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는 ‘청부 살인’, 과학 수사가 족집게
  • 표창원│경찰대 교수 ()
  • 승인 2012.12.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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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모든 종교에서 금지하고, 어떤 나라에서든 가장 무거운 형벌로 처벌하는 살인은 그만큼 범행에 심리적 부담이 뒤따른다. ‘웬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 범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범인의 정신장애나 이상심리로 인해 특별한 이유 없이 행하는 이른바 ‘묻지 마 살인’이나 ‘연쇄 살인’을 제외하면 살인 범죄 뒤에는 아주 강한 ‘원한’ 등의 감정이나 거액의 ‘금품’ 등 커다란 이해관계 혹은 질투에 사무치는 ‘치정 관계’ 등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잔혹하고 충격적인 살인 범죄의 특성에 비해 범인 검거와 해결률은 매우 높다. 피해자의 신원만 확인되면 그 피해자와 원한, 금품, 치정 등으로 얽혀 있어 ‘범행 동기’를 가질 만한 주변 사람을 찾아 그의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주변 수사를 하다 보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다. 그런 뒤 그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게 되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한이나 치정 등 ‘감정’을 동기로 한 살인은 흥분과 감정 표출이 수반되다 보니 범인이 현장에서 이성을 잃고 증거나 흔적을 남기기 쉽다. 하지만 청부 살인의 경우에는 ‘살인 동기’를 가진 자와 ‘실제로 살인’을 행하는 자가 다르다는 특징이 작용하면서 현장 상황이 달라지고 수사를 어렵게 만든다.

피해자와 직접적인 원한이나 치정 등 감정이 없는 살인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 증거나 흔적이 잘 남지 않으며, 실제로 살인의 동기를 가진 자는 현장에 가거나 직접 범행에 개입하지 않아 알리바이가 입증되고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의지가 강하고 과학적인 수사 기법이 철저히 적용된다면 한쪽으로는 철저한 현장 수사를 통해 살인범의 흔적과 범행 증거를 찾고, 다른 한쪽으로는 교사범과 살인범 사이의 연락과 금품 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함으로써 용의자를 특정해 검거하고 그 혐의를 입증해낼 수 있다.

살인범이 살인 청부 대가 잔금 지급 등 ‘이익’을 위해 청부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경우 교사범의 범행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경찰의 수사만이 아닌 검사의 철저한 기소 전략과 능숙하고 집요한 법정 공소 유지 능력이 관건이 된다.

김판사의 장모 윤씨의 살인 청부 사건은 매우 치밀하게 계획되고 실행된 범죄로 그 수사와 입증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경찰의 인터폴 국제 공조를 포함한 과학적 수사와 강한 의지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청부 혐의를 밝혀낼 수 있었다. 또한 검사의 철저한 기소 전략 수립과 집요한 법정 공방을 통해 고위 전관 판사가 포함된 대형 로펌 변호인단의 강한 저항에 굴하지 않고 재벌 부인에 대한 살인 교사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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