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5억원 이상 고소득자 급증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10.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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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통계연보 분석 결과, 3백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 일러스트 윤세호
대한민국 ‘부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전체 소득의 80%를 상위 30%가 차지하고 있다. 부유층의 상속세는 10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저소득층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하위 50%의 소득이 상위 2%의 소득과 비슷해졌다. 지역 간 쏠림 현상 역시 심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외쳤지만 허사였다. 자산 5천억원 이상 기업의 80%가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은 여전했다. <시사저널>이 최근 10년간 발행된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였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봉 1억원 이상 억대 연봉자는 2백% 이상 증가했다. 5억원 이상 고소득자는 3백54%나 증가했다. 재력가들은 대물림을 통해 부를 확대하고 있다. 부유층의 상속 재산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1997년 3조6천5백억원에서 2010년 7조4백6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1997년까지만 해도 토지가 전체 상속 재산의 69%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 중·후반 들어 토지의 비중이 4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토지 상속 비중이 42.87%까지 떨어졌다. 대신 유가증권이나 금융 자산의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금융 자산이 토지나 주택보다 양도 차익이 낮다. 부유층은 상속에 따른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기존의 부동산보다 주식 등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역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연 1천만원 미만 저소득자의 비율은 1백8만7천여 명이었다. 하지만 2010년 말 현재 1백93만4천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급여 소득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억대 연봉자에 해당하는 과세 표준 8천만원 이상 근로자는 2002년 2만1천명에서 2010년 15만8천7백명으로 일곱 배 이상 증가했다. 상위 2%가 전체 소득의 14%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4천만원 미만의 소득자는 2백8만여 명에서 7백30만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천만원 미만 소득자는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이들이 전체 소득의 20%만을 나눠 갖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계층이나 성, 지역 별로 ‘부익부 빈익빈’ 역시 확대되고 있다. 20~30대 소득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30세 미만 평균 연봉은 2007년 2천6백만원에서 2010년 2천50만원으로 5.5%나 급감했다. 30~40세의 연봉도 3천5백60만원에서 3천2백70만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40대와 50대 연봉은 각각 0.8%와 4.5% 증가했다. 전체 금액으로 보면 20대와 30대는 4%대 하락률을 보였지만, 40대와 50대의 소득은 각각 1%와 5.9% 늘어났다.

성별·연령별 부의 양극화도 ‘현재 진행형’

남성과 여성의 소득 편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2010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의 소득 비율은 각각 75.7% 대 24.3%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연소득 1억~2억원과 5억원 이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여성은 4천만원 이하 소득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계층별·성별 간 소득 격차 등 일부 불평등지수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심각한 수준에 속했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 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천6백84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연봉을 상회하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 대전, 경북, 울산, 경남 등이 전부이다. 특히 울산에는 현재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공장이 몰려 있다. 1인당 평균이 4천7백90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서울, 대전, 경기 순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평균 연봉을 밑돌고 있다. 이 중에서도 충북과 대구, 제주도는 평균 연봉이 가장 낮았고, 전남과 전북, 광주 등은 2007년에 비해 하락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균형 정책에도 대기업 수도권 쏠림 현상 여전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은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연보에 따르면 전국 법인 수는 최근 20년간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사업장을 둔 법인은 전체의 58.98%나 되었다. 수도권의 법인 수는 20년 전인 1993년에도 57.87%에 불과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 말기인 1997년에는 55.58%로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말인 2001년에 60.17%까지 치솟았다. ‘닷컴 붐’을 계기로 수도권에 IT 기업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과 경기도, 충북, 전라북도, 경상남도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법인 수가 감소했다.

참여정부 들어 국토의 균형 발전 구상이 본격화되었다. 지난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대구 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무주와 태안, 충주 등 6개 도시에 기업도시가 조성되는 사업이 추진되었다. 공공 기관의 지방 이전이나 세종시 건립 계획도 발표되었다. 세종시 계획 발표 이후 대기업의 이전이 늘어나면서 충남의 법인 수는 전체 법인의 2.58%에서 3.37%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감소 추세였다.

MB(이명박 대통령) 정부 들어 지역 쏠림 현상은 많이 줄어들었다. 부산과 대구, 강원도 지역의 법인 수가 소폭 하락했지만, 나머지 지역의 법인 수는 늘어났다. 그런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못하다. 현 정부 들어 1천억원 이상 수익을 내는 기업의 수도권 점유율이 26.4%나 상승했다. 자산 규모로 보면 39.4%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자산 규모 5천억원 이상인 기업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국내 1천대 기업의 지역 점유율은 해마다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있다. 소기홍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은 최근 기고에서 “이른바 낙수 효과를 과신한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 재정을 투입한 것이 지역 간 양극화를 키웠다. 세금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비수도권 지역 몫으로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2010년 대한민국 최고 부촌은 ‘강남’ 

이번 조사와 관련해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부의 대물림 척도인 상속세와 증여세 실적 순위에서 서울 강남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에는 현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등이 살고 있다. 성북동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살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에는 전통 부촌인 서울 성북동과 한남동 관할 세무서가 관련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주요 재벌들은 지난 2005년 전후로 2세들에게 대거 주식을 증여했다. 이에 따라 성북동과 한남동 관할인 성북세무서와 용산세무서가 전국 세무서 중에서 1위를 번갈아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에는 강남과 역삼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강남세무서의 상속세와 증여세는 각각 7백59억원과 1천4백71억원이었다. 역삼과 반포, 삼성이 각각 3위와 4위, 7위를 차지했다. 전통 부촌 중에서는 용산이 2위를 차지해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 2010년에 가장 세금을 많이 거둬들인 곳은 서울 영등포세무서와 남대문세무서 순으로 나타났다. 영등포세무서는 여의도에 위치한 증권사와 은행 등이 낸 증권거래세 12조3천4백억원을 거두어 1위를 차지했다. 영등포세무서의 실적은 같은 기간 광주나 대전 등 웬만한 광역시 수입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남대문세무서는 11조1천94억원을 거둬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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