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어디로 흐를까
  • 정락인 기자·우연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1.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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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제기했던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이다. 물론 4대강 관련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은 “감사원 감사가 잘못되었다”라며 반발했다. 감사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감사기관이다. 지난해 5월부터 5개월간 정밀 감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시사저널>은 감사원 발표 이후 ‘4대강 사업’이 어떤 수순을 밟을 것인지, 또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감사원 결과를 놓고 보면 4대강 사업은 안 했어도 되는 불필요한 사업이었다. 그 사이 4대강의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생명의 강은 ‘죽은 강’으로 변해갔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장밋빛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이대통령은 2008년 하반기에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민에게 “꿈과 행복을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수표만 날린 셈이다. 여기에 투입된 22조원의 혈세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었다. 이 비용은 1천만 인구가 사는 서울시 1년 예산보다 많다.

서울시 1년 예산보다 많은 22조원 투입

만약 이 돈을 국민 복지에 썼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국민 5분의 1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을 것이다. 이대통령의 무리한 치적 쌓기로 인해 국민만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 대통령’ ‘삽질 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준 일이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희생자도 잇따랐다. 낙동강 공구에서만 18명의 노동자가 공사 중에 사망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관련자들에게 ‘포상 잔치’를 벌였다. 2011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공무원, 건설업체 관련자, 지역 주민 등 1천1백52명에게 포상을 실시했다. 이상한 것은 국회의 요구에도 포상자 명단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4대강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4대강에 투입된 사업비는 공식적인 것만 22조2천억원이다.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복원·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야 한다. 추가 비용도 국민 전체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4대강 문제’는 현실이다. 어떻게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당면 과제이다. 애물단지가 된 ‘4대강 사업’의 해법은 무엇일까.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할까. 이제 전 국민의 관심은 여기에 쏠리고 있다. 

야당·환경단체 반발 커, 새 정부 대응 주목

새 정부가 출범하면 ‘4대강 사업’은 국정 최고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감사원에서 ‘총체적 부실’이라고 한 만큼 4대강 사업은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차원의 ‘4대강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사업 반대’를 주장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4대강 관련 국회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선 당시 박근혜 당선인도 4대강과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위원회를 구성해 보완하자”라고 말했다.

감사원 발표가 나온 이후 박당선인은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당선인의 측근인 이정현 인수위 정무팀장은 “전문가와 감사원의 공동 조사로 현 정부가 국민의 불신과 불안, 의혹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무총리실은 자원과 토목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점검단을 구성해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증 대상은 감사원 지적 사항을 비롯해 그동안 환경단체가 제기한 환경 파괴 논란, 안전 문제 등이다. 기간은 ‘현 정부 임기 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니까 이대통령의 남은 임기 약 한 달 동안에 감사원 감사를 재감사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현 정부에서는 이미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밀 점검을 끝냈다고 보아야 한다. 총리실에서 ‘재검증’을 표방한 것은 국가 최고 감사기관의 감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같은 사안을 놓고 두 번 감사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된다. 감사원도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 양건 감사원장은 “정부의 4대강 재검증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이다”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총리실 주도의 재검증 실효성 의문

물론 감사원을 보는 여론의 시각도 곱지는 않다. 감사원은 2010년 1월부터 2개월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감사원장은 현 김황식 국무총리였다. 그러다 2차 감사에서 ‘총체적 부실’로 결론을 내면서 1차 감사가 ‘부실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당시에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보 등의 실물이 없는 상태여서 주요 시설물의 품질·수질 등은 감사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여하튼 총리실 주도 검증단이 짧은 기간에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칫 현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검증을 위한 검증’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여기에서 나온다. 통합진보당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도리어 감사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보았다.

검증단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가령 검증단이 감사원과 동일한 결과를 내놓으면 새 정부는 야당이 주장하는 ‘4대강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반면 정반대의 결과, 즉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감사원의 감사가 도마에 오른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재검증’ 요구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검증단에서는 두 가지를 절충한 ‘정치적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은 아니지만 일부 보완할 점이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검증’은 새 정부에 큰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오면 새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4대강의 보 안전성, 수질 오염 여부 등에 대해 여야와 시민단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4대강 사업 조사위원회’ 등을 설치해서 정밀 검증에 나서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결과를 토대로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은 물론 4대강 문제 해법 찾기에 나설 수가 있다.

만약,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야당의 요구대로 ‘4대강 청문회’나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토부와 환경부의 전직 장관들, 건설업체 대표, 전문가 등이 줄줄이 국회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후 국회에서 ‘5공 비리 청문회’가 열렸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문회에 나왔다. 4대강 청문회가 열릴 경우 25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광경이 연출될 수도 있다.

천문학적 유지·관리 비용 추가 투입해야

‘4대강 사업’ 처리 방안도 골칫거리이다. 지금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대안을 찾을지, 아니면 사업 이전으로 복원할지를 놓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 원상 복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전 형태의 복원은 힘들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물을 흐르게 하고, 복원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다면, 생태·환경이 되살아나는 ‘기능적인 복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어떤 방법이든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들어갈까. 이미경 민주당 4대강 사업 조사 특별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바닥 보호 공 및 하천 세굴에 대한 보강 비용을 확인해보았다. 세굴의 확산을 막고 추가 세굴을 예방하기 위한 보강 공사 비용이 1개 보당 한 번에 30억~40억원 정도 소요된다. 4대강 16개 보 중 15개 보에서 바닥 보호 공 및 하천 세굴 현상이 발생했으니, 대략 한 번 보강 공사를 하면 전체적으로 4백50억원의 보강 비용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라고 보았다.

지금까지는 보강 비용을 시행사인 건설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의 의무 하자 보수 담보 기간은 10년이다. 이후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아직 준공되지 않은 보에서 30억~40억원의 보강 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10년이 지난 뒤에는 더 많은 보수·보강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하천 재퇴적에 의한 재준설 비용까지 더하면 4대강 유지 비용이 연간 2조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2010년 하천 복원의 세계적인 석학인 랜돌프 헤스터 교수가 국내에 방문해 4대강 복원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헤스터 교수는 강연에서 “미국은 1960년대까지 댐 건설, 습지 메우기, 준설 등으로 망가진 하천을 복원하기 위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5년간 1백70억 달러(한화 20조원)를 투자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4대강의 경우 미국의 하천만큼 길지는 않다. 때문에 비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4대강 사업이 망친 ‘4대강’을 죽일 것인지 아니면 살릴 것인지는 오로지 새 정부의 몫이 되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4대강 시험대’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남기고 간 ‘천문학적 부실 덩어리’를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지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08년 12월 말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채 4대강 사업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2011년 9월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잘된 친환경적 공사인데 3년간 비난해온 야당은 무슨 말을 할지 거꾸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예산은 조급도 수정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적극적인 찬성을 표시했다. 황우여 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과 심재철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명박 경선 후보 캠프에서는 한반도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을, 대선 캠프에서는 대운하특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장석효 전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대표(현 한국도로공사 사장)는 이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과 부시장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운하 TF팀장을 맡았던 대표적인 측근이다.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현 아시아투데이 상근부회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2008년 2월 국토해양부장관으로 취임해 2011년 6월까지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은 차관 시절부터 언론 기고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해왔고 상주댐 누수 현상과 관련해서는 “별일 아니다”, 녹조가 심각했던 2012년 7월에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현 인하대학교 교수)은 4대강 사업의 실무를 담당했다. 그는 기후 변화, 물 부족 및 홍수 피해의 근본적인 해결, 수질 개선, 하천 복원 등 녹색 뉴딜 사업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장했다.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현 세계걷기본부 이사장)은 2010년 국정감사 때 4대강 환경 영향 평가 부실 지적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면서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책임지겠다.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라고까지 말했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 대학 환경공학 종신교수는 각종 토론회 패널로 등장하거나 칼럼을 통해 4대강 사업을 찬성했다. “보를 세운다고 수질이 나빠지지 않아요. 반대하는 교수님과 목숨 걸고 내기해도 좋습니다”라고 발언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현 국립환경과학원장)는 경제적·환경적으로 4대강이 이뤄져야 할 정책이라고 주장해왔다. 그간 토론회에서 운하 건설로 인한 고유종 멸종과 생물 다양성 저하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선박을 운행하는 배의 스크류가 돌면서 산소가 공급되어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경제적 관점에서 4대강이 국민 후생 증대, 내륙의 산업 발전, 지역 균형 발전 유도를 통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박근혜 정부’의 태도보다 박근혜 당선인이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4대강 사업은 보완할 점이나 잘못한 점이 있다면 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상황임에도 당선인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수위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선인과 인수위가 4대강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밝히지 않는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을 어기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은 4대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인수위는 조속히 대책 기구 등을 마련해 4대강 사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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