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 소주는 대나무 숯, 맥주는 발효 온도가 좌우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2.04 14: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 문화와 상표에 숨겨진 술의 비밀

지난 11월27일 서울 종로의 한 소줏집에 직장인 네댓 명이 모였다. 소주를 마시는 자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주 맛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깔끔한 맛이 소주의 참맛이다” “부드러운 맛이 좋다” “향이 좋은 소주를 찾는다” 따위의 품평이 오갔다. 소주는 알코올(20%)을 물(80%)에 희석한, 어떻게 보면 단순한 술이지만 사람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그래서인지 제품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상표라도 향에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소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제 기술, 물 처리 기술, 첨가물 배합, 온도이다. 쌀·보리·고구마와 같은 곡물을 발효한 후 증류 과정을 거치면 95%의 알코올(주정)이 생긴다. 주정을 물로 희석하면 소주가 된다. 전체 공정은 모든 소주 제조사가 동일하다. 그 공정에 어떤 기술을 접목하느냐에 따라 각 소주의 맛과 향이 특징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국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정제 과정에 신경을 쓰면서 깔끔한 맛의 소주(참이슬)를 만든다. 이 맛의 비밀은 대나무 활성 숯에 있다. 주정에는 본래 불순물과 잡냄새가 있다. 이를 걸러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이 회사는 대나무 활성 숯을 사용한다. 대나무 숯 표면에 있는 미세한 구멍이 불필요한 물질과 냄새를 잡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모자라서 주정 전문가들이 주정의 품질을 심사한다. 합격점을 받아야 비로소 주정은 물과 섞여 소주가 된다. 물도 대나무 숯에 통과시켜 특유의 비릿한 맛과 냄새를 잡는다. 롯데주류는 부드러운 소주(처음처럼)를 만들기 위해 물 처리에 집중한다. 물에 전기를 통하게 해서(전기분해) 물 입자를 작게 만든다. 이 물에 주정을 넣어 희석하고 회오리를 일으켜(회전 파동 공법) 물과 알코올의 결합력을 높인다. 이런 과정 덕에 목 넘김이 좋은 소주가 나온다.

미묘한 맛을 내는 첨가물

제조 과정에 소량의 첨가물(결정과당, 토마틴, 아스파라긴산, 알라닌, 자일리톨 등)을 넣기도 한다. 사실 알코올 맛은 마시기에 불편하다. 첨가물을 넣어 맛과 향을 다양하게 만든다. 예컨대, 어떤 소주에서는 허브 맛과 향이 난다. 그렇다고 허브를 넣지는 않는다. 허브를 넣으면 법률상 소주라는 상표를 붙일 수 없다. 대신 감미료나 첨가물을 적절하게 배합해 추가해서 허브 맛과 향을 낸다.

옛 소주는 현재 것과 달랐다. 지금은 여러 차례 증류해서(연속식) 주정을 만들지만, 과거에는 한 번만 증류해서(단순식) 주정을 만들었다. 잡냄새와 불순물도 잘 걸러내지 않았다.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아도 각 지방 소주의 맛과 향이 독특했던 이유이다.

소주 맛은 온도와도 관계가 있다. 소비자는 대부분 소주를 차게 해서 마신다. 그러나 찰수록 소주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차면 혀의 감각이 무뎌져 소주 맛을 느끼기 어렵다. 즉, 알코올 자극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시기에 편한 것이지 특정 소주의 맛을 잘 느낄 수는 없다. 소주의 맛은 8~10℃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냉장고(4~5℃)에 소주를 보관해두었다가 마실 때 꺼낸다. 첫 잔을 마시고 두 번째 잔에 담긴 온도가 대략 8~10℃가 된다. 이런 이유로 소주 애호가들은 두 번째 잔이 가장 맛있다고 느낀다.

지난 10월 이른바 말춤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가수 싸이가 공연 중에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연출했다.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40%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던 이 소주는 단숨에 50%를 넘겼다. 하이트진로는 싸이를 소주 광고 모델로 영입했다. 이 자체가 소주의 맛과 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마케팅에 따라 소주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특정 소주를 더 많은 소비자가 선호하면 그 맛이 그 시대 소주 맛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향을 제조사에 요청하고, 제조사는 그것에 따르는 효과도 있다. 

4~10도 발효 맥주에 열광하는 세계

맥주의 4대 원료는 물, 맥아, 호프, 효모이다. 이들이 어떻게 배합되고 섞이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주원료인 맥아는 국산과 수입산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난다. 한국산·일본산·미국산 쌀로 지은 밥맛이 미묘하게 다른 것과 같다. 또 수입산이라도 독일산·호주산·미국산 등 원산지에 따라, 품종이나 지역에 따라 맥아의 맛과 향이 다르다. 같은 포도라도 품종과 생산지, 심지어 생산 농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서 다양한 포도주가 생산되는 것과 유사하다.

맥아를 곱게 빻아 물을 부으면 전분이 당으로, 단백질이 작은 질소 화합물로 분해된다. 이때부터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이 나기 시작한다. 맥주의 쌉쌀한 맛은 호프(hop)가 담당한다. 맥아를 짜서 맥즙을 만들어 호프를 첨가해 100℃로 끓이면 쌉쌀한 맛이 풍부해진다. 8세기 이전, 단순히 빵을 발효시켜 만든 맥주에는 호프가 추가되지 않아 쌉쌀한 맛이 덜했다고 한다.

이 맥즙은 발효 과정을 거쳐 비로소 술이 된다. 일주일 동안 효모로 발효하면 맥즙의 당분은 줄어들고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늘어난다. 효모는 종류가 많은데, 어떤 것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맛이 구별된다. 또 발효 온도는 맛과 향뿐만 아니라 맥주의 색까지 확정 짓는다. 상온(17~23℃)에서 발효하면 비교적 쓴맛과 향이 강한 맥주가 된다. 붉은색을 띠는 이 맥주는 주로 유럽산에 많다. 이는 효모가 맥주 위로 뜬다고 해서 상면 발효 맥주라고 한다.

발효 온도를 저온(4~10℃)에 맞추면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난다. 보통 황금색에 가까운 갈색이 나는 이 맥주는 효모가 맥주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해서 하면 발효 맥주라고 부른다. 상면 발효 맥주(에일 맥주)는 19세기 이전에 유행했고, 하면 발효 맥주(라거 맥주)가 현재 세계 맥주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발효를 마친 맥주는 일정 기간 저온에서 숙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특히 탄산가스가 생겨 맥주의 청량감을 더한다. 또, 맥주의 꽃으로 비유되는 하얀 거품이 생긴다. 거품은 맥주의 맛과 향이 증발하지 않도록 막는 뚜껑 역할을 한다.

효모 찌꺼기와 같은 물질이 아래로 가라앉으므로 이를 걸러내고 용기에 담으면 판매용 맥주가 나온다. 소주와 달리 맥주는 50여 일간 긴 공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맛과 향을 품는 술이다.

상표에 담긴 맛의 비밀

일부 맥주 애호가는 강한 풍미의 맥주를 찾지만, 소비자 대다수는 깔끔한 맛, 부드러운 맛의 맥주를 선호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생산된 맥주는 라거 맥주(하면 발효 맥주)이다. 맛이 강하지 않고 상쾌하다. 향은 과일향에 가깝다.

상표를 보면 맛을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공법에 따라 상표에 다양한 말을 붙이는데, 상표에 맥스(max)라고 표시한 맥주는 풍미가 강해서 음식과 함께 마실 때 음식 맛을 좋게 한다. 드라이(dry)라는 말이 붙는 맥주는 끝맛을 깔끔하게 만든 것이다. 라이트(light)가 붙은 맥주는 열량이 일반 맥주보다 3분의 1 정도 낮다. 아이스(ice)라는 표기를 한 맥주는 0℃ 이하에서 여과해 저장한 맥주이다. 불순물과 잡내를 없앤 것이어서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좋다. 엿기름 성분을 첨가하면 구수한 맛이 나고, 특정 효모를 넣으면 흑맥주의 감칠맛이 생긴다.

과거에는 열처리 살균을 하지 않은 맥주를 생맥주라고 불렀다. 그러나 양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비열처리를 하므로 같은 상표라면 병맥주·캔맥주·페트병 맥주·생맥주의 맛에 차이가 없다. 다만 용기가 다를 뿐이다. 

 


겨울 8~12℃│맥주는 여름에 4~6℃, 봄가을 6~8℃, 겨울 8~12℃에서 최적의 맛을 낸다. 여름에는 냉장고에 보관해둔 맥주를 바로 마실 때 그 맛이 가장 좋다. 봄가을에는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를 상온에 둔 유리잔에 부어 마시면 된다. 겨울에는 굳이 냉장고에 두지 않고 아파트 베란다에 두었다가 마시면 된다. 

찰떡궁합 안주 ‘과일’│맥주에 있는 탄산가스 때문에 기름기를 씻어줄 것 같아 닭튀김이나 피자와 함께 마시는 사람이 많다. 이런 안주는 뱃살을 늘리는 주범이다. 맥주 5백㏄ 한 잔의 열량(2백Kcal)은 밥 한 공기와 비슷하고, 맥주 100g의 열량(40Kcal)은 사과 주스나 콜라보다 많다. 맥주는 단맛이 나는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과일, 견과류·치즈·스낵 등)과 어울리는 술이다. 일부 풍미가 강한 맥주(에일리나 스타우트 등)는 기름진 육류 요리나 스튜와 어울린다.

거품 높이 1~2cm거품은 맥주의 맛과 향을 잡아두는 뚜껑 역할을 한다. 잔에 맥주를 따랐을 때 거품 높이는 전체 양의 5~10%(1~2cm) 정도가 적당하다. 거품이 과하면 맥주에 있는 탄산가스가 빠져나가 상쾌한 느낌이 줄어든다.

직사 광선 피하기│냉장고나 직사 광선에 노출되는 장소에 맥주를 오래 보관하면 보리에 함유된 단백질과 폴리페놀 등이 침전된다. 자칫 이물질로 보이기도 한다. 맛에는 별 이상이 없지만 마시기에 부담스럽다. 맥주는 서늘하고 습기가 많지 않은 곳에 보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조일자 맥주│맥주는 유통 기한이 없지만 장기간 보관하면 산화 등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맥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최적 품질 유지 기한이 적혀 있다. 제조 일자를 보고 최근의 것을 고르면 된다.

생맥주는 깨끗한 호프점에서│같은 생맥주인데 술집에 따라 맛이 다른 것은 청결 상태와 관련이 있다. 생맥주는 냉각 장치 등이 필요하다. 이런 장치 주변이 청결하지 않으면 배관 내에 효모 및 유산균이 번식해 맥주의 맛을 떨어뜨린다.

 


 
 

백우현 오비맥주 브루마스터(전무)는 맥주의 고장 독일에서 전문 과정을 밟았다. 브루마스터(brewmaster)는 맥주 제조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맥주 전문가이다. 30년 동안 맥주만 만들어온 그는 맥주를 하나의 작품으로 비유했다. 백전무는 “맥주는 예술이자 과학이다. 후각·미각·시각·촉각·청각을 자극하는 예술이다. 또 생화학·화학·발효공학 등 다양한 과학이 융합된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과정으로 만든 맥주라도 제조사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배경에 대해서는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맥주의 맛과 향이 다른 데에는 그 기업의 방향성도 있다고 본다. 모든 기업이 소비 흐름을 읽고 그것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겠지만, 그 흐름에서 기업이 방점을 찍는 점이 있을 것이다. 쌉쌀한 맛을 더 강조한 맥주가 적합하다거나, 반대로 부드럽고 순한 맛이 향후 인기를 끌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출시하는 제품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소비자가 특정 상표의 맥주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맥주는 기호 식품이다. 라면·콜라와 같다. 여러 상표가 있어도 특정 상표를 찾는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맥주는 라거 맥주(하면 발효 맥주)가 대세이다. 이는 미국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백전무의 진단이다. 그는 “국내에 미국의 햄버거와 콜라가 들어오면서 미국 문화가 확대되었다. 한국 소비자는 미국 문화를 음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그 과정에서 맥주도 유입되었다. 또 국내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맥주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소품종 대량 생산이라는 방식으로 맥주를 내놓고 있다. 그러니 다양한 맥주 종류를 선보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지난 20년 동안 나온 하이트진로의 소주는 정성훈 청원연구소 차장의 작품이다. 그는 모든 술자리에서 자신이 만든 소주를 고집한다. 그는 만나자마자 소주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소주의 제조법은 간단하다. 그래서 희석주라는 인식이 있다. 또 에탄올이라는 말 때문인지 화학주라고 아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정차장은 “단순히 물 80%에 알코올 20%를 섞으므로 소주를 희석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소주는 증류주이다. 곡류를 발효해서 증류한 것이다. 여기에 물로 희석하고 감미료로 맛에 작은 변화를 준다”라고 설명했다.

국산 소주의 맛이 일본의 것보다 맛과 향 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은 단순 증류한 소주를 을류, 연속 증류한 소주를 갑류로 지정해두었다. 단순 증류한 소주가 풍미가 강하다면 연속 증류한 소주는 부드럽다. 2002년 을류가 붐을 일으켰고 최근 다시 갑류가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5.5 대 4.5 정도의 비율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에도 과거에는 단순 증류한 소주가 있었다. 그런데 1965년 정부의 양곡 정책에 따라 소주 제조에 곡류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국내 시장에서는 연속 증류한 소주가 대세이다. 물론 그 당시 정책이 지금은 바뀌어서 단순 증류한 소주를 만들 수 있고, 실제로 만들어 시장에서 반응을 보았는데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제조 방식의 차이가 일본과 한국의 소주 품질에 우열을 가리는 잣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소주 개발자이다 보니 그는 공식적으로 하루에도 수십 잔의 소주를 마신다. 정차장은 “계속 마시면 취하기 때문에 마셔서 맛과 향을 느끼고 바로 뱉는다. 물론 최종 상품화 직전에는 실제로 마셔보기도 한다. 소주를 출시할 때, 그리고 소비자의 평이 좋을 때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품질이 아니라 그 시대의 소비 유행에 따라 저평가받으면 속이 상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