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버려야 산다? 일본 신문들의 변신 몸부림
  • 도쿄·임수택 | 편집위원 ()
  • 승인 2012.11.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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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료화 시작했지만 일부 유력지의 고민에 불과해

일본 유력지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디지털 유료화를 선택했다. 요미우리 신문(위), 아사히 신문(중간), 일본경제신문(아래)의 유료 회원 사이트.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10년간 일본 신문사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신문사들은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제공하는 기사를 유료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기사는 당연히 무료였기에 유료화가 통할까 하는 걱정은 미국·영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나왔다. 일본 신문사들의 판단 기준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이었다. 이 신문들의 인터넷 기사 유료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판단해 유료화를 결정했다.

대표적인 신문사가 일본경제신문(www.nikkei.co.jp)이다. 일본경제신문은 일본 일간지를 대표하는데, 경제 기사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치·사회·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기사를 취급한다. 많은 기업인이 애독하고 고정층도 많다. 일본경제신문사측은 경제·금융·외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기사 및 칼럼을 담보로 유료화를 단행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기사의 일부는 무료이지만, 상세한 내용을 보고자 할 경우 유료가 된다. 월 4천 엔(5만4천원)인데 현재 유료 회원은 대략 20만명이다. 일부에 한해 개인정보(성명, 주소, 가족 관계, 직업, 수입, 주택 보유 관계 상황, 취미, 관심 분야 등)를 등록하면 무료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무료 회원은 현재 1백35만명 정도이다. 약 10만명의 유료 회원은 신문을 구독하며 인터넷 기사도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이다.

일본경제신문의 유료화 가능성을 지켜본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몇몇 신문사들도 유료화 대열에 참여했다. 아사히 신문의 인터넷 유료 서비스 요금은 월 3천8백 엔(5만1천원)이다. 신문을 구독하면서 인터넷 기사를 이용하는 경우 신문 구독료에 월 1천 엔을 추가하면 된다. 아사히 신문사는 유료 회원 수를 공표하고 있지 않지만 2011년 가을을 기준으로 대략 3만7천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가운데 인터넷 기사만 이용하는 단독 계약자 수는 약 30% 정도로 짐작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의 경우 ‘요미우리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유료 서비스를 월 1백57엔(2천1백20원)으로 신문 구독자에 한해 서비스하고 있다. 후쿠오카의 서일본신문사는 인터넷 경제 뉴스 qBiz를 월 4백20엔(5천6백70원)에 서비스하고 있다. 신문을 구독하면서 인터넷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월 2백10엔(2천8백35원)을 받는다.

인터넷 기사 유료화를 할 수 있는 전국지는 일본경제신문, 아사히 신문, 요미우리 신문, 마이니치 신문, 산케이 신문과 홋카이도 신문, 도쿄주니치 신문, 니시니혼 신문, 가호쿠 신문 정도이다. 기타 신문이나 지방지의 경우에는 유료화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신문에서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지방지(가나가와 신문, 시즈오카 신문, 도쿠시마 신문, 미나미니혼 신문 등)는 자기 고향의 뉴스 이외에 많은 정보를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의 2대 통신사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정치·경제·국제·스포츠 등의 기사가 거의 비슷하다. 또, 통신사로부터 받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사용하고자 할 경우 ‘2차 사용권’에 해당하는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유료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방지들의 디지털 유료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료 회원 가입이 구독 취소로 이어지기도

여기에 더해 신문사들이 유료화를 멀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선 유료화를 하려면 서버나 메인 컴퓨터 등의 처리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돈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웹의 보안 강화 등에 자금을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데 신규 투자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 또 웹에는 신문에 게재되지 않는 웹 전용 칼럼, 해설 등 부가 콘텐츠가 필요한데, 그런 콘텐츠를 만들 인적 여력도 크지 않다. 그리고 신문사들은 웹 서비스에 자금을 쓰는 것보다는 신문의 발행 부수를 유지하는 데 자금을 투입해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쓴다. 그 밖에도 웹의 유료 서비스를 할 경우 편의점이나 지하철 등의 가판대 수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이유에 포함된다.

기존 독자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올해 26세로 의류 관계 사업을 하는 사토 요헤이 씨는 자신의 아이패드에서 플립 보드를 보여주면서 “나는 원하는 정보를 모두 여기서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굳이 신문을 사 보거나 인터넷 유료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토 씨는 자기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물류 사업을 하는 고바야시 요시노리 사장은 반대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직도 활자화된 신문을 즐기는 독자층이 적지 않고 인터넷 기사를 유료화해도 신문을 보는 층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신문사는 일본경제신문의 인터넷 기사 유료화를 지켜보고 있다. 일단 일본경제신문은 나름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유료 회원이 20만~25만명 선에서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신문 구독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아직은 신문 판매 수익이 크다. 일본경제신문의 고토 야스히로 씨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얻는 유료 서비스 수입과 인터넷 광고 수익은 신문 판매 수익의 각각 1~5%, 3~10%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자는 늘어나며, 젊은 사람들은 무료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인터넷 유료화 서비스는 역으로 신문 구독 취소로 이어져 신문 구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판매 부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유료화의 수익 모델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방향은 인터넷 유료 서비스로 잡고 있다.

고토 야스히로 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인터넷 기사 유료화를 위해서는 기사 자체 콘텐츠보다는 클리핑 기능(원하는 기사를 오려내는 것), 자신이 설정한 키워드나 분야의 기사를 자동으로 수집해서 보존하는 기능, 검색 기능, 자신이 지정한 분야의 뉴스를 스마트폰에 보내주는 역할, 일본어 뉴스를 자동으로 한국어·영어·중국어 등으로 번역해주는 서비스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료화를 안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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