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 김대한은 누구인가
  • 표창원│범죄심리학자 ()
  • 승인 2013.01.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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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의 범인 김대한. ⓒ 연합뉴스
범인 김대한(당시 56세)은 테러리스트도 간첩도 아니었다. 당시 지하철 내 승객 어떤 사람과도 관계가 없고 원한도 없었다.

대구 지하철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다. 그는 단지 ‘처지를 극단적으로 비관하고 그 탓을 세상으로 돌려 사회와 사람들을 향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운전업에 종사하던 김대한은 범행 2년 전인 2001년 4월 뇌졸중(중풍)으로 쓰러진 후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신체장애 및 지적장애까지 오게 되자 의료 사고를 주장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후 김대한은 우울 증상까지 겪게 되었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생겨난 분노를 주로 병원 의료진과 관계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해소하곤 했다.

병원에서는 의료 사고를 주장하는 환자라는 특성을 감안해 신고나 고소, 혹은 정신과 입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대한의 폭력과 파괴 행동은 계속 악화되어가기만 했다.

김대한은 가출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기도 했다. 방화 이후 혼란을 틈타 승객들에 자연스럽게 뒤섞여 유유히 대피했던 김대한은, 대구 시내 한 병원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치료를 받다가 그를 알아본 같은 객차 승객에게 발각되었다. 김대한은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횡설수설하며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려 애썼지만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 결과 ‘정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에 의한 형의 감면 사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정에서 검찰은 김대한에게 ‘현존 전차 방화 치사상죄’로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김대한이 처해 있던 상황의 정상을 참작하고, 사망자 대다수가 김대한의 방화 행위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가 아닌 대구 지하철측의 잘못된 대응으로 숨진 정황을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김대한은 범행 1년 뒤인 2004년 8월31일, 수감 중이던 진주교도소에서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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