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진화하는 ‘기업형 조폭’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1.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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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조폭들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기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토종 조폭들과 새롭게 출현하는 신흥 조폭들은 ‘21세기 기업형 조폭’을 표방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조폭인지 일반 기업체인지 잘 분간되지 않는다.

‘두목’ ‘행동대장’ 등 암흑가에서 부르던 호칭도 버린 지 오래다. 대신 ‘회장’ ‘사장’ ‘영업부장’ 등 기업에서 사용하는 호칭을 사용한다. 번듯한 명함도 만들어 다닌다.

지난해 8월3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황홍락 경감이 조폭들에게서 압수한 현금 IC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조폭들이 기업형으로 진화하면서 조직 운영도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로펌이나 법조인을 법률 고문이나 자문으로 두면서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간다.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경제적인 여건도 훨씬 좋아졌다.

기존에는 폭력 갈취, 룸살롱이나 오락실 운영 등이 주요 수입원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재개발·재건축·지역주택조합, 리조트 개발 등 건설 이권은 기본이고, 사채업, 인터넷 도박, 다단계업체 운영, 벤처기업 운영, 프로스포츠 도박, 상장 회사 인수 등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경찰의 단속을 비켜가기도 쉬워졌다. 영락없이 ‘양의 탈을 쓴 늑대’ 모습을 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폭력조직은 2백17개 조직, 5천3백84명이다. 최근 5년간을 비교해 보면 약간씩 편차가 있으나 일정한 수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관리 조폭’은 조직 체계를 갖추고 조직 강령이 있으며 자금 능력이 있는 조직을 말한다.

경찰은 관리 대상 명단에 오르면 상시적인 감시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신흥 조직이나 소규모 조직원들은 명단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또, 기업형 조폭들은 조직폭력단체로 규정하기가 애매해 ‘폭력조직’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도 있다. ‘관리 조폭’ 명단에 빠져 있다고 해서 암흑가를 떠난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조직과 끊임없는 유대 관계를 맺으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여전히 서민들의 피를 빨고 있다.

인구 대비 조폭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북이다. 도민 1인당 조폭 수로 계산하면 지난 5년 동안 ‘부동의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국 평균보다 두 배가 많다. 전주의 나이트파·월드컵파, 익산의 배차장파, 군산의 백악관파 등이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 기타 지역으로는 서울 장안동파, 부산 칠성파·영도파·유태파, 대구 동성로파·향촌동파, 인천 꼴망파, 광주 무등산파·국제PJ파·충장OB파, 경기 남문파·역전파, 등도 굳건하다. 이들도 기업형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강기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새누리당 의원)은 “폭력조직이 법망을 피해 지능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 경찰의 수사 역량을 높여 폭력조직의 감춰진 범죄에 효과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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