실이라면 YG의 주가에 호재이다. DI의 주가는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7월15일 1천5백60원에서 지난 10월2일 5천1백30원까지 무려 2백56%나 올랐다.

일각에서는 DI의 주가가 1만원대 위로 ‘날아갈 것’이라고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최근 YG의 주가는 10만8천원에 고점을 찍은 뒤 DI 바람이 불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말 한마디에 따라 수천억 원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단 DI가 2008년 3월 정관에 연예 사업을 집어넣은 것은 확실하다. DI는 그해 3월 정관에 10가지의 새로운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다섯 가지는 음식 관련 사업이고, 다른 다섯 가지는 연예 관련 사업이다. DI 오너인 박원호 회장에게는 두 명의 자식이 있다. 큰딸 박재은씨는 요리학교를 나와 강의도 하고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재은씨의 동생 재상씨가 바로 싸이이다. 결과적으로 두 자녀를 위해 사업 목적을 나란히 추가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그리고 이 해에 DI 계열사로 편입된 한산컨설팅은 삼성동에 헤렌하우스라는 고급 빌라를 짓는 건설회사이다. 한산컨설팅은 DI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정관에 인테리어와 시설 관리업, 자산 운용에 관한 자문 및 관리업을 추가했다.

DI측에서는 “친인척과 관련한 사업이 없다”라고 밝혔지만 <시사저널>에서 확인한 결과 싸이의 모친인 김영희씨가 운영하는 신사동의 퓨전한식집 ‘모던밥상’과 ‘네꼬맘마’는 DI 소유의 부동산에서 운영하고 있다.

DI쪽에서는 “그런 것(싸이와의 연관성)을 묻는 투자자 전화를 요즘 자주 받는다. 난감하다. 그분의 계약 관계를 우리가 알 수 없다. 연예 사업이나 음식점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한 것은 미래 사업을 고민하는 차원이다. 회사는 늘 미래를 고민한다”라고 밝혔다. DI의 주 종목은 반도체 장비 제조·수리·판매 및 임대업이다.

계약 관계를 놓고 보면 현재 싸이의 국내 활동과 음원 발매는 YG와 계약된 상태이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음반 배급은 유니버설 그룹, 프로모션은 스쿠터 브라운과 계약된 상태이다. 국제 가수로 활동 범위가 넓어진 싸이가 YG와의 계약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는 전체 그림에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YG 소속의 아이돌이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싸이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전세가 역전되었다. 싸이의 결정만이 남은 셈인 것이다.

■  ‘스승’ 김장훈과 ‘제자’ 싸이

가수 김장훈은 공연계에서 버라이어티한 쇼의 1인자이다. 여장을 하고, 이단 옆차기를 날리고, 노래 자체보다는 다양한 퍼포먼스로 관객의 흥을 돋우고 사람을 불러모은다. 

김장훈이 지난 9월6일 미투데이에 글을 남겼다. “…예전에 이승환이 ‘내 공연을 컨츄리꼬꼬가 그대로 도용했다’고 불만을 토로해 난리 난 적 있었는데, 솔직히 그때 이승환이 좀 속이 좁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 입장이 되니 너무 이해된다. 돈은 가져가도 창작은 뺏기고 싶지 않다는…. 이제 카피 좀 제발 그만했으면. 제 인격의 한계겠죠? 날이 밝고 술이 깨면 이 글을 후회할 수도…. 하지만 못내 억울하다. 팬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아실 듯. 누군지는. 쉿!”

8월11일 열렸던 싸이의 단독 공연 ‘더흠뻑쇼’가 방송된 것은 9월4일이었다. 김장훈과 싸이는 지난 2009년 ‘공연세상’이라는 기획사를 만들어 2011년 말까지 해마다 ‘완타치쇼’로 전국 순회 공연을 벌였다. 지난해 말 이들은 해산을 선언했다. 둘이 함께하는 쇼는 광란의 무대로 불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 크레인과 와이어를 활용하고 여장 퍼포먼스, 브레지어에서 불꽃 발사 등의 기발한 퍼포먼스는 모두 김장훈 쇼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이다. 

싸이는 그동안 쇼의 모든 요소를 김장훈에게서 배웠다고 수시로 말해왔다. 지난 10월2일 열린 단독 콘서트에서도 싸이는 “앞으로 해외에 가서 기회가 되고 여건이 된다면 한국 사람이 진짜 무대에서 잘 논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김장훈 씨한테 배운 것이다. 김장훈씨한테 배운 이 자랑스러운 기술력을, 단 한 방이 되더라도 반드시 보여주고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원본 출처’를 명시한 셈이다. 아울러 싸이가 해외 공연에 큰 의욕을 갖고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 싸이 강제 출국 논란과 빌보드 1등의 관계

싸이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3주 만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2주째 2위에 머무르자 ‘싸이 강제 출국’ 움직임이 네티즌 사이에서 일었다. 미국에서 좀 더 머무르며 홍보 활동을 했다면 방송 횟수가 크게 늘어 4주만에 1위가 가능했는데 국내 활동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해졌다는 논리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인 하재근씨는 “미국에서 며칠만 더 활동했어도 1위가 가능했을 것이다. 1위를 하고 안 하고는 후속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가 한국 음악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미국 활동이 중요하다. 

미국에 체류 중인 대중음악평론가인 김영대씨는 “중심부를 때려대는 주변부의 에너지를 목격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일단 신명 나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빌보드 1위 여부와 상관없이 싸이와 <강남스타일>로부터 유쾌한 문화적 상상력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싸이는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유튜브와 CNN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뉴미디어인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외 곳곳으로 ‘강제 진출’했고, 올드미디어인 방송(CNN)이 다뤄줌으로써 현지의 ‘사건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귀국한 싸이는 “지금 여기 팬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시청 앞 광장에서 웃통을 벗어제치고 소주 병나발 퍼포먼스를 벌였다. ‘국제 가수’가 되어도, 해외 진출이 그렇듯이 앞으로도 계속 싸이식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강제 진출 국제 가수’ 싸이의 미국 데뷔작은?  

미국에 진출한 싸이의 성공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이미 한국의 음악가로서 누구도 쓰지 못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싸이의 성공은 음악 자체보다는 시각적인 요소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음악이 전부가 아니었다거나, 음악이 결정적인 작용 요소가 아니었다는 말이, 싸이의 성공 가운데 음악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음악 자체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강남스타일>은 스스로를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이너로 여기며 대중의 기호와 구미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상업 가수의 정체성을 견지하는 싸이가 내놓을 수 있는 좋은 결과물 중 하나였다. 개사하지 않은 한국어 버전 원곡이 언어의 장벽이 존재함에도 미국에서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만큼 대중에게 어필한 노래 자체의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은 벌써 미국 시장에 내놓을 후속곡으로 쏠리고 있다. 싸이는 10월4일 서울광장 공연에서 11월 중에 발표할 후속곡을 작업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싸이의 다음 싱글은 어떤 노래가 되어야 할까. 일단 “디스코와 클럽 문화의 본진으로서 늘 다양한 문화권의 새로운 춤과 동작에 관심을 보여온 미국 대중문화의 축을 이루는 두 핵심 코드인 ‘코미디’와 ‘춤’을 싸이가 정확히 파고들었다”라는 분석에 따른다면 역시 기존의 히트곡에 눈길이 간다. <새> <챔피언> <연예인> 같은 싸이의 전형적인 히트곡 말이다. 특히 바나나라마의 <Venus>를 샘플링한 <새>와 영화 <비버리 힐스 캅>의 주제가인 <Axel F>를 차용한 <챔피언>은 노래 자체로 미국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싸이가 직접 트위터에서 거론한 곡이자 이미 유튜브에서 해외 팬들의 반응을 얻고 있는 2010년 싱글 <라잇 나우(Right Now)>는 그중에서도 후속곡으로 가장 유력한 곡이 아닐까 싶다. <Right Now>는 <강남스타일>보다 한층 더 무거운 비트 위에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으로서 <강남스타일>의 코믹적인 요소로 응집시킨 세간의 이목을 또 다른 면모를 통해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이 곡은 블랙뮤직 팬이라면 힙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명프로듀서 팀버랜드(Timbaland)의 2007년 히트 싱글 <The Way I Are>를 단번에 떠올릴 만한 노래이기도 하다.

후속곡과 관련해 싸이의 미국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프로모터 스쿠터 브라운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이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에미넴과 루다크리스 등이 참여한 투어의 애프터파티를 담당했다거나, 크리스 크로스를 발굴하고 머라이어 캐리를 프로듀스한 알앤비의 명인 저메인 듀프리의 레이블 ‘소소데프’에서 일했다는 사실 그리고 ‘제2의 에미넴’을 표방하며 등장했던 백인 래퍼 애셔 로스가 그의 담당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즉, 보기에 따라 블랙뮤직에 친화적이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의 이러한 면모가 싸이의 후속곡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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