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미’ 클라라 주미 강, 모스크바방송교향악단과 협연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10.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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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체로 제공
10월에 열리는 음악회 중 빅카드로는 모스크바방송교향악단(지휘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의 내한 공연(10월23일, 예술의 전당)을 꼽을 수 있다. 러시아 악단인 만큼 이날 프로그램은 모두 러시안 작곡가의 작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관악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으로 국내에서 5번이 인기가 많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번을 으뜸으로 치는 평가가 많다. 쇼스타코비치만의 강렬한 개성이 잘 녹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휘자 페도세예프는 10번이 ‘센 선곡’이라는 점에서 협연자에게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주문했다. 그가 선택한 협연자는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사진). 강씨는 화장품 모델로 발탁될 정도의 미모이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남성적이고 강렬한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상태에 따라서 연주 톤이 다양하지만 내가 남성적인 것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바이올린 연주자도 대개는 남성 연주자였다.” 지난여름 대관령음악제에서 그는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제목만큼이나 강렬하게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발매한 그의 독집 앨범 <모던 솔로>에 수록된 곡이기도 한 이 곡에 대해 “유독 짧은 새끼손가락 때문에 연주에 애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치명적일수도 있는 이런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그는 이 레퍼토리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날 연주는 연주할 때 ‘그분’이 오셨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분’이란 영감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음악 공부를 위해 독일로 떠난 음악도 부부의 딸로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해 다섯 살 때 교향악단과 데뷔 연주를 했고, 일곱 살 때 줄리어드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도로시 딜레이에게 배웠다. 11세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미국과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하던 강주미는 2004년 한예종에 거꾸로 유학 와 만개했다. 2010년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로 꼽히는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해 미국 쪽에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평범한 이에게는 ‘망언’일 수 있겠지만 그는 자신이 외모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마땅치 않은 반응이다. “외모만큼 연주가 안받쳐준다면? 연주자는 연주로 인정받아야 한다. 정경화 선생이 내 롤 모델이다. 정선생이 그 연세에도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기고 힘이 생긴다.” 그는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직후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자신이 ‘콩쿠르 우승자’만으로 기억되는 것이 싫어서 오히려 미디어 노출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S.G워너비의 <라라라>를 연주했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일화이다. 한예종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앙상블 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5~6시간으로 길어지자 앙상블 팀장이 지친 기색이 없는 강주미에게 “네가 힘이 가장 많이 남아 있으니까 네가 연주해라”라고 해서 <라라라>의 마지막 부분 바이올린 솔로 연주를 했다는 것. 물론 그때는 가수가 누구인지도, 어떤 곡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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