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차세대 리더 조사 / 야권정치인] 80년대 학생운동 리더, ‘차세대 정치’ 선봉에 서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2: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 1위…‘좌희정·우광재’는 3·4위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의원은 <시사저널>의 ‘2012 차세대 파워 리더’ 전문가 조사에서 정치(야권) 분야 1위에 올랐다. 여권에서 5선 중진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놓고 보면, 재선의 이의원이 야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여야 정치인을 나누지 않고 조사했다. 첫 조사가 실시된 2008년과 이듬해인 2009년의 경우 야권은 말 그대로 지리멸렬했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지낸 유시민 전 대표(2008년)와 이정희 전 대표(2009년)가 가장 앞섰지만 지목률은 6%에 그쳐 여권의 원희룡 전 의원(20%)과 큰 격차가 났다.

ⓒ 일러스트 장재훈
이러한 상황에서 야권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정치인이 바로 이의원이었다. 2010년 조사에서 그는 26%의 지목률로 그해 6·2 지방선거를 통해 주가를 올린 안희정 충남도지사(24%)를 제치며 처음부터 화려한 신고식을 가졌다. 조사 직전인 10월3일 전당대회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데도 4위를 차지해 최고위원 자리에 오른 덕을 톡톡히 보았다. 2011년 조사에서도 입지를 이어갔다. ‘비(非)정치인’이었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풍(安風)’을 일으키며 전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의원은 16%의 지목률로 안희정 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22% 지목률로 경쟁 상대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의원은 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으로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을 이끈 대표적인 인사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소 늦게 두각을 나타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혈한 ‘젊은 피’ 가운데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가장 앞서나갔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김 전 의원에 비하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이의원은 8년이나 늦게 국회에 입성한 셈이다. 2년 후배로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 전 의원도 2000년 16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올해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은 공동 6위에, 임 전 의원은 공동 9위에 올랐다.

진보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 중에서는 이정희 전 대표가 여전히 ‘차세대 리더’로서 높은 지목률을 나타냈다. 총선 공천 파행으로 분당에 이르는 악재를 겪었는데도 지목률 14%로 2위에 올랐다.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 전 대표는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이 전 대표는 비토 세력이 많지만, 확고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한 군소 후보들 가운데서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야권 영입 1순위 조국 교수, 공동 4위에 올라 주목

486그룹 내에서 ‘친노(親盧)’를 대표하는 안희정 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상위권에 올랐다. 안지사는 10%의 지목률로 3위를 차지했고, 이 전 지사는 6%의 지목률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지사와 이 전 지사는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만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정치 역정은 순탄치 않았다. 안지사는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대선 자금 수사로 구속되면서 제대로 정계 입문조차 하지 못했다. 2008년 총선 때는 공천 배제 대상에 올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것은 그에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이 전 지사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거쳐 17대 총선에 당선되면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서 승리한 후 2010년 지방선거에 도전해 강원도지사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지사직을 상실했다.

이번 조사에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 전 지사와 함께 공동 4위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아직 정계에 입문하지 않았지만 조교수는 현재 야권의 영입 대상 1순위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도 일정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내 486그룹 선두 주자 중 한 명인 송영길 인천시장도 ‘촛불 변호사’로 유명한 송호창 의원 등과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정청래·최재천·은수미 민주당 의원,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 등의 이름도 정치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거론되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486그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맡아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명동성당 농성 등을 주도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전국민주민족연합(전민련) 등에서 활동하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고,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에 당선되어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올해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금 그는 문재인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10월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
과 인터뷰를 가진 이의원은 ‘초심’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야권 정치 부문에서 ‘차세대 리더’ 1위에 오른 데 대해 그는 “6월 항쟁 세대로서 역사에 더 많은 기여를 하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고 본다. 스스로 역사에 공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늘 갖고 있다. 기대했던 만큼 잘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달게 받아야 한다. 더 분발하고 성숙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17대 국회에 들어왔을 때는 (486그룹이)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신자유주의가 워낙 강하게 밀려오니까 알게 모르게 시장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시장을 잘 알고 시장 논리에 맞추어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능력 있는 것처럼 오도된 측면도 있다. 노무현 정부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경제 민주화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이야말로 6월 항쟁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진 것 아닌가?

그렇다. 제대로 못 하면 이제는 거짓이 된다. 말로는 초심을 이야기하면서 실천을 못 하는 것은 더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진심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올해 치러질 대선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나?

이번 대선은 정말 중요하다. 단순히 정치권의 게임에서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민주주의 체제가 확고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에 한 번 더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그리고 경제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복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것이 복지인데 그렇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남북 관계를 완전히 망쳐버린 5년이었다. 여기에서 5년 더 남북 관계가 얼어붙는다면 분단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관계 개선은 민족적 가치를 넘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새누리당에서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 회담’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명백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포기하지도 않은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고 하고, 있지도 않은 비밀 단독 회담을 있다고 하면서 북풍(北風) 공작이나 하는 세력이 과연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 수 있겠나.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패권주의’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

나 또한 친노 패권주의에는 반대한다. 그렇다고 ‘비노(非盧) 패권주의’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패권주의가 있다면 단호히 싸워야 한다.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밥그릇 정치이고 구태 정치, 낡은 정치이다.

당내에 아직까지 패권주의가 존재한다고 보는가?

4월 총선에서 실패한 후 어떤 의미에서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 담합을 공공연하게 시도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친노의 대표이고, 당신은 친DJ와 호남의 대표이니까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싸우지 말고 더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보자’ 이런 이야기인데 그것이 패권의 문제, 독점의 문제로 비쳤던 것이 사실 아닌가. 당시에도 이래서는 곤란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도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문후보도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안주하지 않고 어렵지만 한 발짝 두 발짝 옮기고 있다고 본다. 문후보와 같이 일을 한 적도 없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도 아니지만 ‘용광로 선대위’를 통해 새롭게 나아가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다.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공격적으로 비친 것은 잘못이다. 어떤 형태이건 간에 우리의 장점을 드러내는 쪽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는 정당적 가치가 있다, 수권 능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 ‘너희는 이런 게 없잖아, 이것 없이는 못 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반발할 수 있다. 역으로 그쪽에서도 정당적 가치나 수권 능력의 문제에 대해 존중할 것은 존중하면서, 정체되고 낡은 것에 대해서는 바꾸어줄 것을 요구하는 식이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모든 것이 다 낡았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낡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보다 더 전통적인 면이 많다.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했던 우리 당의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정당 개혁이 좀 늦을 수는 있지만, 이런 전통 속에서 혁신해나가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안후보가 요구하는 ‘정당 쇄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불만도 나오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정당 쇄신의 노력도 있고, 안후보 쪽에서 생각하는 정당 혁신의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단일화 논의에 앞서 공동의 강령과 정책을 정리해보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고 숙제를 다 해오면 검사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안후보도 그런 생각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해보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얘기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꼭 필요하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누구도 부정하면 안 된다. 그것은 정권 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정권 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새 정치도 포기하자는 것이다.

안후보가 단독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상상하지도 않는 일이며, 상상해서도 안 될 일이다.

3자 구도는 있을 수 없다고 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정치권이 다 몰락할 것이다. 국민들이 패대기를 칠 것이다.

안후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나?

그렇다. 그것이 어떻게 민주당만의 일이겠나.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이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한다. 아무도 안 하면 나라도 할 것이고, 나보다 잘하는 분이 있으면 도와서라도 할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을 승리하고도 그해 12월 대선에서 분열 때문에 패배한 아주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만큼은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그것은 개인의 다짐을 넘어서 국민적 열망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부정하는 어떤 세력도 이후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문후보가 제안한 ‘공동정부론’이나 ‘책임총리제’ 등이 현실적인 단일화 방식이라고 보는가?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을 갖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만 단일화는 후보 간의 문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와 사회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총망라해 대연합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통합의 의미로 자리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치인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10년 정도 통일을 준비하는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 여기서 통일은 단순히 역사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우리의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일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정치적 역량이 얼마나 있느냐가 10년 후 우리의 삶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가장 무능한 정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쪽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한반도 경제, 한반도 평화, 한반도 통일에 좀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내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또래들, 시대를 같이 살았던 사람들이 진짜 할 수 있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도 잃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와 함께 손잡고 한반도 경제, 한반도 평화, 한반도 통일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