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경선 패배 후 박근혜 선영 달라졌다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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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후보 ‘빅3’ 선영 현지 취재 문재인·안철수 선영은 공원묘지임에도 “훌륭”

경상북도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박근혜 후보의 선영.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10월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 드라마 <대풍수>는 고려 말과 조선 개국 초기를 배경으로 이성계를 돕는 지상(지성 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고려 말 최고의 명리학자로 통하는 지상은 극 중에서 무학대사를 스승으로 받든다. 풍수지리의 대가로 ‘한양’을 조선의 수도로 정한 무학대사의 가르침을 받은 그 역시 풍수지리에 능통한 인물로 묘사된다.

비단 옛이야기만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으레 회자된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풍수이다. 세 차례나 대권 도전에 나섰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가 후보에 출마하면서 선영을 이장(移葬)했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영 역시 특혜 논란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서도 어김없이 유력 대권 주자들의 선영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선영이 있는 경북 구미시와 경남 영산시, 부산 기장군 등을 취재했다. 

박근혜 후보 선영: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살기 드러난 돌무더기 흙으로 덮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부모 묘소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반면 조부모와 증조부모를 모신 선영은 경북 구미에 있다. 지난 10월17일 현지를 방문했다. 선영은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남서쪽 직선 거리로 1km에 있다. 박후보의 선영은 다른 후보들의 선영에 비해 풍광이 뛰어났다. 해발 2백m 산 중턱에 위치한 선영에서는 구미 시내의 전경이 거의 다 내려다보였다. 이 선영에는 박후보의 증조부모와 조부모, 백부모의 묘가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로 조성되어 있다. 규모는 대략 1천1백63㎡(약 3백52평)에 이른다. 특히 2m를 훌쩍 넘는 커다란 묘비가 인상적이었다.

풍수지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박후보의 선영은 기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자연풍수지리연구소 채영석 소장은 “박 전 대통령 부부가 안장된 국립현충원 묘지의 경우 외형은 화려해도 속 빈 강정처럼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지 않지만, 선영은 다르다. 지난 2002년 칠곡군 관내동에 있던 박후보 증조부의 묘를 선영으로 이장한 후 박후보가 한나라당 대표 등을 역임할 수 있었던 것도 선영의 좋은 기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후보의 선영에서 ‘살기(殺氣)’가 엿보인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박후보의 조부모 묘 아래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중심으로 부석(浮石)이라고 불리는 돌무더기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것에 부정적인 기운이 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바위 주변의 돌무더기들은 거의 없고 대신 그 자리에 잔디가 말끔하게 깔려 있었다.

박후보가 대선 출사표를 던졌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이 선영을 여러 차례 둘러보았다는 채소장은 기자에게 “박후보가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2007년 경선 직전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는 돌무더기 주변에 흙이 흘러내려 살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기운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무렵 돌무더기들을 흙으로 덮어 살기가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 부친의 묘.ⓒ 시사저널 최준필
문재인 후보 선영 : “노무현 전 대통령 부모 묘와 흡사한 명당”

박후보의 선영에 비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선영은 소박하다. 부친이 함경남도 출신인 문후보의 선영은 북녘 땅에 있다. 현재 남한에는 부친이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하늘공원 묘지에 안장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공원묘역 안에서도 묘지 위치 등에 따라 풍수지리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16일 오후 기자가 찾은 하늘공원은 산 중턱에 조성된 천주교 공원묘지였다. 전반적인 묘역의 규모는 컸지만, 묘지는 거의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 정도로 협소했다. 그러나 풍수지리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문후보의 선영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 7월 말 문후보의 선영을 둘러본 동북아풍수지리학회 송현 회장은 “문후보 부친 묘의 지기(地氣)를 살펴보니 상당히 좋은 생기가 흐르는 명당이었다. 지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모의 묘와 똑같고, 굳이 등급을 나누자면 명당 2급지 상급인 군왕혈급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묘역 내에서 문후보 선친의 묘가 자리 잡은 위치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채소장은 “문후보 선영인 공원묘역 왼쪽의 좌백호 능선이 용처럼 굽이쳐 흐르는 강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공원묘역을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르는 주 출입로를 중심으로 문후보 선친의 묘가 좌백호 쪽에 붙어 있어 좋은 위치를 점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채소장은 “공원묘역 뒤편 산 정상 부근에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라는 점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의 선영. ⓒ 시사저널 최준필
안철수 후보 선영 : “초일류 대기업 선영과 비슷…조산의 모습 보니 단일화에 진통 예상”

부산 기장군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정도 이동하면 안철수 후보의 조부모 묘가 있는 대정공원묘원(부산 기장군 정관면 용수리 소재)이 나온다. 지난 10월16일 오후 기자가 찾은 대정공원묘원은 백운산 등을 배경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안후보의 조부모 묘는 묘역 내에서도 가장 아랫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묘지 인근에는 공장이 군데군데 있고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라서 소음이 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후보의 선영이 다른 대선 후보들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송현 회장은 “풍수지리에서는 지기가 상생인지, 상극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 우선이지 선영 주변에 공사 소음이 있다거나 공장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안후보의 선영은 완만한 땅에 조성되었고 초일류 대기업 회장의 선영 묘와 유사할 정도로 상생의 기운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채영석 소장도 “안후보의 선영 오른쪽에 있는 산의 형상이 마치 떡을 찌는 시루 모양을 하고 있어 많은 덕을 남에게 나눠주는 기운을 뿜고 있다. 크게 나무랄 것이 없는 풍수지리적 위치에 선영이 조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안후보의 선영에서 바라보이는 조산(朝山)을 두고서 안후보와 문후보의 단일화를 전망하는 풍수지리학적 견해도 있어 흥미롭다. 채소장은 “조산의 두 봉우리가 마치 다른 하늘을 보듯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안후보와 문후보가 다른 방향을 보는 것과 유사해 후보 단일화 논의가 마지막까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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