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 패션 1인자, 보무 당당히 세계 속으로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2.10.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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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준 제일모직 상무, 압도적 지목률로 1위 지난해 수위였던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는 ‘명예 졸업’

패션 부문은 독주 체제이다. 1위와 2위의 득표 차가 두 배 이상이다. 패션계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50세 미만 차세대 리더는 정욱준 제일모직 상무이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50)는 올해부터 ‘50세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에 걸려 ‘명예 졸업’했다. 정욱준 상무는 정구호 전무의 뒤를 이으며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견제할 만한 인물이 없다. 지난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그가 이렇게 1년 만에 우뚝 서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두 어깨에 제일모직 남성복의 글로벌 진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정욱준 상무는 남성복 부문 1인자이다. 제일모직 입사 전부터 남성복 ‘준지(JUUN.J)’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다. 준지는 ‘국내 남성복 브랜드 중 유일한 하이앤드 브랜드’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그의 옷은 국내보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 더 유명했다. 세계 패션계의 거장인 칼 라거펠트 샤넬 수석 디자이너가 직접 준지 매장을 방문해 옷을 사 입었다. 뿐만 아니라 패션쇼 피날레에서도 ‘준지’ 브랜드 옷을 걸쳤다. 그는 2007년부터 세계 최고의 패션쇼 무대인 파리컬렉션에 11번째 참가해왔다. 파리컬렉션을 연다는 것 자체가 해당 디자이너가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독자 행보를 이어오던 정욱준 상무는 지난해 제일모직에 합류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그가 제일모직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그야말로 기막힌 만남이다. 패션계 영항력 1위 인물로 꼽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현재 제일모직 ‘준지’ 라인의 디렉터로서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정욱준 상무는 “제일모직에 입사한 후 디자인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되어 좋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2위에는 최범석 지아이홀딩스 대표와 디자이너 ‘스티브&요니’ 디자이너가 나란히 올랐다. 최범석 대표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디자이너이다. 가난이 싫어 동대문 노점에서 옷을 팔다가 뉴욕컬렉션 무대에까지 서게 되었다. 뉴욕컬렉션은 세계 최정상급 디자이너들이 실력을 뽐내는 무대이다. 현재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패션디자인과의 교수이다.


최범석·‘스티브&요니’·이서현은 2~3위에

스티브&요니는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부이다. 성장 스토리가 아주 흥미롭다. 남편 스티브는 동대문에서 춤을 추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후 한성대 의상학과에 진학해 아내 요니를 만났다. 스티브는 항상 의욕적이던 아내 요니에게 자극을 받아 패션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스티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후이다. 스티브는 세계 3대 패션 명문인 영국 세인트마틴을 수석 졸업했다. 이후 2006년부터 부부 디자이너 브랜드인 ‘스티브J&요니P’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패션지 <보그>의 칼럼니스트 율 데이비스로부터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 100인’으로 선정되는 등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체조 요정 손연재의 첫 갈라 의상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3위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차지했다. 디자이너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상위 랭킹에 든 인물로는 이서현 부사장이 유일하다. 이서현 부사장은 최근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갤럭시 ‘GX1983’ 라인을 런칭해 미국과 이탈리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구찌의 디렉터로 활약했던 이탈리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마테오 판토네와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 산드로 만드리노를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여기에 정구호와 정욱준이라는 최고의 디자이너를 영입한 이서현 부사장의 추진력에 패션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 뒤로는 강진영·김석원·하상백·정윤기·홍승완 디자이너가 차세대 패션계 인물로 꼽혔다. 하상백은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by하상배기’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샤이니와 소녀시대의 스타일링을 맡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윤기씨는 스타일리스트이다. 스타일리스트는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고 패션의 방향을 알려주는 패션 전문 직종으로, 디자이너와는 차이가 있다. 인트렌드의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패션 브랜드 홍보를 대행하고 있다. 황신혜·이병헌 등 톱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를 맡고, 광고 의상과 드라마 의상 등을 기획하며 유명해졌다.

ⓒ 연합뉴스


© 시사저널 임준선
인터뷰 내내 기자의 입에서는 ‘상무님’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역시 아직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부르기에 편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계 차세대 인물’로 꼽힌 정욱준 제일모직 상무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패션의 본토인 파리에 진출해 성공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물론 그전에도 성공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성공을 넘어 주류에 들어갔다는 점을 높게 사 주신 것 같다.

제일모직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제일모직과 나는 굳이 표현하자면 ‘연애결혼’을 한 사이이다. 중매를 통해 만난 것이 아니라 사귀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하게 된 느낌이랄까. 제일모직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있었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에 출전해 3회 연속으로 수상했다. 또, 빈폴과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트렌치코트와 액세서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모두 대박이 났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면 회사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하게 가기 위해 회사와 함께하는 것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때마침 기회가 왔다.

자유롭게 디자인을 하다가 조직에 들어가면 디자이너의 생명인 자유와 창의성이 침해될 수도 있지 않나?

오히려 반대였다. 기존에 개인적으로 사업을 할 때에는 재정적인 부분부터 직원 관리까지 직접 다 해야 해서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그런 업무는 전문 인력들이 다 맡아주기 때문에 디자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나도 개인 사업을 하기 전에는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그 가락이 있어서인지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워낙 일찍 일어나는 편인 데다 자율 출근제를 하고 있어서 출근 스트레스도 없다. 큰 구속감은 못 느끼고 있다.

또 다른 거물 디자이너인 정구호 전무가 같은 회사에서 여성복을 맡고 있다.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되는 것이 신경 쓰이지 않나?

정구호 전무는 여성복, 나는 남성복을 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 게다가 정구호 전무는 나에게는 멘토와 같은 분이다. 제일모직으로 오기 전에 고민하던 내게 상담도 해주고 술도 사주셨다. 오히려 전무님이 있기에 의지가 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남성복 준지의 세컨드 브랜드 격인 준지 디퓨전을 만들어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준지 브랜드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라인으로 만들 것이다. 한 6~7년 뒤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세계 주요 패션 중심지마다 최소 한 곳씩 매장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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