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서 헤매는 인도 경제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10.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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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 급하향 조정…낙관적 전망 압도해

고층 빌딩들이 늘어선 인도 뭄바이. ⓒ AP 연합
세계 경제의 미래 주역으로 떠오를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을 칭하는 ‘브릭(BRIC)’이라는 약자가 등장한 것은 2001년이다. 10여 년이 지나 이들 4개국 중에 IT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인도 경제에 대한 침울한 전망이 낙관적 전망을 압도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인도는 지난 10년간 평균 7.7%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그런데 올해는 5.5%로 감소가 예상된다.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다드앤 푸어와 피치는 인도 정부가 풍선처럼 부풀고 있는 재정 적자를 잡지 못할 경우 인도 국채를 정크 수준으로 강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인도의 경제 성장률을 당초 6.1%에서 4.9%로 급격하게 하향 조정한 상태이다.

‘정책 실패’ 지적에 반발도 만만치 않아

10월12일자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도 경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대담 진행자인 아담 로버트는 “인도인들은 비록 부패한 엘리트와 지도자들의 정치력에 싫증을 느끼고는 있지만, 자국의 미래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희망적이다. 인도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문은 정부가 별로 간여하지 않은 서비스 산업이나 이동통신 사업이다. 반면 가장 큰 실패를 보이는 부문은 정부가 간섭한 국영 기업, 제조업,  인프라이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 대담에서 인도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국제 경제 피터슨 연구소의 아빈드수브라마니안 수석 연구원은 “민간 부문이 국영 기관을 대신할 수 있다는 관점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 경제의 강점을 부각해서 낙관론을 펴는 샤쉬타로르 국회의원은 “둔화된 경제 성장은 정부의 정책과는 동떨어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먼저 타로르 의원은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경제 위기와 불황을 겪고 있는 반면,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의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유해한 모기지 관련 증권이나 CDS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인도 금융의 건전성도 부각시켰다.

타로르 의원에 따르면 인도의 민영 산업은 효율적이어서 국영 기업의 비효율성을 보충하고 있다. 2011년에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7%이고, 서비스 부문은 9% 성장을 보였다. 서비스 부문에서의 매출은 인도 GDP(국내총생산)의 58%를 차지한다.

맥킨지에 따르면 인도의 중산층은 2025년에 5억2천5백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미국 중산층보다 두 배 반이나 많은 수치이다. 지난해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인도에는 2억5천7백만 가구가 있고, 이들 중 3분의 2가 시골에 살며 2001년 65%였던 식자율이 74%로 상승했다. 지난 2년간 5만1천개의 학교가 신설되었고, 68만명의 교사가 임용되었다.

한편, 수브라마니안 수석연구원은 타로르 의원이 주장한 교육 부문에 대해서 인도 초등학교의 열악한 내막을 보면 통계가 허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30%가 3학년의 글을 읽는 수준이다. 이러한 학력 평가가 나오는 것은 교사의 절반이 출근하지 않거나, 출근해도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그는 이어 인도 정부의 통계는 크레딧 포트폴리오의 2%만이 악성 부채라고 하지만, 그레디 스위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은행 대출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인프라 관련 업체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대기업 부채의 72%가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악성 부채가 2%라는 통계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10월5일자에 따르면,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있는 인도 출생의 라구람 라잔은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에 대해서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기보다는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싱 총리는 라잔 교수에게 조국으로 돌아와 쇠약해지는 경제를 도와달라고 제안했고, 그를 인도 재무부의 수석 고문으로 임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에너지 보조금 삭감과 유통, 보험 그리고 항공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개방한 인도 정부의 최근 일련의 변화와 함께,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라잔 같은 학자를 임명한 것은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이 인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각계 이견 충돌하면서 정부의 역할 약화시켜

라잔 교수는 국가 소유로 주도되는 인도 금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러시아 재벌과 유사한 인도의 족벌적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라잔 교수는 인도에는 사업 인·허가와 원자재의 투명한 활용을 위해서 좀 더 강력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정부 기관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라잔 교수의 인도로의 귀환이 주목되는 이유는, 내년에 사퇴하는 인도 중앙은행의 후임 총재로 물망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라잔 교수가 유명해진 것은 리먼브러더스의 붕괴 2년 전인 2005년에 미국연방준비이사회 회의에서 높아지는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에 대해서 경고했을 때였다. 당시 그는 혁신과 규제 완화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라잔 교수는 인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인도 금융 시스템의 자유화, 기업가와 생산업자들이 비즈니스를 더 용이하게 만들기, 식품 유통 시스템의 개선 등 세 가지 부문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코넬 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라잔 교수의 전임자인 카우식바수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발하는 인도의 관료주의가 라잔 교수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바수 교수는 최근 월드뱅크에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임명되었다.

<Breakout Nations: In Pursuit of the Next Economic Miracles>의 저자이며, 모건스탠리의 중역직을 맡고 있는 루시르샤마는 대다수 이머징 국가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개혁을 시도하는데, 인도 정부는 포위된 상태에서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10월 초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정 적자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도 경제는 지속적인 불황의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내각 내의 이견 충돌과 연정 파트너 당사자들 간의 마찰은 연방과 주정부 차원에서 정부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장 부지와 인프라 확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토지 취득 법안 개정을 놓고 장관들 사이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이 법안이 통과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인도 정부는 재정 적자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식품과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인도 국민의회당이 이끄는 연정이 하원에서 다수석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긴축 정책을 입법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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