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어루만져주는 책과 영화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2.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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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가중되기 전에 다스려야”

사람은 모두 불안을 느끼며 산다. 그렇다고 공포증이나 강박증에서 오는 병적인 불안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회의 불안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마다 직업 등으로 생긴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경제·사회·정치적 불안이 개인 불안을 가중한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 학력이 높거나 낮은 것과 상관없이 억울한 심리를 갖는데, 이 억울 심리가 불안과 맞물려 증폭되는 양상을 보인다. 정부는 이런 사회적 불안을 인식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주어야 한다. 개인은 작은 불안을 그때그때 다스려야 한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으로 불안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장애라는 병으로 발전하고, 그런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서점가나 영화계에는 불안을 주제로 한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출생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은 2005년에 발간되어 지금까지 출판사를 바꿔가며 20만부 이상 팔렸다. 그만큼 불안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돈=능력’인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불안하다. 알랭 드 보통은 책을 통해 그런 세태를 꼬집었다.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불확실성과 함께 능력주의도 포함했다. 과거에는 지위와 부는 파렴치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인식은 능력주의가 생기면서 깨졌다. 과거에는 가난을 고민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었지만, 능력주의 시대가 되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은 가난을 불안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불안을 달래는 해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안을 들었다. 불안의 실체를 철학적으로 인식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 예술과 예술 작품을 통해 그러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13년은 불안을 부추기는 해”

불안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다. 지난 10월 열린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민환기 감독의 영화 <불안>은 직장을 나온 젊은이들의 창업 도전을 다룬 내용이다. 안정된 회사를 나온 것 자체가 불안인 세상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유명세를 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2013년 10대 키워드를 선정했다. 그중의 하나가 ‘날 선 사람들의 도시(city of hysterie)’이다. 2013년은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에는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사회·문화적 이벤트가 없다. 즉, 사회에 불안이 생기기 쉬운 해이다.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알아보는 자가 진단법도 있다. 김경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소한 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불안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인지를 가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자가 진단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여러 차례 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병원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다양한 자가 진단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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