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거품 없앴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1.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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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시장 파수꾼’ 떠맡은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한마디로 우리 국민의 밥상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이다. 2012년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글로벌 농수산식품 산업 육성 전문 공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우리 농업의 성장 동력이 될 농수산식품 산업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aT가 한 일 가운데 일반인이 기억할 만한 최근의 것은 설탕 수입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국내 설탕 산업은 독과점 구조로 인해 원당의 국제 시세가 내려가도 설탕 가격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aT는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 설탕을 시중 가격보다 25~40% 이상 싼값에 판매했다.

김재수 aT 사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사가 설탕까지 수입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언론에서 설탕업체의 이익을 두둔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결과적으로 잘되었다. 우리가 5천t을 수입해서 다 팔자, 국내 설탕 생산업자들이 모두 값을 내렸다. 기업이 정부가 닦달한다고 해서 제품 값을 내리겠나. 우리가 현지에 가서 사오니까, 원가가 다 드러나니까 어쩔 수 없이 내린 것이다.

음식에 반드시 쓰이는 설탕의 원료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싸게 살 수 있게 해줄수록 도움이 되는 것이다. 국민은 식품 대기업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정부는 대기업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 밀가루 시장도 마찬가지다. aT가 식품에 한해서라도 독과점 기업에 경계심을 주어야 한다. 가공식품 회사 망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때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선진국으로 가려면 IT나 제조업을 잘해서 가는 게 아니라 농업 기반을 잘 갖춰야 한다”라며 농업의 역할을 여러 번 강조했다. G10에 들어 있는 나라 중 농업 선진국이 아닌 나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농업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갈 수는 없다. 농업이 먹고살 수 있는 기본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농작물로 고부가가치인 다양한 신소재나 첨단 기능성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신종 플루의 예방약인 타미플루의 원료가 중국에서 나오는 팔곽회향에서 추출한 물질이었다. 농업이 바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는 농수산식품의 특징으로 ‘남아돌 때는 아무 걱정이 없지만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온 국민의 근심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화 과정에서 우리 농업이 제 몫 이상을 해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먹거리의 가격 파동이 일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진국의 폭동은 대개는 식료품값이 폭등하면서 벌어진다. 먹거리의 가격 유지와 안정적인 생산 공급은 국가를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안정적인 쌀 생산 기반을 갖추는 것이 우리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게 민주주의보다 중요하다. 먹는 문제는 사회 안정과 직결된다.”

때문에 그는 농수산물 무역을 개방한 우루과이 라운드 실시 이후에도 국가가 주요 농산물 수급에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사장은 “일부 상인들은 농수산물 전체 품목의 수급을 시장에 맡기라고 주장하지만, 상인은 이윤 창출이 목적이고 식량 문제를 시장 기능에만 맡기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시장경제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20 농업 분야 합의문 작성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G20의 농업 선진국들은 농수산물 교역도 전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대부분 식량 수출국이다. 나는 농업 분야는 시장경제에 다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나와 똑같은 주장을 폈다. 지금 금융 분야에서 미국 월가식의 금융 자본주의를 실시하다가 전 세계가 동반 침체에 빠졌다. 미국식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국민의 밥상을 지켜주는 것이 aT 의무

김사장은 “국민의 입맛과 밥상을 지켜주는 것이 aT의 의무이다. 요즘은 우리 농산물 수출 관련 업무도 대폭 강화시켰다”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우리 농수산식품의 수출 규모는 2011년에 77억 달러, 지난해에는 8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올해는 100억 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농업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100억 달러 이전에는 규격과 품질을 지키라고 가르쳤지만 이후에는 우리가 그런 소리 할 필요도 없이 농수산식품 생산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aT는 이들의 수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투 소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한류 붐도 aT를 고무시키고 있다. 문화 대국이 되면 한국 음식과 한국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가 외국에서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싸이 효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음식을 그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우리 식품 생산자들이 외국의 유통 채널을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땀 흘려 말춤을 추고 나면 뭐를 먹어야 하지 않나? 그때 우리가 먹을 것을 제시해야지.”(웃음)


김재수의 ‘aT 스타일’ 

경북 영양 출신인 김재수 사장은, 행정고시 21회(1977년) 합격 이후 대부분의 관료 생활을 농림수산부에서 했다. 특히 유통과 과장, 유통과 국장을 지내면서 진작부터 aT와 인연이 깊었다. 그는 “사장으로 갈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더 aT 직원들에게 잘 대해주었을 텐데…”라며 웃었다. 농촌진흥청 청장을 거쳐 2011년 7월 농림수산부 제1차관을 끝으로 관복을 벗은 그는 aT 사장으로 부임했다.

‘농정을, 농수산물 유통을 너무 잘 아는’ 김사장은 직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도 잘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상사가 혼자 다 해도 안 되고, 다 시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1년 AA를 획득했던 ‘2012 지속 가능 경영 실태조사’(지식경제부와 산업정책연구원 공동 실시)에서 2012년에는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트리플A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다. 우리 공사 업무의 연장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개발했다. 화훼 공판장의 남는 꽃을 장애인 꽃가게에 지원하는 장애인 화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나 베트남 이주 여성 고향 방문 사업, 지역 농업대학 학생에게 멘토를 연결시키고 해외 사업장에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지역 인재  할당제를 실시했다. 이렇게 기존과는 다른 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주고 실천해준 덕분”이라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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