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사회 인물] 쌍용차 해고자 울린 ‘죽음의 그림자’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12.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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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파업 후 3년 새 23명 잇달아 사망

사회 분야 올해의 인물에는 ‘쌍용자동차 노조’가 꼽혔다. 쌍용차는 2009년 5월8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노동자 2천6백8명을 정리해고했다. 4백55명은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그러자 노조는 ‘옥쇄 파업’에 들어갔고, 경찰은 파업 77일 만에 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진압했다. 파업이 진압된 후 쌍용차 노조원 96명이 구속되었다.

노사는 협의를 통해 ‘무급 휴직자 2년 내 복직’ 등의 합의를 이루었지만 지금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쌍용차 해직자와 가족 23명이 자살·질병 등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러자 한상균 전 노조지부장 등 노조원 3명은 11월20일 평택공장 앞 30m 높이의 송전탑에 올라갔다. 12월20일 현재 30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전탑은 쌍용차 공장 정문에서 시내 쪽으로 약 2백m 떨어진 곳에 있다. 노조원들은 송전탑에서 ‘해고자 복직’과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철탑 농성장 바로 아래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철탑 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천막 두 개를 설치했다.

쌍용차 노조는 해결 방안으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차원에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9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그렇다고 쌍용차 해직자 전원 복직이 이루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 9월 열린 국회 청문회에는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참석했다. 그는 “무급 휴직자에 대해서는 2~3개월 뒤부터 복직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 전원 복직은 2~3년 내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직 대상에 해고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해, 사실상 ‘해직자 복직’은 계획에 없음을 확인했다.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여야가 긍정적인 입장이다. 민주통합당은 10월4일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도 국정조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조사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 2월 이후에나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의 송전탑에서 해직된 쌍용차 노조원들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극단적 선택 이어질 가능성 여전

올해 쌍용차 노조가 이슈가 된 것은 해직자와 그 가족들의 잇단 죽음 때문이다. 쌍용차 해직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은 장기 파업에 들어간 이후인 2009년 5월부터 시작되었다. 그해 5월과 6월에 조합원 2명이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고, 7월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김 아무개씨가 자신의 승용차에 연탄불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쌍용차 노조 간부의 아내인 박 아무개씨가 자택에서 자살했다.

올해에도 자살과 병으로 사망하는 쌍용차 해직자와 가족의 죽음이 이어졌다. 3월에는 쌍용차 해고자가 자신이 살던 임대아파트에서 투신했다. 10월에는 쌍용차 노조를 희망 퇴직한 한 아무개씨가 지병인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는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시 칠괴동 자택에 살면서 치료를 받아왔다. 이로써 한씨는 23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쌍용차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막다른 곳에 몰린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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