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차세대 리더 조사 / 키워드] 우리 시대 최고 핵심어는 뭐니 뭐니 해도 ‘소통’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0.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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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전문가들, 키워드 1위로 꼽아…‘복지’ ‘융합’ ‘변화’도 많이 주문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찢어진 청바지는 얼마든지 입을 수 있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8월22일 기자간담회) “늘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9월16일 후보 수락 연설) “진정한 공동체는 조금 속도가 더디더라도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8월30일 충남 홍성 방문 행사)

이번 18대 대선의 최대 화두는 ‘소통’인 듯하다. 모든 대선 후보가 저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입을 모은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한자로는 트일 소(疏), 통할 통(通)자를 쓴다. 트여서 통한다는 뜻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숨통이 좀 트였으면 하는 열망 담겼다”

<시사저널>은 창간 23주년을 맞아 전문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리더’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물었다. 20.1%의 높은 지목률로 ‘소통’이 첫 번째로 꼽혔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소통을 너무 강조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다 보니, 지금의 시대정신이 된 듯하다. 하지만 소통은 최근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 1970~80년대의 민주화와 같은 개념의 연장선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통과 민주화는 같은 개념이지만, 오늘날 민주화를 말하기에는 다소 식상한 감이 있다. 반면, 소통은 인터넷과 SNS 등을 도구화하는, 좀 더 세련된 개념으로 등장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2012년 지금 한 정권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전문가들이 소통을 키워드로 꼽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예전처럼 강압적인 권력의 탄압이나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와 통제, 합법화된 컨트롤 장치의 강화 등으로 뭔가 답답함과 구속을 느끼는 듯하다. 숨통이 좀 트여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열망이 이 소통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2위는 ‘복지’로 8.8%의 지목률을 나타냈다. 복지 분야 역시 올해 대선에서 각 후보마다 경쟁하듯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3위는 ‘융합’으로 5.8%의 지목률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변화’(5.0%), ‘통합’ ‘정의’(이상 4.5%), ‘화합’(3.9%), ‘혁신’(3.6%), ‘평화’(3.3%), ‘행복’(3.2%)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전문 분야별로 약간씩 차이 드러내

11위부터 2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경제’ ‘대선’(이상 3.1%), ‘경제 민주화’ ‘사랑’(이상 3.0%), ‘배려’(2.6%), ‘정직’ ‘문화’(이상 2.5%), ‘건강’ ‘상생’(이상 2.2%), ‘다양성’ ‘환경’(이상 2.1%) 등이 거론되었다.

그 밖에도 눈에 띄는 키워드로는 ‘힐링’(1.9%), ‘스마트폰’(1.5%), ‘안철수’ ‘SNS’(이상 0.9%), ‘강남스타일’ ‘싸이’ ‘케이팝’(이상 0.5%) 등이 있다.

이상의 키워드를 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크게 ‘통합’과 ‘쇄신’ 그리고 ‘평등’ 세 가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각 후보 캠프에서는 ‘통합이 우선이냐, 쇄신이 우선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순위 안에 거론된 키워드를 분류해보면, 소통을 비롯해 융합·통합·화합 등은 모두 통합의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고, 변화·혁신·다양성 등은 쇄신에, 그리고 복지·정의·평화·경제 민주화·배려·상생 등은 평등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올해 대선의 주된 화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각 전문 분야별로도 상당한 차별성을 나타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정치·기업·시민운동·음악·미술·문학·스포츠 분야 등 23개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소통을 최고 키워드로 꼽았다. 반면 노동과 복지 분야는 복지를 최고 키워드로 꼽아 차이를 드러냈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 분야는 융합을 1위로 꼽았다. 이외에도 농업 분야는 통합을, 패션 분야에서는 건강과 변화를 각각 최대 상징적인 키워드로 꼽았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소통과 함께 대선을 공동 1위에 올려놓아 이채를 띠었다.

그 밖에도 분야별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음악 분야는 행복을, 시민운동 분야는 환경을, 건축 분야는 친환경을 많이 꼽았다.

무용 분야는 스마트폰에, 문학 분야는 배려와 양극화에, 게임 분야는 모바일에, 만화 분야는 스마트폰과 SNS에, 농업 분야는 기후에, 패션 분야는 웰빙에, 통일·국제·외교 분야는 통일에, 스포츠 분야는 건강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목률을 나타낸 것도 이번 조사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불교 분야는 화합과 평화를, 개신교 분야는 사랑을, 천주교 분야는 평화를, 변호사 분야는 정의를, 관광 분야는 힐링을, 노동 분야는 ‘일자리 창출’을 각각 많이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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