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빅3 “검찰, 힘 빼!”
  • 양정대│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2.11.20 1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경 수사권 등 세부 방안 두고는 ‘박근혜 vs 문재인ㆍ안철수’ 구도

ⓒ 시사저널 임준선·유장훈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검찰의 권한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검찰’ 논란이 컸던 만큼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부장검사 출신 ㄱ변호사가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문재인 민주당 후보·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이른바 ‘빅3’ 대선 후보의 검찰·사법 개혁 공약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을 때 한 얘기이다. 그는 특히 최근 불거진 김광준 부장검사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이미 상당 부분 수사를 진행한 상황에서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겠다고 하면 그 결과를 어느 국민이 신뢰하겠는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근혜 후보의 검찰·사법 개혁 구상의 핵심은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도입이다. 박후보는 지난 8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겠다. 문제가 생기면 상설 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별감찰관은 상시적으로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다가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드러나면 이를 상설 특검에 고발하고, 상설 특검은 특별감찰관이 고발해온 사건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박후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지난 10월 경찰 개혁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검·경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배분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의 협의 과정을 통해 수사권 분점에 관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인 셈이다.

박후보가 제시한 검찰의 권한 축소 방안에는 50명이 넘는 차관급(검사장) 숫자를 대폭 줄이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박후보가 이같은 검찰·사법 개혁안을 내놓기까지는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김회선 의원 등 상당수 검찰 출신 인사들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후보가 이전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외부에서는 대체적으로 크게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후보의 공약은 검찰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방향만 있을 뿐 상설 특검제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해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위원장을 중용한 데에서 근본 원인을 찾는 의견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검찰 출신인 안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 제도의 ‘보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만 해도 그간 검찰과 경찰이 권한을 다투어온 사안인데 이를 이해 당사자들의 협의에 맡긴다는 것은 결국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김검사 사건으로 박후보와 새누리당측은 좀 더 강한 검찰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여론 압박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검찰 권한 분산에 초점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검찰·사법 개혁안의 핵심은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 기능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민생 범죄 등 경미한 범죄부터 경찰 수사권의 단계적 확대, 잘못된 기소에 대해 사후 책임을 묻는 검찰 인사 시스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문후보는 지난 10월23일 ‘권력기관 바로 세우기 정책 발표 및 간담회’에서 “정치 검찰의 중심으로 비판받아온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과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대검 중수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발도 상당했던 만큼 타협안을 통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기려 한 것이다.

문후보는 또 “공수처를 신설해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소신껏 수사토록 하고 그 대상에 검찰도 포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매번 검찰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되었던 공수처 신설 방안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특히 수사 대상에 검찰까지 포함시키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검·경 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문후보는 “경미한 범죄나 민생 범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선대위 관계자는 “수사권은 경찰이,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실상 경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검찰 인사 시스템 개혁 방안으로 잘못된 기소에 대한 사후 책임제를 도입키로 한 것을 두고는, 사실상 정치 검찰에 대한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검찰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캠프 관계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검찰의 청와대 및 행정 부처 파견 금지, 검찰의 법무부 주요 실·국장 보직 순환제 폐지 등은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도모하는 방안들이다. 문후보의 검찰·사법 개혁안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김갑배 전 부패방지위 비상임위원, 김인회 인하대 교수, 박성수 전 부장검사,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내 반부패특위 위원들이 주도했다. 대체로 시민사회 단체와의 교류 폭이 넓은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외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민주적 사법 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관계자는 “민주당이 상당수 검찰 개혁안을 법안 형태로 발의해왔다는 점에서 구체성이 확보되고, 내용 면에서도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방안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검찰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라고 지적한 뒤 공수처의 독립성 확보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검찰·사법 개혁 구상은 큰 틀에서 비대해진 검찰 권한을 분산하려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문후보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검찰 개혁의 방향을 ‘검찰의 준사법기관화’로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안후보는 지난 10월31일 사법 개혁 3대 원칙을 발표했다. 그는 “특별법을 제정해 대통령 소속의 독립 기구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하겠다. 외부 인사가 포함된 추천위에서 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후보와는 달리 기구의 독립성 확보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안후보는 또 대검 중수부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하명 부서로 정치권력의 외압에 좌우될 우려가 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의 소지가 된다. 공수처를 설립할 경우 중수부는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문후보가 현실적 타협책을 찾은 데 비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의 직무상 범죄 등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겠다”라고 밝혔다. 직접 수사는 경찰이 하되 검찰은 수사 지휘만을 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 역시 단계적으로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겠다는 문후보의 공약보다 훨씬 근본적인 입장이다. 안후보가 경찰과 검사, 판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이들의 권한 남용을 막겠다고 공약한 것도 눈길을 끈다. ㄱ변호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검찰 개혁의 핵심이지만, 그만큼 반발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법원이 이를 이중으로 통제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