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보·통일', 문재인 '경제·민생'
  • 김회권 기자·김형민 인턴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2.12.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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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검증 / 정책 공약, 누가 어느 부문에서 앞섰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1월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신뢰 외교와 새로운 한반도’를 주제로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1월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정책 공약을 종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 문재인 제공
<시사저널>은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 등 모두 여덟 명의 각 전문 분야 교수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정책검증단과 함께 18대 대선 공약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공약 분야는 크게 정치·행정·법제, 외교·안보·통일, 경제·민생, 복지·교육 등 네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정책검증단의 단장을 맡은 김용철 교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간에 비슷한 공약이 많이 제시되어 뚜렷하게 차별화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정치 분야의 경우 거의 비슷한 공약들이 제시되어 유권자 입장에서는 공약만으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대중 인기 영합적 공약들이 다수 제시되어 당장 선거 국면에서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의 재원 조달 문제, 국가 재정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집행 가능성 측면에서는 회의적인 공약들도 여전히 많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두 후보의 공약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시된 합리적인 공약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밝혔다.

평가위원들의 평가를 각 분야별로 보면, 경제·민생 분야와 복지·교육 분야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얻은 반면,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는 박후보가 조금 더 우수했다. 반면 정치·행정·법제 분야에서는 양 후보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전체적으로는 문후보가 우수 5개, 보통 15개, 미흡 0개 항목인 데 반해, 박후보가 우수 4개, 보통 8개, 미흡 8개 항목으로 문후보가 약간 더 높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후보는 다른 공약에 비해 정치 개혁 공약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 공천권 폐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세억 교수는 “정치 현안에서 제시된 문제점을 잘 짚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 폐지라든가,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선을 해야 할 경우 그 원인 제공자가 선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은 필요한 공약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교수는 “해결 방안이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기존에 제시되었던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정치 부문에서 상당한 개혁성이 돋보인다. 문후보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에 민간 위원을 절반 이상 임명한다고 약속했다. 또한 윤리위의 국회의원 징계안은 일정 시한 내 본회의 상정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런 공약들은 결국 ‘정당의 기득권 내려놓기’ ‘권력 기관 바로 세우기’ ‘일하는 국회’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 부분에 낮은 점수를 줬다. 이광윤 교수는 “대통령의 특권 내려놓기와 책임총리제의 경우, 헌법과 법률에 의한 권한 행사는 당연한 것으로 잘못된 관행에 대한 시정 정도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정당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여당에 의한 정당 책임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현 대통령 책임제하에서는 모순이다. 이는 자칫 정치를 파행으로 몰고 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박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반대했다. 그러나 문후보의 경우 공수처를 설치하고 처장은 독립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윤 교수는 “박후보의 경찰 개선 분야나 문후보의 검찰 개혁 부분은 실현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유연한 대북 정책을 구사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박후보는 이명박 정권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대북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6자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양자 접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박후보의 대표적인 대북 정책이다. 그러나 대부분 총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영기 교수는 “박후보의 대북 정책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음 정부 5년 동안 대북 정책이 추진 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 합의는 존중하되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5년 동안 대북 통일 정책에서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실천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후보 대북 정책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실현이다. 박후보보다 비교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역시 총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영기 교수는 “대외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랏빛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남한의 정책대로 움직여줄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후보는 ‘인수위에서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고, 취임 후 남북경제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남북 경제연합을 위한 경제 협력을 시작하겠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조교수는 “만약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라며 구체적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공통 방점은 ‘경제 민주화’이다. 과거 후보들은 ‘성장’을 첫손에 꼽고 성장률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 대국)이 대표적이다. 반면 두 후보는 모두 분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재벌 개혁, 중소기업 상생, 중소 상인들 민생 등이 성장이 설 곳을 대신 차지했다.

상생과 민생 부문에서는 두 후보 사이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특색은 있다. 박후보의 경우 ‘렌트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발표한 ‘지분매각 제도’나 ‘주택연금 사전 가입 제도’가 눈길을 끈다. 정승연 교수는 “집 문제에 관해서는 꽤나 구체적인 접근이라 국민 만족성이 높은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 정책 연관성에서 주로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는 기존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주택은 해당되지 않고, 기존 제도보다 보증보험료 등 추가 비용이 커 실현 가능성이 없다. 게다가 금융 부채 불이행자에 대한 채무 감면 등은 정책의 형평성이 상실된 것이고 재정 부담이 되는 정책들로 다른 경제 정책과 연관성이 무시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평가위원들은 문재인 후보 경제 정책의 핵심을 ‘일자리’라고 보았다. 민심 경제의 핵심을 ‘일자리 창출’에 둔 반향이 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견 기업 4천개 육성, 청년 벤처 1만개 양성, 신재생 에너지 육성 등 선언적 공약에 불과하다”(김선근 교수), “공공 부문 일자리를 주로 말하고 있어 재정 적자의 급격한 확대가 우려된다”(정승연 교수)라며 실현 가능성과 단순 대중 영합성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부여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선근 교수는 “공공 부문 전환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전환을 위한 지원금 및 기금들은 장기간 막대한 재정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박후보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세억 교수는 “과학기술 부활을 비롯해 국가의 장기적 과학기술 발전 정책 수립이나 관련 예산 등에서 정책 추진 의지와 함께 구체적 방안까지 담았다”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간극이 그나마 벌어진 부분은 재벌 관련 공약이다. 박후보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공정성 강화’를 언급하지만, 문후보는 ‘재벌 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선근 교수는 “문후보의 공약이 재벌과 중소기업 간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인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박근혜 후보는 선택적 복지를 추구한다. 4·11 총선 이전과 비교해 박후보는 상당히 많은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생애 맞춤형 복지’가 대표적인 박후보의 선택적 복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박후보의 복지 공약이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영준 교수는 “전체적인 복지 인프라 없이 산발적인 공약을 내세움으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는 공약이 많다”라고 언급했다. 공정성 부분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홍교수는 “박후보의 공약에는 사회적 약자에 관한 생각이나 방향이 산발적 혹은 선택적으로 나눠 나타나고 있다. 여성 및 보육에 관한 공약은 맞춤형 보육 시스템과 같이 10대 공약 중에 포진해 있는 반면, 아동에 관한 공약은 없거나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원 조달 부분에서는 박후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홍교수는 “박후보는 불필요한 복지 지출 항목 폐지, 즉 복지 행정 개혁으로 인해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같은 항목으로서 문재인 후보가 0.8조원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라고 했다.

문재인 후보의 복지 공약은 박후보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국민 만족성 부분과 공정성, 정책 연관성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홍교수는 “국민의 욕구와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로 인상해 18만원으로 하고 향후 기초 연금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고령화에 따른 사회와 국민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각을 고려할 때 문후보의 공약은 빈곤 및 사각지대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노후 소득 보장 체계 구축, 아동수당, 장애인 소득 보장 등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한 사회의 공정성을 키울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재원 조달 부문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문후보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부자 증세와 법인세 및 소득세를 인상해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홍교수는 이에 대해 “매년 40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교육 부문에서는 두 후보 모두 선언적 수준에 그친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경석 교수는 “교육 정책은 인구학적 변동, 경기 동향, 국제 관계 등과 연관되어 특히 경제, 복지, 여성 정책 공약과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두 후보의 교육 공약은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대한 선언적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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