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예능 도사’ 힘 팍 팍 받을까
  • 정덕현│문화평론가 ()
  • 승인 2012.10.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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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복귀, 초읽기 들어가 지상파 3사, ‘모시기 경쟁’ 치열

ⓒ 시사저널 임준선
강호동이 돌아온다. 벌써부터 예능가에서는 강호동 복귀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가 갑작스럽게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방송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휘청했던 것은 사실이다. MBC에서는 <무릎 팍 도사>가 폐지되었고, KBS는 <1박2일>의 시즌2를 준비해야 했으며, SBS는 <강심장>을 이승기 단독 MC 체제로 이끌어나가야 했다. 또 <스타킹>은 강호동이 빠져나간 후 시청률이 반 토막 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니 그의 복귀 또한 그만한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 지은 것은 SBS이다. 잠정 은퇴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강호동은 SBS와 복귀 후의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방송인 SBS가 강호동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호동은 <1박2일>에 출연할 때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연료를 받는 것보다는 프로그램을 제작·납품하는 것이 여러 모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C(이하 SM C&C)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 복귀를 공식화한 것도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그의 관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M C&C는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사로서도 야심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강호동 외에도 신동엽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장동건의 소속사인 AM ENT를 흡수·합병 했으며 개그맨 김병만·이수근 등과도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강호동과 SM C&C의 만남은 어쩌면 방송사에 예속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납품하는 제작사 개념의 예능을 예고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 그동안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예능인의 새로운 위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콘텐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제작사 개념의 예능은 새로운 흐름을 예감하게 한다.

과거의 명성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

강호동이 SBS와 하려는 프로그램은 <스타킹>이다. 그가 조금은 약발이 떨어진 듯한 이 프로그램을 방송 3사 예능 출격 중 첫걸음으로 디디려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즉, <스타킹>은 주인공이 MC도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이다. 그들을 무대에 올려주고 한껏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MC와 연예인의 역할이다. 따라서 강호동으로서는 <스타킹>이 갖고 있는 이런 특성이 그의 복귀 이미지에는 최적이라고 여길 만하다. 자신을 띄우기보다는 일반인을 받쳐주는 모습이 훨씬 더 대중 친화적인 강호동의 이미지를 굳건히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토요일에 방영된다는 점도 강호동의 유력한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이 지목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사실상 방송 3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어느 한 방송사를 선택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복귀 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방송 3사에 골고루 프로그램을 포진시킨 상황에서는 일요일 예능으로 한 방송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정 은퇴 후 복귀하는 프로그램으로 한 방송사의 일요일 예능을 선택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다.

MBC는 강호동의 복귀작으로 <무릎 팍 도사>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강호동이 빠져나가 폐지되었으니 그가 복귀해서 다시 부활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MBC로서는 <무릎 팍 도사>의 부활이 장기 파업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MBC 주중 예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이다. MBC는 과거처럼 <황금어장> 속으로 <무릎 팍 도사>와 <라디오스타>를 함께 집어넣는 대신, 수요일 밤에는 <라디오스타>를, 목요일 밤에는 <무릎 팍 도사>를 편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KBS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중이다. 애초에 강호동 복귀 프로그램으로서 대중이 가장 많이 지목했던 <1박2일>은 사실상 강호동의 복귀작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최재형 PD로 바뀌면서 새로운 진용이 갖추어진 상황이고, 멤버 간의 관계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가는 상황이다. 안정화 단계로 들어선 <1박2일>에 강호동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민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지금 현재 <안녕하세요>를 연출했던 이예지 PD와 전진국 예능국장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 예능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버라이어티도 토크쇼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예지 PD는, 기존 예능의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거기에 한 요소를 덧붙여 좀 더 ‘진화된 예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강호동의 방송 3사 복귀로 예능계는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강호동과 유재석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던 예능가에서 강호동이 빠져나감으로써 큰 변화가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유-강 체제를 공고히 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흔들렸고, 토크쇼는 하향 평준화되어버렸다. 유재석도 살리기 힘든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하지만 강호동 복귀로 다시 생겨날 유-강 투톱 체제는 강호동뿐만 아니라 유재석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트렌드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 3사의 강호동 모시기는 여전히 방송사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좀 더 쉬운 선택으로서 유명 MC 모시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기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에 복귀하는 형식이라는 점은 자칫 새로움을 기대하는 대중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다.
과연 강호동은 복귀 후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SM 간판’으로 재단장해 돌아오는 연예인 테마주 

강호동이 전속 계약한 SM C&C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것은 이 회사가 애초의 매니지먼트나 콘텐츠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연예인 테마주를 활용해 주가를 올리고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강호동, 신동엽, 장동건은 이미 과거 2006년과 2007년도에 증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SM C&C는 지난 7월 2천원대를 기록한 이후 8월에 신동엽·강호동 전속 계약 체결과 함께 유상 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연이은 호재성 테마로 급등세를 이어와 9월에는 7천원까지 그 가격이 올랐다. 무려 두 달 남짓 사이에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이로써 강호동과 신동엽은 유상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28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고, AM ENT의 주식 2만주를 보유하고 있던 장동건은 흡수·합병으로 SM C&C의 신주 1백24만4천1백37주를 획득했다. 오는 12월5일 신주가 코스닥에 상장되면 주가가 7천원대를 유지하기만 해도 100억원가량의 평가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SM C&C가 실제로 어떤 콘텐츠 제작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이름값을 이용해 주가만 떠받치다가 개미 투자자에게 원성을 들을지, 아니면 실적이라는 결과물을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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