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냐, 진보냐? 내 아이의 정치색 부모가 만든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11.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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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 방식에 따른 정치 성향 결정론 나와

ⓒ 일러스트 김세중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행보가 한층 빨라졌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빅3’ 후보는 연일 정책 비전을 내놓으며 민심을 잡기 위한 표심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당의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인가는 뜨거운 관심사이다. 유권자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12월19일이면 판가름 난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유독 정치색에 따라 편 가르기가 시작된다. 세계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정치색은 우파와 좌파, 즉 보수냐 진보냐로 나뉜다. 이러한 정치색은 투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대통령을 뽑을 때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 비전보다는 진보 정당 사람이냐, 보수 정당 사람이냐를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왜 그럴까. 한 개인의 이같은 정치적 성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부모와 아이가 대등한 입장에서 훈육했다면 ‘진보 성향’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유럽에서 처음 나왔다. 1789년 프랑스혁명 직후 국민회의가 소집되었을 때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혁명의 중심 세력인 공화파가, 오른쪽에는 국왕을 지지하던 왕당파가 앉았다. 공화파가 의회를 장악한 뒤에도 여전히 급진적인 자코뱅파 의원과 보수적인 지롱드파 의원은 좌우를 갈라 앉았다. 여기서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싹텄다.

누구에게나 정치색은 있다. 그런데 보수냐 진보냐 하는 한 개인의 정치 성향은 어려서부터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이다. 미국 어반 샴페인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크리스 프랠리 교수팀이 그 연구의 주인공이다. 프랠리 교수팀에 따르면, 부모가 훈육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렸을 때부터 한 아이의 정치 성향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를테면 부모가 권위적으로 훈육했다면 그 아이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자라게 되고, 부모가 아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훈육했다면 진보적 성향의 사람으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진보적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게 된다. 물론 선천적인 기질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 배우고 자랐는지에 따라 한 아이의 정치색이 결정되어가고, 그 성향은 18세가 되면서부터 드러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랠리 교수팀이 조사한 대상은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연방아동보건인간개발연구소(NICHD)에 등록된 아이들 7백8명이다.

한편 뉴욕 대학 심리학과 데이비드 아모디오 교수팀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뇌가 서로 다른 ‘신경 인지 체계’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아모디오 교수팀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정치적 성향은 ‘갈등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 차이에서 빚어졌다’는 가정 아래, 실험 참가자 43명을 극좌파부터 극우파까지 10단계로 나눈 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힌 후 신호 버튼을 누르게 하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그들의 뇌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측대상피질이라고 불리는 뇌의 영역이 진보주의자의 경우 보수주의자보다 두 배나 더 활성화되었다. 전측대상피질은 낯선 상황에 처했을 때 예전 행동을 고집할지 아니면 변화를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갈등 처리’ 영역이다. 결국 진보주의자의 뇌가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면 보수주의자의 뇌는 익숙한 습관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

이번 프랠리 교수팀의 연구는 어린 시절에 받은 부모의 훈육 방식이 상당히 중요함을 나타낸다. 이는 정치 성향에만 한정되지 않고 낙태나 사형 제도 같은 문제에도 개인의 성향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부모의 성품과 교육 또한 자식에게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또, 프랠리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공포심이 더 많은 아이가 보수적인 면을 띠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체 반응이 진보나 보수 같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 더글러스 옥슬레이 교수팀 또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 진보적인 사람보다 갑작스런 위험에 무의식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내용을 밝혔다.

옥슬레이 교수팀은 미국 링컨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보수적인 정책을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과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 46명을 모집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 모두에게 피부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한 뒤, 평범한 토끼 사진들 가운데 피 흘리는 사람 사진을 몰래 섞어 보여주었다. 사람은 깜짝 놀라면 피부에 땀이 흘러 전기 전도도가 상승한다. 또 눈 아래 근육에 움직이는 센서를 붙이고 갑자기 큰소리를 내 실험 참가자를 놀라게 한 뒤 눈을 깜빡이는 근육의 강도 변화를 측정했다.

보수적인 사람이 공포심 더 많은 까닭

실험 결과 보수 성향의 사람은 피 흘리는 사람의 사진을 보았을 때 피부의 전기 전도도가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네 배나 크게 변했다. 게다가 보수 성향의 사람은 깜짝 놀랐을 때 눈을 깜박이는 근육의 변화도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3.5배나 많았다. 그러나 활동적이거나 집중력이 좋으면서 진보적인 면을 띠는 사람들은 공포심보다는 민주적인 가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좌파냐 우파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꿈을 꾸는 내용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파이거나 극우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악몽을 꾸는 경우가 많고, 좌파이거나 극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은 연속된 스펙트럼 같은 비몽사몽의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포심을 많이 느끼는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현실 세계에서 겪는 위험이나 위협이 반영된 것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의 경우 우리와 남의 경계가 모호한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요소가 너무 많아 사실 이들 연구 결과만을 가지고 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랠리 교수팀의 이번 실험은 먼저 부모의 훈육 방식을 조사했고, 나중에 어른이 된 그들 자녀의 정치 성향을 따로 알아보았기 때문에 믿을 만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사회나 그 사회가 안정되고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공존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하고 경쟁할 때 균형 잡힌 사회를 이룰 수 있다. 보수는 현 단계에서 왜 경쟁이 더 필요한지, 진보는 왜 협력이 더 중요한지를 유권자에게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그 사회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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