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물질 취급 업체, 전국에 4천8백개 있다
  • 이승욱 기자·윤고현 인턴기자 ()
  • 승인 2012.10.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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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는 유독 물질의 피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었다. 전국 각지에는 이처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유해 물질 취급 업체가 산재해 있다. <시사저널>이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유해 물질 취급 업체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구별로는 부산시 사상구에 가장 많은 업체가 모여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언제든 위험천만한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이들 업체의 분포 현황을 공개한다.

유해 물질 취급 업체가 있는 경기도 소재 한 공장. ⓒ 시사저널 박은숙
실로 가공할 위력이다. 지난 9월27일 경북 구미의 화공업체 휴브글로벌의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고 당시 인적 피해(현장 근로자 다섯 명 사망)뿐만 아니라, 한 달 새 불산 피해 치료를 받은 사람만 1만1천여 명에 이른다. 그들 중에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 등도 있지만, 대다수는 휴브글로벌 인근 주민들이었다.

피해 주민들은 “불산처럼 무시무시한 유독 물질 제조업체가 마을 근처에 있는지조차 몰랐다”라고 입을 모았다. 독극물로 분류되는 불산을 다루는 업체 인근 주민들에게 사전에 설명하기는커녕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던 셈이다.

비단 구미 불산 누출 사고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는 만약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역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유해 물질 취급 업체가 산재해 있다. 이들 업체는 주로 산업단지 내에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휴브글로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거주지와 인접해 있는 경우도 많다. <시사저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실로부터 전국 4천8백22곳의 ‘취급 제한·금지 물질 취급 업체’ 명단 자료를 입수했다. 환경부 산하 일곱 개 지방 환경청에서 작성한 자료이다. <시사저널>은 이 자료를 토대로, 환경법상 유해물질을 다루는 업체들의 시·군·구별 분포 현황을 분석했다.

환경부는 각 지방 환경청별로 관내 취급 제한·금지 물질 취급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다.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르면 ‘취급 제한 물질’은 특정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 위해성이 크다고 인정되어, 제조와 수입, 판매, 보관·저장, 운반 또는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관계 중앙 행정 기관의 장과 협의해 지정·고시한 화학물질을 말한다. ‘취급 금지 물질’은 위해성이 크다고 인정되어 모든 용도로 제조, 수입, 판매, 보관·저장, 운반 또는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역시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한 화학물질을 말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4천8백22개 업체(전체 사업자 5천1백64개 중 일부 중복·폐업 시 제외)가 취급 제한·금지 물질 취급 업체로 등록되어 있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는 유해 물질 취급 업체는 전국적으로 2천8백86개가 있었지만, 2011년 6월부터 소규모 페인트 판매업(대리점 등)도 허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2012년 8월 현재 전체 사업자는 5천1백64개로 불어났다.

<시사저널>의 분석 결과에 따라 우선 광역별로 업체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유해 물질 취급 업체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이 1천1백62개(2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이 7백41개(15.4%)로 나타나 전국의 유해 물질 취급 업체 중 4분의 1가량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었다. 이어 부산 5백15개(10.7%), 경남 3백73개(7.7%)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시·군·구별로 보면, 1백46개 업체가 있는 부산시 사상구가 전국에서 유해 물질 취급 업체가 가장 많은 시·군·구로 분석되었다. 부산시 사상구의 경우 부산시 전체 유해 물질 취급 업체 중 28.3%를 차지한다. 이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가 1백4개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 내에서도 영등포구에 1백2개, 강남구 59개, 서초구 48개 업체가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 지역 업체들은 주로 ‘수입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탓에 해당 물질들을 창고에서 일정량 운반해 판매하므로 서울 지역에 등록된 업체 사무실 안에서 직접 취급 제한·금지 물질을 다루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 중 세 번째로 유해 물질 취급 업체가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경기도 시흥시와 서울시 영등포구에 1백2개 업체가 등록되어 있었다. 다음으로는 울산 남구에 75개 업체가 있어 5위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등록 업체 수에서 4위를 차지한 경남 지역 3백73개 업체 중 71개 업체(19%)는 김해시에 모여 있었다. 다음으로 양산시에 57개(15.3%), 창원시 의창구에 46개(12.3%)가 등록되어 있었다.

전국 유해 물질 취급 업체의 6.2%가 모여 있는 대구의 유해 물질 취급 업체 2백99개 중 74개 업체(대구 내 24.7%)는 대구 북구에 몰려 있다. 다음으로는 서구에 61개 업체, 달서구에 55개 업체가 등록되어 있었다.

불산 가스 누출 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농가 현장. ⓒ 시사저널 최준필
“지역민에게 해당 업체 정보 공개되어야”

사고가 발생하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유해 물질 취급 업체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지만, 구미 불산 누출 사고와 마찬가지로 정보 공개 실태는 열악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85%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유해 물질 취급 업체에 대한 환경 당국의 관리가 부실하고 화학물질 사고 관련 장비 및 소모품의 내구 연한 초과율도 높은 것으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환경청의 취급 제한·금지 물질 취급 업체 지도·점검 현황에 따르면, 영산강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여섯 개 지방환경청의 유해 물질 취급 업체 점검률이 26.6%, 적발률은 4.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수미 의원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의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시스템(PRTR)’을 통해 환경부 조사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만 해당 공장이 특정 유독 물질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사업장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공개 의무에서 예외가 되기도 한다. 업체가 주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의 사각지대가 있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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