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리더십’으로 한반도 외교 이끈다
  •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 승인 2012.12.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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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선 한반도 주변 6개국 정상 중 박당선인이 최연장자

한국의 대선이 12월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결판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중국·일본·러시아·북한의 지도자 교체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북한은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한 뒤 아들 김정은이 세습으로 자리를 이었다. 지난 11월6일 열린 미국 대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1월 새로운 4년 임기의 대통령에 연임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에서는 11월8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제18차 당 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이 새로운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되었다. 12월16일에는 일본의 아베 자민당 총재가 총선에서 승리해서 12월26일 총리로 취임한다. 이보다 앞서 2012년 3월 푸틴은 러시아 대통령 자리에 다시 올랐다.  

박근혜 당선인은 1952년 2월생, 시진핑 총서기는 1953년생, 오바마 대통령은 1961년생, 아베 총리 내정자는 1954년생, 푸틴 대통령은 1952년 10월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982년생(추정). 그러고 보니 박당선인이 새로 짜여진 남북한과 미·중·일·러의 새로운 리더들 가운데 최연장자가 된다.

이들 모두가 1950년 6월에 시작된 한국전쟁이 끝나기 직전이나 끝난 후에 태어난 전후 세대로, 한국전쟁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은 리더들이다. 2013년 3월에 중국 국무원 총리로 임명될 예정인 리커창(李克强)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도 1955년생으로, 한국전쟁 종전 후에 출생한 인물이다.

(왼쪽)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 박근혜 제공 (오른쪽)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 연합뉴스

한반도 주변국 리더들, 모두 전후 세대

특기할 점은 11월 초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차 당 대회에서 선출된 판창룽(范長龍)과 쉬치량(許其亮)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도 각각 1947년과 1950년에 출생해서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을 연령층이다. 7인의 중국 중앙군사위원들도 1941~1954년 출생으로, 대부분이 한국전쟁을 기억하지 못할 연령층으로 짜여졌다.

한국전쟁 개전 6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처음으로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 국가 지도자들이 전쟁의 기억이 머릿속에 없는 사람들로 짜여진 셈이다. 이들이 앞으로 엮어갈 한반도 주변 정세는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될까. 박근혜 당선인과 오바마, 시진핑, 아베, 푸틴 그리고 김정은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만나게 될 것이며, 어떤 외교 행동을 보여주게 될 것인가.

박근혜 당선인은 2008년 1월17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만난 일이 있다. 박당선인은 당시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이명박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거기에는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온 점을 평가하며, 앞으로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취해 의견 교환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친서의 말미에는 ‘한·중 관계의 증진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본인이 각별히 신임하는 박근혜 의원을 본인의 특사로 파견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베이징에 사는 우리 교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특사는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면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정상 접견의 노하우를 배우기라도 한 듯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태도로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을 소화해냈다”고 한다. 얼굴 표정은 부드러우면서도 위엄이 있는 자세를 잘 견지했으며, 평소 잘 웃지 않는 후진타오 주석이 한국의 여성 특사를 위해 웃음을 지어 보이는 등으로 다소 가볍게 보일 정도였다는 것이다.

박당선인의 중국측 정상회담 파트너가 될 시진핑 총서기는 저장(浙江) 성 당서기 시절이던 2005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2009년에는 국가부주석으로 서울을 다시 방문했다. 시진핑은 이 두 번의 방문 모두, 먼저 평양을 방문한 다음 서울을 방문함으로써 남북한에 대한 중국의 등거리 외교 원칙을 과시했다. 당시 시진핑은 평양에서는 최고의 환대를 받았으나, 지방 당서기나 국가부주석의 중요성에 별로 주목하지 않던 우리 외교 당국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냉대를 받았다. 시진핑은 지난 2010년 10월25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60주년 기념식에 나가 “60년 전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쟁) 참전은 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한국인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중국 시진핑 당 총서기 ⓒ 연합뉴스(위). 일본 아베 자민당 총재 ⓒ 박근혜 제공 (아래).

박근혜-김정은 회담 의외로 순조로울 수도

박근혜 당선인은 아홉 살 연하의 오바마 대통령, 두 살 연하의 아베 총리 내정자, 동갑인 푸틴 대통령과는 아직 공식 면담한 일이 없다. 아들뻘인 김정은 제1비서와도 당연히 만난 적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대선 다음 날인 12월20일 비교적 장문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박근혜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양국 간 지역 문제와 글로벌한 문제에 대한 한·미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를 바란다. 미국과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두 나라는 경제와 안보, 인적 교류 면에서 글로벌한 파트너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오바마가 말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역할’이란 2011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하와이 이스트웨스트센터 연설을 통해 “앞으로의 21세기는 ‘미국의 태평양 세기’가 될 것이며, 미국은 태평양 서쪽의 전통적인 동맹국 일본·한국·필리핀·태국·호주 등 5개국과 함께 미국의 태평양 세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른바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재개입(Re-engagement) 정책’을 통해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에 대해, 한국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럴 경우 박근혜 당선인은 시진핑 주석과 국익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예견된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과 아베 일본 총리 내정자의 인연도 화제이다. 아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직전에 일본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한국과 일본은 국력에서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정도였으나, 50년이 흐른 지금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와 만나는 박당선인이 이끄는 한국의 위상은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져 있다. 그런 점에서 박당선인은 가슴속에 자존심이 가득한 아베와 독도 문제나 역사 문제로 언제든 불편한 심기를 서로 주고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앞으로 남북 관계가 완화되어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박근혜 당선인이 아들뻘인 김정은과 회담을 하며 어떤 화제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당선인은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과 회담한 일이 있으므로, 당시 아버지 김정일 이야기를 화제의 실마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상대방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로 시작하는 등 의외로 쉽게 협상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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