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후 한국, 경제 대국 오른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11.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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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이 매체가 얼마 전 출간한 단행본 <메가체인지, 2050년 세계>를 통해서다. 이 책은 2050년에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일본보다 두 배 가까이 많게 늘어나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나 투자 솔루션업체 프로비타스 등도 한국이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가 되리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이 예측하는 한국의 미래상을 들여다보았다.

 

ⓒ 일러스트 권오현
‘한국인은 2030년 독일·프랑스·일본 사람보다 소득이 많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 일본 GDP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2050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보다는 두 배 이상 많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8월 출간한 단행본 <메가체인지, 2050년 세계>에서 예상한 한국의 미래상이다. <이코노미스트>뿐만 아니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투자 솔루션업체 프로비타스, 미국 상업은행 씨티은행이나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까지 한국이 세계 최고 부자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강대국의 흥망> 저자이자 영국 출신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한국은 2050년 1인당 GDP 세계 2위 국가로 성장해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 편집인이자 세계 전망 단행본 편집자인 다니엘 프랭클린과 <이코노미스트> 30년 경력 기자 존 앤드루스는 미국 표준 방식으로 구매력 평가 지수에 기초해 7개 대륙과 12개 국가의 1인당 GDP를 산출했다(도표 참조).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10년 6천3백10달러에서 2030년 8천7백80달러, 2050년 1만5백 달러로 치솟는다. 세계 평균치는 2010년 2천2백70달러에서 2030년 3천30달러, 2050년 4천2백30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독일은 2030년 8천2백90달러, 2050년 8천7백70달러에 머물렀다. 일본은 2050년 5천8백30달러, 중국은 5천2백30달러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교해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앞으로 40년간 급성장할 지역은 “아시아”

프랭클린과 앤드루스는 앞으로 세계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고 가정하고 2050년 세계 경제를 예측했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코노미스트> 계열사로, 국가별 경제 환경 분석 기관)가 추정한 2010~30년 GDP 예상치를 저자가 2050년까지 확장했다. 이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 GDP는 2010~50년에 연간 3.7% 성장한다.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연간 3.3%이다. 앞으로 40년 동안 1인당 실질 GDP가 가장 급성장하는 지역은 아시아(4.7%)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인다. 중국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2010~50년 2.3배 오른다. 인도의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같은 기간 3.86배 상승한다. 한국은 66.4% 성장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1만 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일본의 1인당 실질 GDP는 19%가 줄어든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같은 서유럽 국가들은 소폭 상승하거나 정체에 빠진다.

미국 투자 솔루션 제공업체 프로비타스파트너스(프로비타스)도 <이코노미스트>와 비슷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프로비타스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사모펀드 데스크북 2011’에서 ‘한국의 총 GDP는 2050년에 전 세계 13위 수준까지 늘어나고, 1인당 GDP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비타스는 2010년 말 전 세계 1백80개 투자자를 상대로 유망 투자 국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를 ‘MIKT’라고 칭하고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로 분류했다. 프로비타스는 2050년의 한국 GDP를 추정하면서 세계은행과 골드만삭스 전망치에 기초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5년부터 줄곧 ‘한국의 1인당 GDP가 세계 2위에 오른다’고 발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에 발표한 보고서 ‘N-11, 약성어 이상의 의미(The N-11, More Than an Acronym)’에서도 ‘한국 1인당 GDP는 2050년 9만 달러를 넘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은 6만7천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독일은 6만8천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2050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1인당 GDP는 5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성장 환경 지수(GES)를 기준으로 국가별 성장 잠재력을 평가한 뒤 ‘한국과 멕시코가 2050년까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견줄 만한 경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한국, 인구 크게 줄고 고령화도 더 빨라져

미국 씨티은행과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는 공동으로 작성한 ‘자산 보고서(wealth report)’에서 ‘한국인은 2050년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에 이어 세계 4위 부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1인당 GDP는 2050년 10만7천7백52달러로 10만8천 달러에 그친 미국을 제치고 4위에 오른다.   

‘미래 부국’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전 세계 인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10년 5천만명을 넘어서고, 2020년 4천9백33만명으로 줄어들었다가 2050년 4천2백34만명까지 감소한다. 일본 인구도 2009년 1억2천7백51만명에서 2050년 9천5백15만명까지 줄어든다. 이에 반해 세계 인구는 2010년 68억9천6백만명에서 2050년 93억명으로 폭증한다.

인구가 줄어든 첫 번째 원인은 낮은 출산율이다. 한국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으리라 예상되는 출생아 수(신생아 출산율)는 1.24명에 불과하다. 세계 2백22개 국가 중 여섯 번째로 적다. 인구 감소는 노동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인구는 2010년 3천3백만명에서 2050년 2천2백만명으로 감소한다. 노동 인구가 무려 33%나 줄어드는 셈이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2017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든다. 생산 가능 인구는 2012년 3천6백54만명에서 2060년 2천1백87만명까지 감소한다”라고 추산했다.

이에 반해 기대 수명은 크게 늘어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 수명’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2050년에 87.4년까지 늘어난다. 2010년에 이미 80.8년으로 늘어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보다 1년 더 길다. 이로 인해 한국은 노인들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2017년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14% 이상), 2026년 초고령 사회(20% 이상)에 진입한다. 2060년에는 인구 10명당 4명이 노인이고,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하는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은 2040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싸이, 레이디 가가
21세기에 가장 특이한 문화 현상은 음악의 공유이다. 초고속 통신망(광대역 네트워크)이 구축되면서 전 세계 음악인들은 자기가 작곡하거나 부른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나 아이튠스에 올린다. 음악 애호가는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 곳곳에서 녹음된 음원이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기술적 제약은 사라졌다. 한국 가수 싸이가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가 한국어 노래 <강남스타일>을 순식간에 전 세계인의 인기곡으로 만들었다. 영국 가수 아델이 부른 영화 <007 스카이폴> OST는 갖가지 음원 사이트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거쳐 전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미국 가수 스티비 원더가 노래했듯이 ‘음악은 우리 모두가 이해하는 언어로, 그 안에 세계 자체를 지니고 있다’가 맞는 듯하다.

<메가체인지, 2050년 세계>의 저자 프랭클린은 ‘스티비 원더는 틀렸다’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언어로 부르는 현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 음악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지, 인터넷에서 음악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는 현상이다. 브라질은 인터넷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은 나라이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브라질 음반 매출의 59%는 브라질 현지 음악 판매에서 나온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터넷 통신망이 잘 보급되어 있는 나라이다. 아시아에서는 K팝 인기가 상당하지만, 한국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않는다. 그러나 브라질처럼 한국 내 음반 시장 72%는 한국 음악이 점유하고 있다. 세계화가 가속화하고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싸이나 레이디 가가 같은 팝스타는 앞으로도 나타나겠지만, 늘 그렇듯이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정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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