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친위대’ 이들을 주목하라
  • 양정대│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2.12.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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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 5인방·후견인 3인방 등으로 진용 갖춰

안철수 지지자들이 12월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부근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 유세를 펼치고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안철수 신당’이 점차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다. 물론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새 정치’를 기치로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새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신당 창당의 경로와 방식은 일차적으로 대선 결과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안철수 전 후보가 진보·개혁 세력은 물론 중도와 무당파층, 합리적 보수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비주류를 중심으로 급격한 권력 재편 움직임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자칫 신당 창당 과정 자체가 정치권 전체의 ‘빅뱅’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점에서 안 전 후보 친위 세력의 면면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치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신당 창당이 새 정치의 깃발만 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들 친위 세력을 살펴보는 것은 안 전 후보가 구상하는 신당의 면모와 파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일 수도 있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정치권 전체 ‘빅뱅’ 가능성

‘안철수 친위대’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이들은 ‘5인방’이다. 안 전 후보의 공평동 캠프를 최전선에서 이끌었던 박선숙 전 의원, 강인철·금태섭·조광희 변호사,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그들이다. 박선숙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냉철함과 현실 감각을 겸비한 여전사로 꼽힌다. 고(故) 김근태(GT) 민주당 상임고문측과 가까운 박 전 의원은 차분하면서도 분석력이 돋보이고 조직 장악력도 뛰어나다.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현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공평동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강인철 변호사는 순천지청장 출신으로 지난해 안 전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고락을 함께해왔다. ‘안철수재단’ 설립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현실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그는 강경파의 선봉에 있었다. 안 전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조광희 변호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소속된 법무법인 원의 멤버이다. 조변호사의 행보 하나하나에 강 전 장관의 뜻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영화사 ‘봄’의 대표이기도 한 조변호사도 신당 창당 문제에 관한 한 현실 정치권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대검 연구관 출신으로 정치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9월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에 관한 협박 전화 폭로도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초반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다. 그는 신당 창당 문제에서도 민주당과의 ‘빅 텐트론’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부터 안 전 후보의 ‘입’ 역할을 해온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지금도 대변인이다. 그만큼 안 전 후보의 신임이 두텁다. GT의 비서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참여정부 때 춘추관장을 맡았던 터라 민주당 안팎의 인맥도 두텁다.

후견인 그룹은 법륜·강금실·박경철

‘5인방’이 안 전 후보의 정치적 행보에 ‘동행’하는 이들이라면 법륜 스님과 강금실 전 장관,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 등 3명은 안 전 후보의 후견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평동 캠프가 차려지고 나서도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지만, 안 전 후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안 전 후보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법륜 스님은 안 전 후보로 하여금 정치권에 발을 딛게 만든 당사자이다. 특히 그는 전국 16개 시·도는 물론 해외 28개국에까지 뿌리를 내린 ‘정토회’라는 조직을 가지고 있고, 수많은 남북 교류 협력 조직에도 관여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향후 강금실 전 장관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이미 안 전 후보의 공평동 캠프 인선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9월19일 안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까지 캠프 참여 의사를 전달받은 이들 중 상당수가 그의 추천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강 전 장관의 전화를 받았느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는 민주당 인사들과 가깝지만 ‘친노(親盧)’ 진영의 패권주의, ‘비노(非盧)’ 진영의 비개혁 노선 모두에 비판적이다. 안 전 후보의 신당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박경철 원장은 안 전 후보의 새 정치 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낡고 부패한 기성 정당,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 아닌 각 분야의 젊고 참신한 전문가 100명만 모으면 우리 정치를 확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해왔다. 자신의 성공을 사회의 몫으로 돌리며 공익적 삶을 살아온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반(反)새누리당·비(非)민주당’ 성향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질서를 모색하자는 주장이다. ‘각성한 엘리트 중심주의’라는 비판이 따르기도 하지만 공평동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는 안 전 후보가 구상하는 신당의 모델에 가장 근접한 시각이라는 얘기가 많다.

 안 전 후보가 구상하는 신당이 기존 정당 질서와는 달리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는 네트워크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신당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전문가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상당수 거론된다. 우선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 남북 관계 전문가인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환경 전문가로 4대강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융합과학 전문가인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과 정재승 KAIST 교수, 경제 분야와 사회적기업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 등은 해당 분야별 정책통으로 결합할 공산이 크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에 투신해온 하승창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 캠프에서 기획팀장을 지낸 김형민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은 정무 파트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캠프 활동 과정에서 안 전 후보와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통인 김윤재 변호사의 행보도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임이 두터운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역시 안 전 후보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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