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맺힌 갈등과 대립을 푸는 일,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2.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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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김열규 교수

ⓒ 보아스 제공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80)는 연구 인생 60여 년을 한국인의 삶에 천착한 ‘한국학의 거장’이다. 나이 이순(耳順)이 되던 1991년,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겠다며 경남 고성으로 낙향했다. 그곳에서 해마다 한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고 수십 차례 강연을 해오고 있다. 특성화 대안 학교인 지리산고등학교에서 글쓰기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인문학이 사람들의 현실 생활과 동떨어져 문헌 중심인 상황을 바꾸려 애써왔다. 그가 내놓는 책들은 일상생활을 인문학의 대상으로 삼은 것들이었다. 최근 그는 <풀이>(비아북 펴냄)를 펴내며 한국인의 ‘꼬이고 맺힌 삶’을 풀어 새판을 짤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풀어야 산다. 풀이를 시작했을 때, 답이 나온다. 우리 한민족은 부단히도 풀어오면서 살았다. 우리 민속 중에 살풀이가 있다. 나쁜 기운을 풀어 좋은 일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하던 의례였다. 그것은 또한 우리 삶의 곳곳이 풀어야 할 것으로 가득함을 말하기도 한다. 지금 다시 풀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지독히 맺힌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풀어야 한다. 그리고 푸는 것은 시작이다. 맺힘이 풀림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인 신바람, 신명을 얻을 수 있다. 갈등과 대립을 풀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은 어쩌면 오늘 이 시대의 살풀이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풀이>는 까마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여·가락에 관한 기록을 들춰 한국인의 ‘신명 DNA’를 찾아낸다. 우리는 신이 내려 신바람을 탔던 민족이라는 것이다. 신명의 흔적은 문화의 곳곳에 퍼져 있다. 해방과 자유의 공간이었던 장터, 세시풍속의 놀이, 김홍도의 풍속화, 문학 작품 등 곳곳에서 ‘풀이를 통해 신바람을 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김교수는 “풀이와 신명은 어느 한 순간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래서 꼬이고 맺힐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기억일 뿐이다. 그것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풀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하나로 모으는 힘, 향후 대한민국을 이끄는 시대정신 또한 풀이와 신바람에서 찾았다. 단절이 아닌 화해를 해야 관계가 풀린다는 것이다. 풀면 풀리고 풀리면 바람이 부는데, 그 바람은 지금 대한민국에 부는 칼바람이 아니라 신바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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