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국민TV’, 곳곳이 장벽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3.01.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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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국민TV와 내실 다지는 <뉴스타파>… 대안 방송의 현실은?

18대 대선이 진보 진영의 패배로 끝난 이후 대안 방송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종편 채널 허용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김용민 PD 등 <나는 꼼수다(<나꼼수>)> 주역들이 중심이 된 ‘국민TV방송(이하 국민TV)’이다. 국민TV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기대감과 호응은 높은 편이다.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했던 <나꼼수>에 대한 기대감이 국민TV 발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심과 호응에는 한때 <나꼼수>가 만들어낸 열풍에 대한 기대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나꼼수>는 팟캐스트 열풍을 일으켰다. 이후 비슷한 프로그램이 여럿 생겨났고 이들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일궈내면서 팟캐스트는 하나의 새로운 미디어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이들이 참여했기에 언뜻 ‘맨땅에 헤딩’처럼 보이는 국민TV 프로젝트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꼼수> 열풍과 함께 생겨난 인터넷 모바일 대안 방송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도 한몫하고 있다.

국민TV에는 <나꼼수> 주역 외에도 다양한 진보 진영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 ‘나는꼽사리다’ 멤버인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고발 뉴스 제작자인 이상호 전 MBC 기자, 장영승 캔들미디어 대표, 곽동수 사이버대 교수,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차승재 동국대 교수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6일 첫 회의를 연 이후 1월6일까지 3차례 회의를 가지며 국민TV 발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국민TV의 최대 난제는 자금력

국민TV는 미디어협동조합 형태로 조합원 10만명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들을 통해 5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TV측은 1월 초 추진위를 결성해 정관을 만들고 1월 말에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조합원을 모집하기로 했다. 2월 중에 전국에 걸쳐 설명회를 열고, 2월 말 공채를 통해 새로운 인력을 뽑아 3월 중에 시험 방송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용민 PD는 “소수 경력기자와 다수 신입기자를 포함해 제작 인력 70여 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임금은 지상파의 80% 수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출자금을 5만원 이상 내는 조합원을 모집하고, 그 이후에는 매월 신문 구독료에 준하는 수준의 비용을 시청료 개념으로 받겠다는 계획이다.

국민TV가 이처럼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국민TV의 앞길은 장밋빛보다는 안갯속에 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처럼 보인다. <나꼼수>라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과 새로운 방송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국민TV를 만들어내겠다는 주체들 사이에서도 아직 국민TV의 방향에 대해 합의된 구체적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다. 아직은 의견을 조율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미디어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출범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식회사를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케이블 채널에 진출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밝히기도 했지만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케이블 채널 진출은 방송 정책의 규제 안에 놓이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 팟캐스트의 방송 촬영 모습. ⓒ 정세균 제공
“인터넷 기반 <뉴스타파>가 현실적 대안”

당장 닥친 문제는 자금력이다. 방송은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조합원들의 모금만으로 방송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출범한 종편 채널은 평균 3천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실패에 가깝다. 물론 종편과 국민TV는 출발 지점과 규모 면에서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성패를 떠나 방송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 국민TV측은 50억원의 자금 모집과 시청료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는 불투명하다.

국민TV의 기술적 형태로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이는 방식은 셋톱박스 형태의 IPTV이다. 국민TV측은 조합원 10만명을 모으면 조합비와 연회비로 셋톱박스 제작과 설치, 애프터서비스 등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 외에 다시 보기, 인터랙티브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셋톱박스 방식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월14일 발표한 ‘2012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케이블TV·IPTV·위성방송을 모두 포함한 국내 유료 방송 가입률은 전체의 89.1%이다. 대다수 가정이 유료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국민TV 채널 하나를 시청하기 위해 별도의 셋톱박스와 리모컨을 추가하는 불편을 감수할지 의문이다. 한 유료 방송 업계 관계자는 “유료 방송 가입자는 리모컨 하나로 지상파와 유료 방송을 모두 시청한다. 채널 하나를 시청하기 위해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새로운 리모컨을 추가해야 한다면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상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TV의 계획대로 10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모으고 이들이 셋톱박스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시청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금 문제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현재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취임 초기에 방송 정책 관리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평호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대안 방송 플랫폼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물적 토대 건설이 어렵고 설사 만들어진다고 해도 현 정치권력 구도하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대안 방송의 또 다른 예인 ‘<뉴스타파>’는 국민TV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기반을 유지하면서 질 높은 콘텐츠로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해직·정직 언론인들이 모여 만들었다. 지난해 1월27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지난해 12월14일 두 번째 시즌 방송을 종료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방송하면서 매회 평균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뉴스타파> 제작진은 3월에 방송할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 규모를 확대하고 틀을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5명인 취재 인력을 늘려 카메라맨, 편집자, 조사 인력 등을 포함해 30~4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주 1회였던 방송도 2회로 늘린다. 각계 인사들을 참여시키고 다른 언론과 콘텐츠 제휴도 논의 중이다. 3월에는 공익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대안 언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후원금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회원 2만7천명의 존재는 <뉴스타파>의 힘이다. 지난해 12월15일까지 6천명이던 <뉴스타파> 회원은 대선 다음 날인 20일 3천명, 그 다음 날 9천명이 늘어났다. 대선 이후 일주일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김평호 교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콘텐츠에 내실을 기하겠다는 <뉴스타파>의 움직임은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대안 언론으로서 가장 현실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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