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운동으로 뇌 기능 키우고 치매도 막고…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1.21 16: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글링·탁구·독서 등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

스마트 기기를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구동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두뇌도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진다. 현대인이 운동 부족 탓에 헬스클럽에 가는 것처럼 억지로라도 뇌 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국내외에 기억 훈련을 하고 연산 기능을 향상하는 이른바 두뇌 헬스클럽이 생기고 있다. 그렇다고 뇌 기능 향상에 특별한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뇌 운동을 할 수 있다.

저글링(juggling)이 대표적이다. 2004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 신경과학 연구진은 20대 지원자들에게 양손으로 3개의 공을 차례로 잡아 돌리는 저글링 훈련을 3개월 동안 시켰다. 훈련 전과 후에 뇌 MRI 사진을 비교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신경 줄기가 모여 있는 뇌피질이 두꺼워진 것이다. 저글링 훈련을 통해 양손과 뇌의 조화 기능만 향상된 것이 아니라 뇌 구조가 바뀐 것이다.

노인의 뇌도 운동하면 기능이 좋아질까? 독일 함부르크 신경과학 연구진은 60세 이상의 나이 든 사람에게 저글링 훈련을 시키고 뇌 조직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들은 20대처럼 저글링을 능숙하게 잘 해내지 못했지만, 결과는 젊은 사람과 같았다. 늙었기 때문에 머리가 굳었다는 말은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저글링을 통해 뇌 조직이 두꺼워졌던 사람에게 저글링 훈련을 3개월 동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뇌 MRI를 찍었더니 커졌던 그 부위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뇌 훈련을 하면 뇌 조직이 커지고, 안 하면 다시 줄어든다는 얘기이다.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수개월 하면 근육이 늘어나고, 몇 달 쉬면 근육이 다시 줄어든다. 뇌도 그런 근육과 같은 속성을 가진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스마트 기기 사용하는 젊은 층도 뇌 운동 필요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는 탁구도 빠지지 않는다. 미국 뇌 영상 전문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대니얼 에이멘 박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탁구를 ‘유산소 체스’라고 표현했다. 그는 탁구가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으로 눈과 손의 협동 능력과 반사 신경을 강화하는 데 최고라고 추천했다.

신체 활동이 쉽지 않은 사람에게는 독서만 한 뇌 운동도 없다. 책을 읽으면 전두엽과 후두엽이 쉬지 않고 신경신호를 주고받는다. 후두엽에 임시 저장해둔 책 내용이 계속 전두엽으로 이동한다. 상상하고 분석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한다. 작업 기억이 전두엽을 활성화시킨다. 또, TV보다 라디오가 전두엽 활성화에 좋은데, 방송 내용에 집중해야 하고 그 상황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부모는 책을 읽고 아이는 라디오를 듣는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내비게이션 없이 목적지 찾아가기, 뜨개질, 틀린·숨은 그림 찾기, 맨손 체조 순서대로 따라 하기 등도 바람직한 뇌운동이다. 될 수 있으면 머리와 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이 좋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남녀 직장인 1천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기억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6개 이하라고 답했다. 기억력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로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 사용과 인터넷 사용을 꼽았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영국 의학 저널(BMJ)>에 ‘45세부터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60세 이전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기존 연구 결과보다 뇌 기능 저하 연령이 젊어진 셈이다. 뇌 운동은 노인뿐만 아니라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젊은 층에도 필요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