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후리는 ‘수상한 검색어’ 마술
  • 김형민 인턴기자 ()
  • 승인 2012.10.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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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검색 통계 서비스 조작 논란 추적

지난 8월 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난데없이 ‘박근혜 룸살롱’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그 사연은 이렇다. 한 월간지가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검증 기사를 보도하면서 ‘안후보가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한 한 공직자의 증언을 실었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를 검색하기 위해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를 입력했다. 순식간에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는 ‘안철수 룸살롱’이 상위에 등록되었다. 그런데 “‘안철수 룸살롱’은 성인 인증이 필요 없이 검색되는 반면, ‘박근혜 룸살롱’은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네이버측에서는 “성인 인증이 필요한 단어라도 언론 보도 이후 대중의 관심이 많아진 검색어에 대해서는 성인 인증을 해제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네이버측의 해명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나꼼수>가 지난 7월 초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을 둘러싼 룸살롱 성상납 의혹을 제기했을 때 ‘정우택 룸살롱’이라는 검색어는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네이버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조작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철수 룸살롱’ 사건 계기로 비판 소리 높아져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검색 통계의 여론 형성 기능은 이미 구글 트렌드를 통해 증명되었다. 구글은 독감이 유행할 때 특정 지역의 ‘독감’ 검색어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러한 ‘독감’ 검색 통계를 이용해 앞으로 독감이 어디서 유행할지, 어디로 전파될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독감 지도를 만들었다. 검색 통계는 사회 현상과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자료로 상당한 효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검색 통계를 이용해 구글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 통계를 통해 지난 미국 대선의 결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국내 포털업계도 검색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포털이 정한 산출 방식을 통한 검색 통계 결과를 인기 검색어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으로 이용자에게 제시해준다. 이용자들은 포털이 제시하는 검색어를 선택해 관련 정보를 취득한다. 이러한 검색어 수요는 통계 자료를 확대 재생산하게 되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특히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캠프 진영에서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 상당히 예민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검색 통계가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검색 통계 산정 방식의 투명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검색어 산정 방식을 공개하고, 심지어는 검색어 서비스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이슈마다 검색어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다.

정치권에서도 포털업계의 검색어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고, 포털업계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10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네이버의 인터넷 검색 시장 독식을 우려한다’라며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왜곡될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 역시 지난 9월25일 ‘포털의 검색 중립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6개의 검색어가 동시에 사라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캡쳐 화면
“대선 정국 앞두고 투명성 확보 시급”

실제 국내 포털업체의 검색어 제시를 둘러싼 불공정성과 조작 가능성은 얼마만큼 근거가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인터넷 리서치업체인 ‘코리안클릭’의 지난 1년간 검색어 통계 자료들을 입수해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3대 포털업체의 검색어 순위를 조사한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실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점들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10월 ‘안철수연구소’의 검색어 순위는 다음에서 2위를 기록했으나, 같은 시기 네이버에서는 46위에 그치고 있었다. <나꼼수>의 경우도 올해 1월 다음에서는 3위였으나, 네이버에서는 47위에 그치는 등 같은 시기에 같은 검색어의 순위가 포털업체 간에 지나치게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위 표 참조). 이에 대해 네이버측에서는 일반적으로 포털 간의 검색어 순위 차이는 포털 이용자 간의 행태 차이라고 답변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가 기자에게 제시한 자료 역시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5월은 광우병 촛불 시위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때였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는 광우병과 이명박 대통령에 관련된 검색어가 죄다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김교수가 제시한 2008년 5월1일 00시40분 네이버의 인터넷 화면 캡처 사진 자료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 2, 3, 4, 7, 10위에 있던 광우병과 이대통령 관련 검색어가 00시41분 캡처 사진에서는 모두 없어진 것이다. 1분도 채 안 되어 상위권 검색어들이 전부 사라진 셈이다
(위 사진 참조). 이에 대해 네이버는 2008년 당시,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적극 해명한 상태이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제공하는 검색어 서비스는 이용자의 편익을 위해 개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국내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IT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인터넷 점유율 7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과정에서 네이버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높이 올라간 만큼 그에 맞는 검색 통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즉, 검색 통계를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검색어 통계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자, 압박을 느낀 포털업계도 나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김상헌 대표는 지난 9월14일 ‘검색어 서비스의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대표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자동 완성 검색어(추천 검색어)’ ‘연관 검색어’의 로직, 운영 원칙과 처리 내역 등을 담은 ‘투명성 리포트’를 만들고 이를 외부 기관에 정기적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포털업체가 모여 만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공동으로 검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운영 업무를 외부 기관에 의뢰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김인성 겸임교수는 이런 움직임이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포털의 검색어 서비스가 계속되는 한 검색어 조작 의혹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교수는 구글 트렌드를 예로 들었다. 구글 트렌드가 네이버 검색어 서비스와 다른 점은 특정 검색어를 입력해야 그 검색어에 한정된 통계 자료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원하는 검색 통계 자료는 네티즌 스스로 찾아보아야 제공된다. 국내 포털 사이트처럼 검색어 서비스를 통해 네티즌의 클릭을 유도하지 않는다. 다만 검색어 통계를 통해 사회 현상과 흐름을 알 수 있게 한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교수는 이러한 구글 트렌드가 국내 포털 사이트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10월 중으로 구글 트렌드 서비스와 같은 네이버 트렌드(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선 정국이 가열될수록 검색어 논란이 또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네이버는 <시사저널>이 매년 8월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여론조사에서도 언론의 영향력에서 KBS나 조선일보 등에 버금갈 정도로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올해 순위에서도 네이버는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이런 네이버의 권력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가해오고 있는 인물이 있다.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이다. 김교수에게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 네이버 등 포털의 검색어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색어 순위는 대중이 만드는 콘텐츠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에는 네티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광고와 포털업계가 제공하는 정보가 가득하다. 추천 검색어 서비스는 물론이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역시 네티즌들의 마우스 클릭을 유혹한다. 이렇게 포털 사이트가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 네티즌들은 검색어를 직접 찾아 들어가기보다는 포털이 제공하는 정보에 휘둘리게 된다. 가령 네이버 검색창에 ‘된장’을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네이버와 제휴한 광고사이트가 나온다. 그 아래는 지식in 서비스와 네이버 블로그가 나온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네이버 안에서 형성된 자료이다. 구글이 웹페이지를 통해 원본 자료를 사이트 구분 없이 제공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형식은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포털의 이같은 폐쇄적 운영 방식이 검색어 조작을 쉽게 하고 대중은 왜곡된 여론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특히 네이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한국 IT산업의 멸망>이라는 책을 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책에서 언급한 네이버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는 요청을 주변에서 많이 받았다. 그 후 네이버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았다. 네이버가 생각보다 거대 권력 집단으로 변했다는 생각을 했고, 네이버가 변하지 않는 이상 한국 IT 산업의 발전은 없다고 판단했다.

김교수가 유독 네이버에만 비판적이고, 구글과 애플 등에는 우호적이라는 비난도 있다. 

내가 네이버를 비판하는 궁극적 이유는 네이버의 몰락을 바라서가 아니다. 페이스북·유튜브와 같은 세계적인 IT 서비스가 넘쳐 들어오는 상황에 네이버가 국내 1등에 만족하며 폐쇄적 운영을 계속할 경우 네이버는 물론 중소 인터넷업체와 벤처 산업이 모두 몰락할 위험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내
1등인 네이버가 변해야 국내 IT 산업의 발전이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네이버 등 포털업계에서 검색어 조작 논란을 없애기 위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내 포털 사이트처럼 연관 검색어와 인기 검색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통해 네티즌의 클릭을 유도하는 패턴이 계속되는 한은 말이다. 구글처럼 완전히 바꿔야 한다.

혹시 네티즌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

포털업계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이용자 스스로가 움직여야 한다. 포털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휘둘리지 말고 직접 원하는 정보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이용자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면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의 독점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수요가 있는 한 그들은 지금의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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