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 부지, 실제 땅 주인 따로 있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10.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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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20-30, 20-17번지 소유주 놓고 명의신탁 의혹 제기돼

내곡동 사저 부지. 담장에 쇠창살 등 철망이 위협스럽게 설치되어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10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에 소환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시형씨는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1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내곡동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일부를 대통령 경호처에 부담하게 해 국가에 손해를 입혔고 △이대통령이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었다(명의신탁)는 것이 시형씨가 받고 있는 의혹의 핵심이다.

시형씨에 이어 그의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도 곧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시형씨는 검찰 조사 때 부지 매입 자금으로 자신이 조달한 12억원 중 6억원을 이회장 자택에서 현금으로 가져와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 돈의 출처나 운반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여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회장의 부인이자 시형씨의 큰어머니인 박 아무개씨에게는 이미 출석을 요구한 상태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유 아무개씨에 ‘증여’

특검팀이 의욕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내곡동 부지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 가운데 시형씨와 경호처가 매입한 내곡동 20-30번지 땅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 이대통령이 이 땅을 사실상 서울시장 재직 중 명의신탁을 통해 보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야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형씨는 지난해 5월13일 내곡동 20-30번지의 지분 62분의 36을 매입했고, 경호처는 5월25일 나머지 지분을 사들였다. 전소유주는 내곡동 한정식집 ‘수양’의 주인인 유 아무개씨이다. 유씨는 같은 해 5월13일 시형씨에게 수양이 위치한 내곡동 20-17번지 땅을 매매하기도 했다.

의혹은 내곡동 20-30번지의 소유권이 유씨에게 이전되는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유씨는 지난 2010년 1월15일 박 아무개씨로부터 이 땅을 ‘증여’받았는데, 박씨는 현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에서는 박씨가 유씨에게 내곡동 20-30번지를 증여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땅의 지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2004년 12월20일과 2005년 1월20일, 두 번에 걸쳐 내곡동 20-30번지를 매입했다. 당시 공시지가는 단위 면적(m²)당 17만3천원(2005년 1월1일 기준)이었다. 그러나 2006년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2010년에는 1백46만원까지 급등했다. 2012년 현재 공시지가는 2백1만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땅을 증여하지 않고 지금까지 놔두었다면 10배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내곡동 20-30번지는 유씨 소유의 한정식집 수양이 위치한 20-17번지를 에워싸고 있다. 인접한 도로에서 수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20-30번지를 지나가야만 한다. 이 땅이 수양의 정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으로, 유씨가 한정식집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 땅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박씨는 실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이 땅을 유씨에게 팔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박씨와 유씨가 ‘특수관계인’이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는 박씨의 입장을 듣고자 지난 10월25일 연구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박씨는 “할 말이 없다”라며 접촉을 피했고, 이후 전화 통화로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씨는 “유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유씨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의 이와 같은 해명은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금싸라기 땅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남에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넘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10월25일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박씨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유씨에게 증여를 했다. (박씨가 땅을 매입할 당시) 백용호 청와대 정책특보가 시정개발연구원장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즉, 이대통령이 당시 서울시장으로 근무하면서 백연구원장을 통해 박씨의 이름으로 내곡동 20-30번지를 차명 소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땅의 그린벨트가 해제된 시점 역시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6년이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실제 거래는 매매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중개인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증여를 선택한 것뿐이다. 유씨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소유권을 이전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씨는 매각 대금이 얼마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박씨는 “말도 안 되는 의혹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 필요하다면 보도자료를 뿌려 해명하겠다”라고만 답했다.

지목 변경된 시점도 이해하기 어려워

차명 소유 의혹이 나오면서 박씨가 내곡동 20-30번지를 사들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씨가 20-30번지를 사들였을 당시 이 지역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개발 호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 땅은 길쭉하게 늘어진 직사각형 형태라 어떤 용도로도 거의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땅의 지목은 ‘전(田: 밭)’으로 농지법 제8조가 적용되는 용지이다. 따라서 농지법상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이 필요하므로, 농민이 아닌 박씨가 살 수 없는 땅이다. 박씨가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받기 위해 허위로 농작물 경작 계획을 올렸을 가능성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 땅에 연립주택을 지어 지인들과 어울려 살 생각으로 구입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내곡동 20-30번지는 62m²(약 19평)에 불과해 연립주택을 지을 수 있는 규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얘기이다.

박씨에 대한 명의신탁 의혹은 자연히 유씨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유씨 명의의 내곡동 20-17번지 역시 실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수양은 ‘2011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에 지정되었다. 이것으로 볼 때 유씨는 2011년에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돌연 6월께 사업을 정리했다. 더구나 유씨는 80억원을 호가하는 부지 터를 54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라며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유씨가 지목을 변경한 시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곡동 20-30번지와 20-17번지의 지목은 시형씨에게 매매가 완료된 후 ‘전’에서 ‘대(垈: 집터)’로 변경되었다. 매매가 이루어지기 전에 지목을 변경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유씨는 땅을 판 후에 지목을 변경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에서는 내곡동 부지의 차명 소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경호처에서 지불했다는 42억8천만원의 용처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가 있는지, 혹은 실제로 돈이 넘어갔는지 여부만 밝혀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 관련자인 유씨는 현재 미국으로 출국해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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