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생회 선거에 손 내민 친박 모임
  • 윤고현 인턴기자 ()
  • 승인 2012.10.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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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모임 ‘서강바른포럼’, 대학 학생회 선거 개입 의혹

2010년 4월15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개교 50주년, 특별한 서강 비전 선포의 밤’ 행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동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0년 12월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음식점 거구장 신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서강바른포럼’(공동회장 신방 69학번 이윤선, 전자 71학번 김철규) 송년회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전자공학 70학번)가 축사를 하기 위해 나오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KBS PD 출신인 이윤선 회장은 “몸집이 작은 서강이지만, 안으로 다지고 밖으로 알려서 또 다른 르네상스를 펼치려고 한다. 그 기반은 서강바른포럼이다”라고 강조했다. 서강바른포럼은 국민희망포럼, 국가미래연구원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3대 외곽 조직 중 하나로 통한다. 서강대 출신 60학번부터 2011학번까지 구성원이 다양하고 다수의 교수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강바른포럼에 속한 대학생들의 모임이 ‘바른클럽’이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해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2월 대선과 맞물려 총학생회 선거와 관련해 이 클럽이 서강대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바른클럽’ 학생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강대 내에서 ‘친박 학생회’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총학생회장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강 아무개씨는 지난해에 바른클럽 산하 기구 ‘바른교육’의 대표로 활동했다. 

포럼과 ‘시너지 선본’ 관계 공공연히 퍼져

총학생회 전 관계자는 “(바른클럽과 서강바른포럼과의) 네트워크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강 아무개씨가) 지난 여름 방학 때부터 바른클럽 소속 학생들과 부쩍 잦은 만남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서강대 교정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강씨가 펼치는 서강역을 서강대역으로 고치자는 운동에 대해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해서 공론화시키고 있다. 마치 그것이 학생들에게 굉장히 큰 이익을 안겨줄 것처럼 꾸미는 등 다분히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강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서강바른포럼 선배들과는 현재 관계가 거의 없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서는 입장에서 동문이 (대통령이) 되면 (내년에 총학이 활동하는 데에) 수월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강대 내에서 강씨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는 지난해 11월 총학 선거 때 불거진 여러 의혹 때문이다. 당시 서강대 총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한 워크숍에서는 “대박(대통령 박근혜)!”이라는 건배사가 울려퍼졌다. 이 워크숍은 서강대 동문들이 나서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친박 학생회를 조직하고자 한 첫 움직임이었다. 여기서 조직된 ‘시너지 선본’은 지난해 친박 인사들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며 총학 선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도 당시 ‘시너지 선본’에서 활동했다.

서강바른포럼과 ‘시너지 선본’의 관계는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 자신을 서강대에서 경제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재학생의 블로그에는 2011년 선거 당시 총학 후보들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다. 여기서 기호 2번 ‘시너지 선본’의 강 아무개 후보(앞서 강씨와 동명이인)에 대해 ‘강○○ 정후보가 활동하고 있는 바른포럼(서강바른포럼 및 바른클럽을 지칭)은 명목상 정치 단체는 아니지만 소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선본은 ‘운동권이 아니다’의 ‘비권’이라기보다 ‘운동권에 반한다’는 의미의 ‘반권’에 가깝지 않나 여겨진다’라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학교 학생들은 ‘객관적인 현 상황을 직시한 글’ ‘선거와 관련한 일목요연하고도 정확한 글에 놀랐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시했다. 시너지 선본은 지난해 11월 중순 진행된 선거에서 총 재적 인원 7천7백13명 중 1천2백52명의 표(46.5%)를 받아 1천4백9표(52.3%)를 얻은 범PD 계열 ‘와락 선본’에 간발의 차로 총학생회장 자리를 내주었다.

그런데 이 선거 과정에서 정치권의 친박 인사들이 실제 시너지 선본측에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 총학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관계자가 직접 와서 총학생회 선거를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 서강대 근처 ‘ㄱ부페’를 시너지 선본을 위해 빌려주기도 했다. ㄱ부페는 ‘서강바른포럼’의 이름을 딴 새로운 업소명을 달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 뷔페 식당은 업종을 바꿨으나, ‘서강바른포럼’의 이름을 딴 간판은 그대로 남아 있다. ㄱ부페 사장은 “지난해(가을)에는 학생들이 많이 모이더니 올해는 뜸하다. 지난해에는 자주 모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입수 문건에 “외부 지시 있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시너지 선본의 한 내부 관계자가 작성한 문건을 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그는 ‘바른클럽은 동문들이 박근혜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원하기 위해 조직한 ‘(서강)바른포럼’의 지도로 만들어진 학부생 조직이다. 명목상 선후배 멘토링 사업을 한다고 내세웠지만, 실상은 박근혜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며 친박계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한 조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1년 7월 내내 선본 회의를 정례적으로 진행했으나, 바른포럼 친박 동문이 매번 참석해서 지시를 내렸다…. 대학생다운 학생회와 대학생다운 선거 문화를 생각해볼 때, 시너지 선본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학생 사회에 접근해온 외부의 정치적 집단, 이른바 (사회에서) 성공하고 잘나가는 바른포럼 동문들의 금전·조직적 후원, 오로지 당선만을 위한 급박한 후보자 구성,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선거를 공식적인 통제 안에서의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로써 접근하는 자세가 과연 대학생다운가? 대학생다운 학생회 선거인가? 대학생다운 학생회가 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서강바른포럼 활동을 통해 친박 학생회 선본을 조직하고 선거를 지시한 당사자로는 서강대 동문인 이 아무개씨가 지목되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20~30대 젊은 층을 조직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박근혜 팬클럽의 임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지난해 시너지 선본의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섰던 강 아무개씨는 <시사저널> 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 그곳(ㄱ부페)에서 선본 사람들과 자주 밥을 함께 먹었을 뿐이다. 선배가 사줬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바른클럽을 탈퇴한 상태이며 학내 다양한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공격에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 아무개씨 또한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까지는 했지만, 현재는 (서강)바른포럼 활동을 하지 않는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강 아무개씨와는 아는 사이이다. 그 이외에는 아는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ㄱ부페에 대한 물음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강씨 또한 “이 아무개 선배가 지시를 내렸다거나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었어야 했다. 그저 동문 선배로서 도와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전 서강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같은 학내 논란에 대해 “대선은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다. 대학생이라고 안전지대일 수 없다. 물론 동문 선배들을 만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특정 정당에 소속된 선배들만 만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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