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세계도 모바일로 헤쳐모여!
  • 최연진│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2.11.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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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등 국내외 업체, 모바일 서비스에 치중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대세가 되고 있다. 위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에서 서비스 중인 MSN 메신저 서비스를 내년 3월까지만 제공하고 4월부터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메신저 서비스 하나 그만두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MSN 메신저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단순한 일이 아니다.

메신저 서비스는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아는 사람들을 등록해놓고 문자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그만큼 상대방이 인터넷에 접속해 있으면 전화처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자료까지 전달할 수 있어 전화보다 쓰임새가 많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무료여서 비용도 들지 않아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MSN 메신저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메신저였다. 1999년 처음 등장해 한때 전 세계에서 3억3천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2005년 이용자가 1천만명을 넘어서며 시장을 평정했으나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이 등장하면서 2위로 밀려난 뒤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MSN 메신저 이용자들은 현재 8백30만명에 불과하다.

MS, MSN 메신저 스카이프로 통합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4월 MSN 메신저를 스카이프 서비스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카이프는 인터넷전화 서비스업체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85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따라서 내년 4월부터 스카이프의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통해 메신저를 이용하게 된다. MSN 메신저 서비스 이용자들은 중대 기로에 서게 된다. 스카이프로 넘어갈 것이냐, 아니면 메신저 서비스를 갈아탈 것이냐 하는 갈림길에 놓이는 것이다. 메신저 서비스는 휴대전화 번호처럼 쉽게 갈아타기 힘들다.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에 맺어놓은 친구들을 한꺼번에 같이 옮기지 않는 이상 이용자 혼자서 메신저 서비스를 옮기면 친구 관계가 다 끊어진다.

 그렇다고 스카이프 메신저로 그대로 넘어간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메신저로 소통하는 사람들 중에 스카이프 메신저에 잔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신저 서비스의 종료는 그래서 이래저래 피곤한 일일 수밖에 없다.

MSN 메신저 서비스는 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일까?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MSN 메신저뿐만 아니라 모든 메신저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PC를 이용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그렇다 보니 PC에 기반을 둔 서비스들 역시 쇠퇴하게 된 것이다. PC용 메신저 서비스 자리를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 바람에 12년간 상위권을 유지한 토종 메신저 서비스인 버디버디도 올해 4월에 MSN 메신저보다 먼저 서비스를 접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MSN 메신저를 중단하고 스카이프로 통합한 이유도, 스카이프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용체제를 선택한 스마트폰에서도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메신저인 네이트온도 마찬가지다. PC용 메신저보다는 모바일 메신저인 네이트온UC에 주력하고 있다.

그만큼 요즘에는 모바일 메신저가 대세이다.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메신저 서비스의 달라진 세상을 실감하기 힘들지만, 이미 대세는 모바일로 기울었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가 카카오라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카카오톡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대부분 사용하는 메신저인데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가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서 국내 이용자만 3천6백만명에 이른다.

카카오톡은 특히 이동통신업체들이 제공하는 문자메시지를 급격하게 대체했다. 문자메시지의 경우 한 번 보낼 때마다 돈을 내야 하지만 카카오톡은 무료여서 언제 어디서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카카오톡의 이용률은 압도적이다. 랭키닷컴이라는 시장조사 업체가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 6만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메신저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톡 메신저를 설치한 사람들의 이용률이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메신저의 이용률은 평균 24%대로 나타났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인 네이버로 유명한 NHN이 모바일 메신저로 개발한 ‘라인’도 전 세계 가입자 수가 7천만명에 이른다. 라인은 타이완·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 메신저 서비스업체들 못지않게 이동통신 3사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 더 이상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시지를 당해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해외 이동통신업체들과 함께 ‘RCS’라는 공동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했다. RCS는 카카오톡처럼 문자로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사진·영상 등 필요한 자료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빠르면 11월, 늦어도 올 12월에는 이용자들에게 RCS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업체들은 앞으로 나오는 스마트폰에 아예 RCS를 기본으로 탑재해 내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다른 모바일 메신저는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겨냥해 아예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안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RCS는 완전 무료가 아니다.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들에게는 무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건당 얼마의 전송 비용을 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 카카오톡 선거 유세 활발

이처럼 달라진 메신저 풍속도는 요즘 대선 주자들만 보아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카카오톡 메뉴 중 하나인 플러스친구라는 항목에 최근 각 후보들 이름으로 아이디를 개설했다. 이 후보들을 친구로 추가하면 관련 후보들의 정보를 카카오톡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세 후보는 각각 내세우는 정책과 모토에 따라 대화명을 달리하는 등 카카오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메신저를 소통의 주요 도구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세 후보는 대선 전날인 12월18일까지 카카오톡을 통해 이용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메신저는 그동안 개인 소통의 도구였으나 이제는 공공을 위한 게시판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뿐만 아니라 각종 사진·동영상 등 파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메신저들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쓰임새가 넓어졌는데,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메신저를 통해 기업 광고를 하기도 하고 행사 공지나 할인 쿠폰을 나눠주면서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메신저를 좋지 않은 방향으로 활용하는 사례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대량 광고인 스팸 메시지를 유포하는 경우도 있고, 더러 음란물 소통 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좋지 않은 목적으로 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 아이디를 개설할 때 가상의 해외 전화번호를 입력해 가짜 신분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범죄 발생 시 해외 거주자로 표시되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힘들다.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메신저 계정을 만들 때 이름·이메일·주소·전화번호 등 간단한 개인정보만 확인하기 때문이다. 가짜 전화번호 생성기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신분을 속일 수 있는 탓에 주의가 필요하다. 메신저 아이디를 훔쳐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피싱 사기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반드시 당사자에게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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