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α ‘감동 단일화’ 함수 풀이
  • 감명국·안성모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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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선은 이제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으로 진입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나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단일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당이라는 조직을 두고 있는 문후보측은 국민 경선을 선호하고, 지지율에서 다소 앞서는 안후보측은 여론조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후보 단일화에 대처하는 양 후보측의 셈법과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떠한지 알아보았다.

10월29일 골목 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 대표자 대회에 참석한 문재인(오른쪽)·안철수 후보. ⓒ 연합뉴스
“지금의 대선판을 잘 읽으려면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주목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최근 기자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야기를 나누다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의 대선 정국에서 완전히 비켜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인사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이장관은 70을 바라보는 5선의 노회한 정치인이다. 젊은 시절 재야 운동권에서 투사로 뛰었고, 원내대표와 장관을 지냈고, 정권의 2인자 소리도 들어봤고, 여권 최대 계파의 수장 노릇도 했다. 그런 그가 지금 대선 정국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 뭔가.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이다. 지금 마당에 무슨 생뚱맞은 짓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치판의 흐름이나 시대의 흐름을 읽는 그의 감각은 탁월하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개헌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다음 정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그는 본능적으로 읽고 있다.”

물론 이 인사는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관계여서 개인적인 견해나 이해관계가 다분히 포함된 의도적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의원이 최근 장외(場外)에서 ‘개헌 전도사’임을 자처하고 나서며 개헌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일련의 행보와 지금 대선 정국이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는 이미 개헌 가능성을 하나의 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아닌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가 더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야권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박후보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의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대선용으로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개헌 이슈 선점 둘러싸고 여야 긴박한 움직임

그가 말하는 ‘야권의 움직임’은 바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말한다. 친박 진영의 한 전략가는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위해 단순한 공동정부론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과 책임총리를 명확히 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새 정부 섀도우캐비닛이 그것이다.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비해야 한다”라고 경계했다. 여권에서 먼저 개헌론의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민은 있다. 앞서의 전략가는 “야권에서 단일화에 성공한 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철폐하고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대폭 분산시키겠다는 쪽으로 나오면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실제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쪽이 내치(內治) 권한을 부여받는 책임총리로 지목받으면서 사실상의 러닝메이트식으로 나선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라고는 정·부통령제가 고작인데, 그것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야권의 그런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대형 카드에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최근 각 여론조사 기관들이 내놓는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면, 다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40~45%,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각각 20~25% 사이를 오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야권의 문후보와 안후보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도 50%를 넘지 못한다는 점이고, 박후보와의 차이도 오차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단순히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것만으로는 야권의 대선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되었을 때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탈 표’를 최대한 줄여야 할 묘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실제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 문재인’ 또는 ‘박근혜 대 안철수’의 단순 구도로는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지만, ‘박근혜 대 문재인+안철수’ 구도로는 필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략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단순히 단일화 자체로만 그치지 않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극적인 ‘감동 시나리오’가 야권에서 준비되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의 김대중-김종필 후보 단일화,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는 너무나 이질적인 성격의 후보 간 극적 단일화였기 때문에 그 상승 효과가 엄청났다. 하지만 지금의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는 그 정도의 극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평론가의 공통된 견해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단일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의 단언이다. 이미 양 후보 진영이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단일화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협상이 본격화하면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론 정당이라는 조직을 갖춘 문후보측은 국민 경선을 선호하고, 지지율에서 다소 앞서는 안후보측은 여론조사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문후보측은 하루라도 빨리 단일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반면, 안후보측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단일화에 나서려는 모양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후보가 독자 출마할 가능성을 남겨두기도 하지만, 그 가능성을 작게 보는 이들이 많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1987년 YS와 DJ가 단일화에 실패해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두 정치인이 욕을 먹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듬해 총선이 있었다. 대선에 패하더라도 총선에서 승리해 정치 기반을 다시 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 이후에는 당분간 별다른 정치 이벤트가 없다. 안후보가 독자적으로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기보다는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셈이다”라고 전망했다.

“결국, 담판이 가장 아름다운 구도”

문제는 단일화 이후라는 지적이다. 후보 단일화만 하면 승리한다는 ‘단일화 필승론’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지층 이탈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문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강한 안후보 지지층의 이탈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안후보로 단일화할 경우에도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고스란히 가져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1+1이 온전히 2가 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1.7~1.8 이상은 되어야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쉽지 않다.

결국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양쪽 지지층의 이탈을 막는 한편,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양 캠프 진영에서도 감동을 주는 단일화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깊다. 단일화 중재자로 거론되어온 조국 서울대 교수는 “담판을 통해 어느 한 쪽이 양보하는 것이 제일 아름답고 정말 감동 있는 단일화의 모습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단일화 과정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정당 기반이 없는 안후보에게 양보하라는 얘기와 같은 것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되며 성사 가능성을 작게 보았다. 그러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100%이다. 만약 민주당이 손학규 후보였다면 (단일화가) 어려울 수 있지만, 문재인 후보이니까 단일화는 가능하다”라며 문후보가 양보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담판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양쪽 캠프 진영이 이미 짜임새 있게 채워지고 있어서 갈수록 담판의 여지가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망했다. 결국 어느 한 쪽이 모든 것을 다 갖고, 다른 한쪽은 다 잃는 ‘All or Nothing’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공동정부론이 다시 설득력 있게 부각된다.

민주당 비주류 진영의 한 전략가는 “박근혜 대 안철수 대결 구도로 가면 ‘과거 대 미래’의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지만,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로 가면 ‘민주 대 반민주’의 프레임으로 가야 할 것이다. 솔직히 전자가 후자보다 시대정신에도 더 맞고, 유권자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설 수 있는 매력적인 호재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 전략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지금의 흐름이 결코 우리에게는 좋지 않다. 김한길 최고위원이 엊그제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하고 나선 것도 이런 심상찮은 흐름을 감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당내 분위기가 상당히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만약 섣불리 여론조사도 좋다는 식으로 단일화에 나섰다가 저쪽으로 공이 넘어가버리면 당은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만일에 대비해서 책임총리제를 명시화하는 공동정부론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All or Nothing’과 같은 모험은 피할 것”

민주당 주류 진영에서도 문후보가 제안했던 공동정부론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개헌 논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면서도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공동정부론이 단순히 자리 나눠 먹기로 비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현실화 방안을 좀 더 내놓아야 한다. 문후보가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는 만큼 정권을 잡았을 경우 인물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인물을 중용할지 공동으로 밝힐 경우 지지층의 결집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한길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지난 2002년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 때 김한길 의원이 당시 단일화에 부정적인 노무현 후보에게 ‘정몽준과 따로 가면 어차피 100% (이회창 후보에게) 진다. 그러나 단일화에 응하면 50%의 확률은 있지 않나’라고 설득해서 노후보의 마음을 움직인 적이 있다”라고 비화를 공개했다.

2002년 대선 후보 단일화의 추억은 여러모로 올해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에 좋은 교본이 되고 있다. 그 당시에는 단일화 자체에만 매달린 탓에 연대에 대한 논의도 미약했고, 결국 막판 ‘지지 철회’라는 돌발 상황을 낳기도 했다. 문후보와 안후보는 성향상으로도 그렇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라도 ‘All or Nothing’과 같은 모험은 택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 단점을 상대방의 장점으로 메워서 1+1=2+α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라며 둘이 함께 손잡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분권형의 공동정부론 그림이 제시될 가능성은 점점 더 커 보인다.

 


“가장 바람직한 후보 단일화 방식은 경선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 가장 가능성 있는 방안은 여론조사이다.”

<시사저널>의 설문조사에 응한 20명의 정치평론가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가 이렇게 답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여론조사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다. 안철수 후보측이 선호하는 방식이어서, 경선을 선호하는 문재인 후보측에서는 다소 불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단일화에 더 적극적인 문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막판에 몰리면 문후보 입장에서 여론조사를 받아들이는 대신에 질문 문구 협상에 최대한 집중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최근 민주당 내에서 여론조사를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담판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 의견도 많았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여론조사 방식은 자칫 패한 쪽에 대한 배려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양 후보 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합 담판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보았다.

시기는 역시 후보 등록일인 11월25~26일 직전에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더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으나, 후보 등록일 이후 대선 직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단일화에서 최대 걸림돌로는 양보가 어려운 양측의 욕심과 팽팽한 지지율 그리고 여론조사 문항 협상 과정을 꼽는 의견이 많았고, 안후보의 소극적 태도와 민주당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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