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가 안철수? 천만에…다음은 바로 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12.24 18: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권 원희룡·남경필·김문수, 야권 박원순·안희정·김두관 거론

하나의 결과는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12월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2017년의 차기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17대 대선 직후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의 결과를 보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 선두에 올랐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2007년 12월19일 여론조사에서도 박의원은 30.5%로 정동영(23.7%), 문국현(20.1%) 등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때부터 박의원은 지난 5년 내내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은 채 독주하며 ‘대세론’을 형성했다. 따라서 지금 ‘다음’을 노리는 ‘잠룡’들 역시 초반의 기세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저마다 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대권 다툼이 벌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될 태세이다.

현재 상황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단연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이다. 안 전 후보의 핵심 측근은 “민주당과 별개로 독자적 신당을 창당할 것이다. 2013년 4월에 치러질 재·보선이 ‘안철수 신당’의 첫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안 전 후보측에서는 2017년 대선을 목표로 중·장기 프로젝트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시사저널> 제1209호 2012년 12월19일자 참조).

(왼쪽부터)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 시사저널 이종현 . 박원순 서울시장 ⓒ 시사저널 임준선 . 안희정 충남도지사 ⓒ 시사저널 이종현 .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 ⓒ 시사저널 사진자료

안철수, 초반부터 대세론 형성할까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내일은 아무도 담보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안 전 후보의 경우, 현재 확고한 지지 기반이 없다. 그를 지지했던 2030세대 젊은 층이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에게 열광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안 전 후보 외의 여야 ‘잠룡’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선 승리로 여권은 친박계의 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박계 중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될 만한 인물을 찾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은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치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친박계 가운데 차기 대선 주자라고 할 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친박계 밖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의 난립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쪽은 쇄신파 그룹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일명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폭발했다. 박당선인도 당선 직후 “정치 개혁 실천 등을 위해 가칭 ‘국정쇄신정책회의’를 출범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정치 혁신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 흐름을 타고 쇄신 아이콘의 상징적 존재인 ‘남원정’의 원희룡 전 의원과 남경필 의원 등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내리 3선에 성공했으나,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원 전 의원은 이미 지난 17대 대선 때 경선 출마에 나선 적이 있다. 5선에 성공한 남의원은 당내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주도하며 쇄신파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남의원은 지난 10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뜻을 밝힌 바 있다. 문화부장관을 지낸 4선의 정병국 의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선거 막바지에 박당선인의 유세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과 잠시 정계를 떠나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정욱 전 의원 역시 잠재적인 차기 주자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기존 잠룡들이 대선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내 대선 경선에 나섰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태호 의원은 물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몽준·이재오 의원은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군이다. 특히 김지사는 2012년 8월 경선에서 8.7%에 불과한 득표율을 올렸지만, 박당선인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차기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왼쪽부터)김문수 경기도지사 ⓒ 시사저널 이종현 . 원희룡 전 의원 ⓒ 시사저널 사진자료 . 남경필 의원 ⓒ 시사저널 이종현

“5년 뒤에는 정권 교체”…야권 경쟁 치열할 듯

대선 패배를 놓고 책임론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민주통합당에서는 대선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광역단체장들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야권이 대선 후 여권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격심한 내홍으로 지리멸렬하고 있을 때,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다면 단번에 유력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들은 2014년에 치러질 지자체 선거에서 재선을 노린 뒤, 2017년 대선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시장은 서울시장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야권의 확실한 차기 대선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남아 있는 것은 박시장의 ‘의지’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후 시민사회 세력들이 정치 무대에 대거 진출할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시장 지지자들이다. 안 전 후보와의 관계 설정이 복잡해질 수는 있겠지만, 박시장의 입지는 갈수록 넓어질 것이다. 2014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선 출마는 당연한 수순으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지사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지사는 이번 대선에서도 출마설이 나돌았다. 안지사는 지난 2012년 5월께 “도지사직에 충실하겠다”라며 18대 대선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도지사 잘하네, 그래 더 큰일 해봐’라고 하시면 (대선에) 나서겠다”라며 최종 목표가 대권임을 숨기지 않았다. 안지사측에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19대 대선 로드맵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2012년 11월 말께 충남 아산을 찾아 “안지사가 차세대 국가 지도자로 전국적으로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 이렇게 커나갈 수 있도록 내가 함께하겠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로 친노 세력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지사는 ‘친노 책임론’의 후폭풍에서 비켜 서 있다. 충남도지사가 가지는 의미도 특별하다. 충청권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없다는 공식이 이번 대선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나. 안지사가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과 19대 총선에서 3선을 이룬 텃밭(경기 군포)을 버리고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 지역(수성 갑)에 출마했던 김부겸 전 공동선대본부장 등은 당장 당권 도전을 통해 향후 거취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소장파 중에서는 재선의 이인영 의원과 3선의 박영선 의원이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의원은 ‘486’의 대표성이 있고, 박의원은 ‘여성’ 리더라는 강점이 있다.

‘다이내믹’한 한국 선거판에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기 5년 전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2017년의 19대 대선 역시 또 어떤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들은 다음 대선까지 한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5년 후 대선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