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체, 태양계 끝자락에 들어서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12.11 14: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년 전 떠난 보이저 1호, 태양계 밖 미지 영역으로 진입

올해는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발사된 지 35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2월3일(현지 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무인 행성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새로운 우주 영역인 ‘자기장 고속도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태양권과 성간(星間) 우주 사이의 마지막 층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태양계 끝의 태양권계면을 지나 성간 공간으로 향하기 위한, 이른바 ‘태양계 탈출’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사실 보이저 1호가 이곳까지 진입하리라고는 NASA도 예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기장 고속도로는 어떤 곳이고, 보이저 1호는 언제 어떤 임무를 띠고 발사된 것일까.

ⓒ 연합뉴스

보이저 1호의 마지막 여정, 자기장 고속도로 진입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5일, 2호는 같은 해 8월20일에 발사되었다. 보이저들은 외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장거리 여행자’이다. 이름에 걸맞게 보이저 1호는 초속 약 17km의 속도로 날아 현재 지구로부터 1백83억7백24만km 떨어진 곳을 지나가고 있다.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1백20배에 달하는 곳으로, 빛의 속도(초당 30만km)로 33시간이나 가야 하는 아주 먼 거리이다.

현재 보이저 1호가 들어선 태양권(heliosphere) 최외곽, 이른바 ‘자기장 고속도로’는 태양계를 벗어나 별 사이 공간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횡단해야 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이 지역은 태양계의 자기장과 외부 항성 간 자기장이 섞여 자기장의 빠른 흐름이 생기는 곳으로 태양권 안에서 생긴 입자와 성간 공간의 입자가 서로 만나게 된다. 태양권 내부 입자들이 바깥으로 나가고 성간 우주 입자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종의 통로이다.

그렇다면 NASA는 보이저 1호가 자기장 고속도로에 들어섰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보이저 1호는 지난해 태양계 외곽 경계 지대인 ‘헬리오시스(태양권 덮개)’에 들어섰다. 태양권 덮개는 태양계 가장 바깥에서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영역이다. 이곳에서 보이저 1호는 태양이 방출하는 전하입자의 흐름(태양풍)과 태양계 바깥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는 전하입자의 흐름(성간풍)을 비교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왔다. 그런데 NASA가 최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태양계 밖에서 전해오는 외부 전하입자의 양이 급격히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전하입자의 흐름이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하입자들은 자기장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는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진입한 후에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차가 이동하듯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NASA가, 보이저 1호가 성간 공간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추정하는 것도 보이저 주변의 입자 방향이 일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부에서는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흐르는 자기장 흐름이 성간 공간으로 벗어나면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기장 라인의 흐름 방향이 변하는 것을 보고 성간 공간과 태양계의 경계를 구분하게 된다.

보이저 연구책임자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에드워드 스톤 교수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여전히 태양계 안에 있지만 이는 별 사이 공간을 지나기 위한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보이저 1호가 태양계 경계를 넘어 성간 우주로 진입할 순간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보이저 1호가 사람이 만든 물체 중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미지의 우주와 만나게 된다는 역사적 의미 때문이다. 비록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지만 보이저 1호가 인류 문명과 신화의 중심이었던 태양계 밖으로 나가 실제로 다른 은하계를 발견하게 된다면, 향후 태양계 밖의 행성을 탐사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보이저 1호가 태양권계면을 완전히 벗어나면 분명 태양계 바깥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는 성간 입자들의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올 것이다. 따라서 인류를 놀라게 할 우주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적어도 한 달, 늦어도 4년 뒤인 2016년에는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에 들어서서 다른 은하계로의 탐험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처음으로 목성 위성을 탐사하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5일 지구에서 발사되어 1979년 3월5일에 목성, 1980년 11월12일에는 토성에 도착했다. 그리고 현재 지구에서 1백83억7백24만km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최장거리 비행체이다. 보이저 1호가 현재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저 1호의 장거리 우주탐사의 원동력은 초소형 원자로를 이용한 ‘방사성 동위원소 전력공급장비(RTG)’에 있다. 자체 발전기를 탑재한 덕분에 당초 기대보다 20년 이상 길게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처음에는 1989년에 임무를 종료할 예정이었다.

일반적인 우주선은 태양을 원동력으로 삼지만 화성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태양빛이 약해 방사성 물질을 쓸 수밖에 없다. 만약 지구나 달 또는 다른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지 않고 정지해 있다면 행성으로의 비행은 아주 간단할 것이다. 지구에서 탐험하고 싶은 행성을 향해 똑바로 우주로켓을 발사해 탐사선을 보내면 된다. 그러나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은 모두가 공전하고 있어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보이저 1호는 연료인 ‘플루토늄 238’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까지 우주여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 등 외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우주탐사선이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목성과 토성에 도착했고, 두 행성의 상세한 영상을 보내왔다. 발사한 후 18개월쯤 목성 27만8천km까지 접근해 목성 근접 사진을 전송했고, 새로운 위성도 여럿 발견했다.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화산을 발견하고 또 다른 위성 ‘유로파’의 얼어붙은 표면 밑에서 바다의 흔적을 찾아냈다. 목성 위성을 탐사한 것은 보이저 1호가 처음이다. 또 토성의 고리가 1천개 이상의 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보이저 1호가 지구로 무선 신호를 보내는 데는 17시간이 걸린다.

보이저 1호에는 외계 생명체와 조우했을 때를 대비해 55개국 언어로 된 인사말과 27곡의 음악, 개 짖는 소리 같은 음향, 1백18장의 지구 사진이 실려 있다. 다른 항성계의 고등 외계인이 지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탈출하는 순간,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는 큰 획을 그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이저 1, 2호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하게 했다. 태양계를 벗어나 또 다른 세계와 만날 보이저 1호의 맹활약을 기대해보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