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3대 리스크’
  • 엄민우 (mw@sisapress.com)
  • 승인 2013.01.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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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불법 사찰·계열사 부당 지원 유통업계 불황 삼중고

나쁜 일은 겹쳐서 닥친다. 지금 신세계의 상황이 딱 그렇다. 한 가지만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연달아 터져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신세계를 둘러싼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이마트 내부 직원 불법 사찰 문제가 걸려 있다.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특이 사항을 기록해놓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계열사 부당 지원 문제로 고강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유통업계 불황’이라는 대외 악재까지 겹쳤다. ‘산 넘어 산 넘어 또 산’인 상황이다. 신세계의 위기는 재계 3세인 정용진 부회장의 리더십을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경영 수업을 마치고 실전 경영을 펼치고 있는 정부회장은 이제 커다란 3개의 과제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산적한 위기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직원 사찰 논란’이다. 지난 1월16일 노웅래·장하나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문건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직원 개인은 물론 여자친구, 가족과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적혀 있는 해당 자료는 그동안 신세계가 쌓아온 ‘윤리 경영’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문건에 소개된 이마트의 직원 사찰 수준은 상상 이상이다.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주노총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확인된 직원에게는 퇴사 유도 조치가 내려졌다. 사람들을 경악케 한 것은 퇴사 조치 자체보다 전략의 치밀함이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회사에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것이 확인된 후 퇴사 유도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관련 문건을 보면 해당 직원은 ‘주변 사원들과의 친밀도 등에서 특이 동향은 없는 상태임’이라고 적혀 있으나 ‘물량이 많고 다소 힘든 점포로 배치하여 자연스런 퇴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함’으로 결국 내보내는 전략이 적용되었다. 퇴사 대상자는 자신이 왜 업무가 많아지고 힘들어지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어느 직원이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갔다는 것과 기다리던 아내의 임신으로 기분이 좋다는 사실까지 기록하는 등 단순한 인사 관리의 범주를 넘어서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마트 정상화 공대위가 1월25일 서울 은평점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대책위 “검찰 고발 추진 중”

문제는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가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공개한 자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추가로 자료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마트를 압박하고 있다. 장하나·노웅래 의원실의 요구 사항은 ‘대국민 사과, 부당 해고 노동자 복직 및 무노조 경영 철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노웅래·장하나 의원실은 신세계가 1월28일까지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 자료 폭로와 더불어 임시국회에서 정용진 부회장과 그룹 책임자를 소환해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뭐라고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해당 문제가 그룹 전체 차원에서 일어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장하나 의원실과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검찰 고발도 추진 중이다. 장하나 의원실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추진 중이다. 피고인을 이마트로 할지 정용진 부회장으로 할지는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회장은 이미 또 다른 건으로 검찰에 고발당해 소환이 임박한 상태이다. 검찰은 현재 신세계 그룹 일가의 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제빵업체 신세계SVN에 입점 수수료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키워줬다는 혐의이다. 신세계SVN은 정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와 허인철 대표가 소환되어 이와 관련된 문제로 조사를 받은 상태로 이제 정부회장만 남은 상황이다.

정부회장은 다소 담담한 모습이다. 현재 정부회장은 평소와 같이 정상 출근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복합쇼핑몰 관련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도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선제 대응의 부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때 ‘재벌 빵집 논란’이 있었을 때 롯데는 여론을 의식해 빵집 계열사를 서둘러 팔아 처분했다. 호텔신라 역시 신속히 빵집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신세계는 ‘골목 상권 진출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하다가 여론의 매를 더 오래 맞았다. 한 대 맞고 끝낼 일을 시간을 허비하다 두 대, 세 대 더 맞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해명해도 여론에서 계속 욕을 먹을 때에는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 언론 보도에 계속 오르내리고 여론이 안 좋아지면 사정기관에서는 손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상황이 점점 악화되기 때문이다. 과거 SK 사태도 한 검사가 언론 보도를 참조해 수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 신세계가 이렇게까지 부각되게 된 것은 빵집 사태 당시 선제 대응의 부재 때문이라고 본다. 대기업 상생이 이슈이니까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경기 침체 속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유통업계가 올해는 더욱 힘들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유통업 체감 경기는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는 기준치 100을 훨씬 밑도는 87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발이 묶이게 된 대형 마트나 고가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백화점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의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편의점·홈쇼핑 등의 사업에서 보전이 가능하지만, 신세계는 마트와 백화점에 좀 더 집중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 있다. 새롭게 들어서는 박근혜 정권의 대기업 정책도 어떻게 전개될지 신경 써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기업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던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박당선인은 재벌한테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이다. 향후 어떻게 정책을 추진해나갈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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