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이 나를 쫓아내라고 하더라”
  • 김회권 기자·윤고현 인턴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11: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격 행보 이어가는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인터뷰

본인이 스스로 직설적이라고 말했다. 직설적이지만, 달변이다. 10초짜리 질문 하나에 3분 정도의 대답이 돌아온다. 미국 앰허스트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런던 정경대에서 국제 협력 관계로 석사를 받았다. 해외파답게 영어 단어를 본토 발음으로 섞기도 한다.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그동안 새누리당 대선을 뛴 인물과는 사뭇 다른 문법을 구사한다. ‘파격’과 ‘혁명’이라는 용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깡무식꾼’이라고 평가한다. 줄곧 고수한 숏커트와 스키니진 그리고 빨간 운동화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직설적인 화법과 튀는 외모, 그래서 김위원장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스로 “연예인 저리 가라다”라고 말한다.

요즘 ‘핫’한 김위원장을 11월15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만났다. 그는 사진기자에게 “사진은 자연스럽게 찍자. 촌스러운 배경은 다 치우자”라고 말했다. 소파 뒤에 놓인 태극기와 새누리당기도 그 배경에 포함되었다.


1956년생 앰허스트 대학 사회학 전공 런던 정경대 국제협력관계 석사 수료 성주그룹 & MCM 회장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 시사저널 임준선
요즘 매우 ‘핫’하다.

대선 끝나면 사라질 것이다. 한동안 한국에 못 살 것 같다. 연예인 저리 가라다. 그동안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2030이 우리 고객인데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악플도 수만 개가 달렸다. 그래도 평소 안 만났던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시켜준 것은 정말 좋은 점이었다.


빨간 운동화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운동화는 원래 자주 신는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운동화를 안 신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빨간색은…, 일단 새누리당이 빨간색이고 열정적으로 뛰어다니겠다는 상징이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빨간 운동화 붐이 일어났다더라.(웃음)


새누리당 기준으로 보면 파격적이다.

나는 “혁명하러 들어왔다”라고 했다. 내부에서는 당 원로들에게 “백의종군하라”라고 했다. 대신 젊은이들과 여성들을 더 많이 키우라고 했다. 나 자신도 그럴 생각이다. 


원로들이 언짢아 할 것 같다.

언짢은 정도가 아니라 “저 여자 빨리 쫓아내라”라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혁명의 진척 상황은 어떤가?

혁명은 되고 있다. 내가 정치에 깡무식꾼이다. 정치를 싫어하고 정치인이라는 직업도 안 좋아한다. 지난 정권에서도 요직을 제의했는데 꿈쩍도 안 했다. 다만 들어오게 된 이유는 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글로벌 영토를 넓힐까 고민했다. 그런데 현 상황은 이 작은 영토에서 이념 투쟁으로 복닥복닥 다투고 있다. 20대가 갖고 있는 불만, 삼포(직업·결혼·육아 포기) 시대라는 상황을 엉뚱한 방향으로 품어낸 것이 안철수 신드롬이 아닐까.


선택한 후보가 박근혜이다.

나는 리버럴한 사고를 가진 사람인데…. 엄청난 글로벌 파도가 오는데 선장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끌어가면 배가 좌초된다고 생각한다.


선장 자격증의 기준이?

국정 운영이라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 외교·안보·통상이라는 것은 1백70개국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것은 연륜으로 얻어진다. 내가 작은 회사의 총수이다. 본부장들이 다 보고를 해도 내가 다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연륜과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이 없으면 판단할 수가 없다. 회사도 그런데 하물며 국가 전체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박후보를 독대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처음에는 자문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독대한 뒤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독대? 그 자리에서 어떤 말들이 오고 갔나?

나는 직설적이다. 방금 말한 글로벌 상황을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근데 너무 쉽게 알아듣더라. 내가 “어떤 전략과 어떤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을 때 열린 사고로 받아들여 좀 놀랐다.


박후보는 불통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불통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다. 보완만 잘 되면 되는 문제이다. 이 위치에서 여성으로 남성의 세계 속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여성은 항상 고립된다. 혼자다. 여성과 남성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르다. 감성적이고 세심해서 개인적으로 움직인다. 남성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조용히, 거기에 맞게 박후보가 맞춰온 것이 아닐까 싶다.


CEO로서 본 박후보의 경제에 대한 이해 수준을 평가해보면?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따지고 보면 다른 후보에 비해 국정 경험이 거의 20년 가까이 되는 사람이다. 외교나 안보는 통상과 맞닿아 있다. 국정을 20년 가까이 참여하면 경제에 대해 모를 수가 없다.


대중은 박후보의 역사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헌정 사상 이승만 대통령부터 지금 이명박 대통령까지 불우하게 끝나지 않은 대통령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이것은 마치 아이더러 ‘너 예전에 기저귀에 똥오줌 쌌지’라며 사과하라는 것과 똑같다. 자라는 과정에 있었던 사건들이다. 그 과정의 하나로 봐줘야 한다.


캠프 내에 선대위원장이 여러 명인데 본인은 어떤 역할인가?

다들 처음에는 이름만 빌려주고 얼굴마담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여성계와 경제계를 대표하고 있으니 그쪽과 많은 소통을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박후보의 진정한 이미지가 잘 전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나를 통해 알리는 것이 첫째 역할이다. 그 다음으로는 여성과 젊은이들을 통해 혁명하러 왔다.


‘여성 대통령’을 강조하는데.

‘여성이니까’가 아니라 ‘여성까지 일 안 하면 안 되는’ 시대이다. 여성이 정신적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렇게 여성에게 좋은 시대가 없었다. 일에 들어가면 남녀의 성역이 없다. 그런 점에서 여성 대통령론이 나왔다고 남성성이냐, 여성성이냐 하는데, 웃기는 소리이다. 메르켈 총리에게 너 여자 맞느냐고 하는 것이랑 똑같다. 그 말 자체가 얼마나 가부장적이냐.


정치 현장에서 적응은 잘 되어가나?

비즈니스는 결과 중심인데 정치는 서술식이더라. 했다는 데 의의를 두거나 ‘최선을 다해서 한다’ 정도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치’와 ‘정부’를 좀 분리했으면 한다. 정치는 ‘정치 논리’이다. 대신 정부는 효율적으로 비즈니스식 경영을 해야 한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아껴서 남는 자원으로 더 많은 저소득층을 도와야 한다.


경영인으로서 가졌던 고민들을 정치 현장으로 가지고 오게 된 계기가 있었나?

6주 전 외국 출장길에 읽었던 두 개의 사설이 나를 움직였다. 하나는 한 나라에서 이념 투쟁으로 복닥거리고 싸우는 현실을 지적했고, 다른 하나는 동북아의 전체 상황이 유럽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한 명의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박후보가 굉장히 따뜻하고, 열려 있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독대한 지 24시간이 안 되어 선대위원장 위촉이 왔을 때 3일 동안 고민하고 들어왔다.


안철수 후보도 기업인 출신이다.

그냥 교수 하셨으면 딱 좋겠다. 국정 능력은 제로이다. 그냥 백신회사에 남았다면 가장 아름다웠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후보가 쉽지 않은 싸움이다. 무엇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진정성과 가짜의 싸움이다. 정치 토론회를 나가면 양 남성 후보는 헤어드레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대동하고 셔츠, 재킷 몇 개를 가져와서 맞추는데 박후보는 혼자 들어와 머리도 혼자 빗고 옷도 보통 때 입던 그대로 입고 와서 앉는다고 하더라. 한쪽은 과대 포장, 한쪽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야권 단일화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렇게 정치공학적이고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유린하는 정치 사기극은 처음 봤다. 롬니와 오바마의 상황을 보자. 몇 달 전에 후보가 정해지고 후보나 정책에 대해 충분히 검증하고 토론한 후 투표한다. 투표가 한 달 남았는데 아직도 후보가 누군지, 정책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은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한 여성 후보가 겁나서 두 남성이 야합하는 것은 비겁하다. 당당하면 개인이 나와서 싸워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