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에 바르는 약 힐링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1.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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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직장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겉으로 단란해 보여도 각방 쓰는 부부가 많다거나, 한국 사회의 행복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최하위권이라는 소식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숨 가쁘게 살아왔지만 어느 날 문득 헛헛함을 느낀다면 치유가 필요한 상태이다.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들여다보고 삶의 새로운 지표를 설정할 때라는 것이다.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이 사회에 대두되는 배경이다.


ⓒ 뉴스뱅크
많은 사람이 복닥거리며 살다 보니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평생 남들과 경쟁하면서 말과 행동에 발톱을 품는다. 여차하면 발톱을 드러내 서로의 마음을 할퀸다. 이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힐링(healing)이다. 사전에 ‘치유’ 정도로 풀이된 힐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모호하다. 신체에 병이 나면 병원에서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40~50대 중년 남성들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힘들고 병이 난다. 전문가들은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른다. 갑자기 혼자 있고 싶고,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적극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던 사람이 점차 감성적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내면의 여성성이 꿈틀댄다. 반대로 여성은 강해진다. 까닭 없이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남편이 미워진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변화는 삶의 지표를 재설정하라는 몸과 마음의 신호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성에 따라 살라는 뜻이다. 또 가족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남편의 변화에 아내가, 아내의 변화에 남편이 ‘새삼스럽게 왜 이래’라는 식으로 말하면 상대방은 두 번 상처를 받는다”라고 조언했다.

책·영화·여행 통해 도움받을 수도

자신 또는 가정에 이상이 있든 없든, 힐링법을 찾는 사람이 많다. 딱 부러진 해법은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가장 손쉽게 접하는 것이 책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10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혜민 스님의 잠언집, 김난도 교수의 인생 멘토링 에세이, 정목 스님의 치유 에세이 등 힐링 관련 서적이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최세라 예스24 도서팀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위로를 넘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셀프 힐링(self healing)이 특징이다. 자기 성찰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 발전의 계기가 필요한 현대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서점가에 부는 힐링 바람을 전했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병욱 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화를 보는 것도 힐링 방법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거나,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면 좋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음의 병을 고치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도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설령 주인공이 심신의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관객은 그 주인공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 자체가 힐링이다”라고 간접 경험을 통한 힐링 효과를 설명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힐링 여행을 찾는 부류도 있다. 여행 안내자 대신 심리치유사, 명상가, 표현예술치료사, 최면사, 요가사 등 전문가가 동행한다. 이들은 스트레스 완화, 불면증 해소, 자존감 회복 등에 목적을 두고 각종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힐링 여행 사업을 진행하는 노매드 여행사의 윤현덕 힐링여행팀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약 1천명이 힐링 여행을 다녀갔다. 대부분 기업체가 이용한다. 연수나 워크숍을 힐링 여행으로 가는 식이다. 요즘 힐링 여행 상품을 내놓는 여행사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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