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키운 중국, ‘전쟁 불사’ 외친다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 기고가 ()
  • 승인 2013.01.29 17: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양 공격 능력 갖춘 첫 항모 랴오닝 함 배치

군대는 전쟁을 하거나 전쟁을 준비하는 두 가지 상황만 있을 뿐이다. … 언제라도 명령이 떨어지면 전쟁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1월20일자 <해방군보(解放軍報·인민해방군 기관지)>

‘앞으로 4년 중·미 간 실력 차이는 더욱 축소될 것이고 중·미 간 긴장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 미국은 중국의 상황을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미국은 중국을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과거 사고방식에 기대어 중국을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 1월23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인민일보 자매지)>

새해 들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군부 내 고위 장성과 선전 매체는 연일 전쟁 불사를 외치고, 대중 언론도 일본과 미국에 연달아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25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 함에 탑승한 승무원이 J-15 전투기를 검사하는 동안 경계를 서고 있다. ⓒ Xinhua 연합
첫 항모, 서해 관할 북해함대 배속

개혁·개방 이래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지를 받들어 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밖으로 비치지 않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를 대외 정책의 기본 뼈대로 삼았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지난 10년간 후진타오(胡錦濤) 체제 아래에서 화평굴기(和平起 ; 평화롭게 우뚝 선다)를 추진하던 중국이 이제는 유소작위(有所作爲 ;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의 이빨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무엇보다 부국강병을 이루어냈다는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은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 함을 정식 취역했다.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2천만 달러에 사들인 쿠즈네초프급(배수량 6만7천5백t) 고철 항모를 재건조해 출항시킨 것이다. 랴오닝 함은 갑판 길이가 3백2m로, 2천명의 병력과 항공기 5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다. 최대 속력은 29노트를 낼 수 있고, 작전 반경은 5백㎞에 달한다. 랴오닝 함의 취역으로 중국은 세계 10번째 항모 보유국이 되었다. 랴오닝 성 다롄(大連)에서 10여 년간 개조 작업을 벌인 끝에 거둔 성과였다.

중국이 야심차게 선보인 랴오닝 함에 대해 일부에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랴오닝 함은 출력이 약한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핵 추진 항공모함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20년간 연료 공급 없이 운항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랴오닝 함은 연료 공급을 위해 수시로 육지에 입항해야 한다.

취역 당시 전투기 착함 장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데다 랴오닝 함에서 직접 착륙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태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 당국은 랴오닝 함에서 착륙하는 함재기의 사진을 뒤늦게 공개하기는 했지만, 이는 언론 플레이에 불과했다. 랴오닝 함에는 아직까지 안전성이 보장된 전투기 사출 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모 전단을 꾸리지 못한 점도 치명적이다. 항공모함이 제 역할을 하려면 구축함·호위함·잠수함 등을 거느린 항모 편대를 꾸리고 연합 작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항모 보유는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연안 방어에만 급급했던 중국이 원양 해군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아시아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항모에 탑재될 젠(殲)-15는 이미 독자 개발된 상태이다. 젠-15는 러시아의 항모 탑재기인 수호이(SU)-33을 개량해 만들었다. 현재 젠-15의 주요 제원과 성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단지 SU-33을 통해 기본적 성능을 점칠 수 있을 뿐이다.

SU-33은 길이 21.94m, 날개 폭 14.7m, 최대 이륙 중량 33t이다. 항속 거리는 3천9백㎞, 최대 속도는 시속 2천3백㎞에 달한다. 최대 무장을 했을 때 5백㎏짜리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을 달고 2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1백95m 이내의 활주로에서 이륙하지만, 강한 엔진 추진력을 바탕으로 사출 장치의 도움 없이 이륙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요 재원과 무장 수준은 미국 함재기인 F/A-18E/F와 대등하다. 중국은 한 발짝 더 나아가 항법 장치와 무기 통제 시스템을 자국산 최신형으로 바꿨다.

랴오닝 함은 칭다오(靑島)에 사령부를 둔 북해함대에 배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해함대는 서해를 주로 관할한다. 하지만 항모의 사정권은 연해가 아닌 대양이다. 여기에 젠-15의 작전 반경(7백㎞)까지 고려할 때 언제든 영토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로 출항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1월21일 칭다오에서 공개된 진(晉)급 전략 핵잠수함은 중국군의 또 다른 비밀 병기이다. <해방군보>는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진급 핵잠수함을 직접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진급 핵잠수함은 러시아의 빅터-3 모델을 개량해 만들었다. 배수량 8천t, 길이 1백33m에 발사 튜브가 12개이다. 2007년부터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핵잠수함 5척을 개발 중이라고 추정해왔었다. 무엇보다 진급 핵잠수함은 핵탄두 미사일 쥐랑(巨浪) 2호를 탑재해 주목받고 있다. 쥐랑2는 사정거리가 8천㎞에 달한다. 잠수함에 탑재된 핵미사일 1발의 위력은 2차 대전 때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 위력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것은 진급 핵잠수함의 공개 시점이다. 지난 1월18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가진 회담에서 “센카쿠 열도가 일본 행정권에 포함된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를 훼손하려는 일방적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틀 뒤인 20일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수석대변인은 “미국측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무시한 것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없다”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2년 내 잠수함 발사 핵무기 실전 배치”

외교부 성명 다음 날 바로 군부 최고 인사가 진급 핵잠수함을 시찰한 것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전략 핵잠수함으로는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공격도 가능하다. 더욱이 미군은 대잠수함 전 능력이 다른 분야에 비해 떨어진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의 한 보수 매체가 러시아의 아쿨라급 핵잠수함 1척이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조지아 주 킹스베이 근처를 한 달간 돌아다녔다고 보도해 전국이 떠들썩했다.

미국 의회 자문 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초안에서 ‘중국이 향후 2년 안에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실전 능력 배양은 훈련 강화에서도 엿보인다. 1월 초 중국군 총참모부는 ‘전군 군사훈련 지시’를 통해 일단 시작한 전쟁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군사훈련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물론 중·일 양국이 당장 군사 충돌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복잡한 양국의 국내 상황과 아시아 제일의 군사 강국인 일본과 겨룰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댜오위다오에서 무력 충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