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써보고 만족한 ‘스토리헬퍼’가 국내 작가들에게 큰 도움 되었으면…”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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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소설가 이인화씨

ⓒ 시사저널 임준선
밀리언셀러로 기록되며 7개국에 수출되어 ‘문학 한류’를 이끌었던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씨(47)가 8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지옥설계도>(해냄 펴냄)를 펴냈다. 지난 11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씨는 다른 작가들이 하지 않는 자신만의 집필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번 소설은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로서 10년 동안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최전선에서 활동을 계속해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교수는 지금도 하루 3시간 정도씩 게임을 한다는 게임 마니아이다. 2003년 게임 <리니지> 서버에서 1년간 지속된 ‘바츠 해방 전쟁’에 참전하게 된 이교수는 디지털 세계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뒤부터 ‘디지털 시대의 서사와 문학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온 이교수는 “게임과 문 학은 둘 다 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사회 질서 속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명의 맛을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또 소설을 읽으면서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생명의 맛과 실질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지옥설계도>를 쓰면서 자신이 개발을 주도해온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도구 ‘스토리헬퍼(Storyhelper)’를 활용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2백5개의 스토리 모티프(삽화)와 2천3백여 편의 영화·애니메이션을 철저히 분석해 추출한 3만4천여 개 모티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만든 저작 도구이다. 스토리를 구상하는 작가가 원하는 모티프를 입력하면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면 작가는 독자의 기억 구조 속에 잠재되어 있는 모든 상상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캐릭터에 충실하면서도 독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사건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3월에 국내 작가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작가들이 스토리텔링을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교수는 “8년 동안 ‘게임 폐인’으로 살았는데 게임 속에서 접하고 느꼈던 게이머들의 말 못할 무의식과 꿈, 희망을 담아서 전달하고 싶었다. <지옥설계도>는 스릴러와 추리, 판타지와 SF 등 4개 장르를 섞었다. 글이 수돗물처럼 쏟아져 이전 작품들보다 집필 기간이 짧았고, 이 작품을 쓰면서 드물게 작가로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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