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 접고 뉴스·교양으로 띄운 종편 1년
  • 원성윤│기자협회보 기자 ()
  • 승인 2012.12.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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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특수에 기대 시청률을 견인한 측면이 있죠. 내년에는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내야 합니다.” 한 종편사 보도국 간부의 말이다. 올해 대선 정국이라는 이슈를 맞이하며 종편은 ‘종합편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뉴스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비중을 줄이고, 제작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뉴스와 정치 대담 프로그램에 치중한 것이다.

한 사례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사퇴한 지난 11월23일, 채널A가 안후보 사퇴 직후인 오후 9시40분부터 11시12분까지 방송한 ‘뉴스A’는 전국 기준 3.281%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기록했다. 채널A측은 “종편 채널의 뉴스 시청률이 3%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오후 10시55분에 4.905%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동시간대에 나머지 종편 3사의 시청률은 1~2%였다.

11월26일 오후 2시쯤 한 남성이 서울 공평동 안후보 캠프가 있던 빌딩 옆 6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 자살 소동을 벌였다. 종편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거나 화면 일부를 할애하면서 이 상황을 속보 형식으로 생중계했다. 자살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인권 보도 준칙은 무시한 채 선정성에 매몰된 보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종편은 연예인과 작가들의 몸값만 크게 끌어올렸다. 정우성은 JTBC 20부작 드라마 <빠담빠담>에서 회당 9천만~1억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이는 그의 전작 지상파 드라마인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서 받은 회당 출연료보다 두 배 정도 높다. 김수현 작가는 JTBC 30부작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를 통해 회당 6천만~7천만원의 집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작가는 지난해 막을 내린 SBS <천일의 약속>에서는 회당 5천만원을 받았다. 신동엽·이수근·김병만 등 인기 MC들도 지상파보다 많은 돈을 받고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종편의 출연료는 지상파에 비해 20%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편들과 경쟁하는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비도 덩달아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편마다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JTBC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채널A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TV조선과 MBN은 뉴스 프로그램으로 타깃을 설정했다.

JTBC는 지난 2~4월 방송된 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아내의 자격>이 그나마 ‘대박’을 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륜 코드로 방송 초반 비판을 받았지만, 탄탄한 내용과 높은 긴장감으로 종편 시청률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4.9%를 기록했다. 여기에 현재 방영 중인 <무자식 상팔자>는 방송 8회(총30부작) 만에 수도권 시청률 5%를 넘어섰다. 동시간대에 방영 중인 지상파 MBC 주말드라마 <아들 녀석들>의 6%대 시청률도 위협하는 수준이다.

채널A는 이영돈 PD가 최고 시청률 3%대를 기록한 <먹거리 X파일>로 이PD의 KBS 재직 시절 방송되었던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의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앵커 박종진이 진행하는 정치 대담 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 역시 화제를 낳고 있지만, 여권 편향 시비를 불러일으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를 계속 받아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와 오락을 겸비한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톱스타 없이도 제작을 할 수 있는 데다 정보 전달의 유익함까지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종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표적으로 JTBC <닥터의 승부>에서는 전문의 16명과 연예인 패널 10여 명이 모여 의학 지식을 겨룬다. 이와 유사한 TV조선 <닥터콘서트>는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와 여에스더씨 부부 의사가 출연해 의학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평균 시청률 2%대를 기록하는 MBN의 <황금알>은 생활 정보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여성 새터민들이 집단으로 등장한다.

TV조선의 경우, 최희준 앵커를 내세운 <판>에 뉴스쇼 형식을 도입해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고, <장성민의 시사탱크> <신율의 대선열차> 등의 정치 대담 프로그램 포맷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종편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이 자리 잡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은 걸린다. 올해 1년을 교훈 삼아 2년차인 내년에 제대로 된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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