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여유만만, 안으로는 밤잠 설치는 슈퍼파워
  • 김원식│미국 뉴욕 통신원 ()
  • 승인 2013.02.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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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당한 미사일 능력 갖춘 북한에 당황

지난해 4월19일 미국 국방장관 리언 페네타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고백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우리는 거의 매일 전쟁과 가까이 있다. 불행하게도 밤잠을 못 자고 나를 깨어 있게 하는 일 중에서 북한이 가장 위에 있다. 항상 어떠한 돌발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네타의 발언이 나오기 4일 전인 15일, 북한은 태양절 군사 퍼레이드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이동형 발사체를 공개했었다. 그러나 페네타의 발언은 “이 신형 미사일이 한 번도 발사된 적이 없다” “종이로 만든 가짜일 수도 있다”라는 의문들과 함께 흐지부지 사라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2일 다시 한번 로켓 발사에 나섰다. ‘인공 위성체 운반용’이라고 주장하는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의 발사를 실시했고, 성공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뒤따랐다. 이런 사실은 미국 전역에 주요 뉴스로 보도되었고 미국민들의 불안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바로 저 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온다면…’이라는 불안감의 표출이었다.

미국 정보 당국은 급히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북한 미사일이 하와이 정도를 사정권에 둘지는 모르나 잘해야 알래스카까지도 날아오기도 어렵다”라며 우려를 잠재웠다. 정보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라면 밤잠을 못 이룬다던 페네타가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2012년 3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참석한 리언 페네타 국방장관의 모습. ⓒ THE NEW YORK TIMES
페네타 “북한, 미국 타격할 능력 가졌다”

지난 1월17일 이탈리아 북동부 비센자에 있는 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페네타는 “북한이 도대체 날마다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들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그들이 우리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파문을 우려한 미국 국방부는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하지만 이 발언을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전에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체(KN-08)가 실전에는 배치되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최근 정보는 이미 이 발사체가 전국 각지에 분산 배치되었으며 쉽게 은폐가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안보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는 것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15일 등장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이동식 발사체가 종이 수준의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평가에서 미국 국방장관이 공식적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페네타 이전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북한이 2016년까지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기술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는데, 벌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팽팽히 맞서 있다. 하지만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성공하면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에서 ‘실제로 가능할지 모른다’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지로 쏠리고 있다. 미국 몬트레이 대학  비확산연구센터(CNS)가 “비록 은하 3호의 발사가 새로운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그것이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떨어뜨릴 만큼 믿을 만한 능력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평가한 대목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를 한 뒤 10월 핵실험을 강행했다. 2008년에도 그랬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미사일 발사를 한 뒤 이제는 3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이 지난 1, 2차에 비해 더욱 많은 플루토늄을 이용하거나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 나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의 실험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핵탄두 소형화가 성공하려면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적은 핵물질로도 폭발력을 키워야 하고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도록 탄두 중량을 1천㎏ 이내, 지름 90㎝ 이내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지난 수년간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같은 날 요격 미사일 발사 성공 발표해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미국과 중국은 마치 서로 합의라도 한 듯 지난 1월27일 동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한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3단계 추진체의 지상 요격기(GBI)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실제 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있었다면 직접 파괴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 2010년 12월에 실시한 실험은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같은 날 “중국 내에서 중거리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시행했으며 미리 예정된 목표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요격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핵실험 강행 의사까지 발표하자 미국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미사일 방어 체제(MD)로 맞설 수 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미사일 방어 체제에서도 날아오는 미사일을 100% 요격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이 직면한 고민이다. 미국은 과거 실시한 요격 미사일 실험에서 수차례 실패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지는 아직 확증이 안 된 ‘가능성의 문제’이다. 게다가 이런 북한의 주장은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실제로 실험할 수 없는 ‘가능성의 도박’이다. 미국이 핵탄두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도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장담할 수 없는 서로의 도박에 북·미 두 나라가 목숨을 걸고 있는 셈이다.

지난 몇 년간 리언 페네타 장관을 잠 못 들게 한 북한의 전략 때문에 이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잠 못 드는 순간이 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는 매번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대미 압박용 카드가 필요한 시기였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의견 대립이 생길 때마다 상황을 돌파하려는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였다. 이미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한 오바마가 꺼내들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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