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에 셰일가스 혁명 몰아친다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 기고가 ()
  • 승인 2013.02.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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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차기 에너지원으로 보고 개발 박차

2008년 말, 미국의 앞날은 암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시작된 부동산 거품은 그해 8월 더는 버텨내지 못하고 붕괴되었다. 국제 유가는 흔들렸다. 2007년 배럴당 68.34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2008년 상반기에 무려 32.2달러나 뛰어올랐다. 천연가스 상황은 더 암울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천연가스의 고갈이 머지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7월 무려 12.5달러까지 상승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2009년 들어 가격이 급락하더니, 9월에는 5.4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 가격의 1/3~1/4 수준인 천연가스를 수출하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중국 쓰촨 성의 천연가스 개발 현장. 쓰촨 성은 중국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REUTERS
전 세계 셰일가스 20%, 중국에 있어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 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셰일가스(shale gas)이다. 셰일가스는 유기물이 화석 상태에서 농축되어 저장된 재래식 천연가스와 달리, 콘크리트와 같이 단단한 혈암(Shale)층에 흩어져 매장되어 채굴하기가 어려웠다. 셰일가스는 1825년에 처음 시추한 이래 2세기 가까이 개발이 정체되었다. 채굴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서였다. 지표 밑 2~4㎞ 혈암층에 있기 때문에 암석을 깨고 채굴하는, 만만치 않은 대공사를 해야 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셰일가스는 1970년대 중반 미국 에너지부와 가스연구소의 주도로 채굴 기술이 개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0~90년대 중견 에너지 개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관련 기술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해 셰일가스의 채산성도 개선되었다.

미국의 독특한 사업 환경도 성공을 촉진시켰다. 미국에서는 지하자원이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되어 있다. 중견 에너지업체는 토지 소유자와 생산 대가의 일부를 주는 조건으로 임차 계약을 맺어 발 빠르게 개발을 진행했다. 또 미국 전역은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 있어 인프라가 완벽했고, 에너지 상품 거래 시장을 통한 투자 자금 유입도 원활했다. 이런 토대 위에 셰일가스 혁명은, 정부도 메이저 석유사도 아닌 민간 중견기업이 주도해 일으켰다.

셰일가스 생산에서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난 시기는 2009년이었다. 그때부터 셰일가스가 미국 산업·무역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먼저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다. 천연가스 공급량은 30%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에너지 발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2011년 9월 이후 석탄 발전은 감소하고 천연가스 발전이 증가했다. 천연가스 발전 비용이 석탄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의 발전 역사상 처음으로 석탄과 천연가스의 발전량이 같은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셰일가스 개발과 생산은 미국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매장량은 중국이 가장 많다. 2011년 미국 에너지정보처(EIA)의 조사에 따르면, 셰일가스는 중동보다도 북미·중국·유럽 등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특히 중국의 추정 매장량은 1천2백75조㎥에 달해, 전 세계 매장량의 1/5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미국은 8백62조㎥에 불과하고, 지난해 초에는 4백82조㎥로 하향 수정했다.

경제가 급성장하는 중국에서는 천연가스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0년 현재 중국은 천연가스를 1천90억㎥나 소비했다. 전년에 비해 13.5% 증가한 9백68억㎥를 생산했지만, 증가한 수요 속도(21.8%)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셰일가스의 등장은 중국에게 ‘복음’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재래식 천연가스의 12배에 달한다. 매장된 지역도 중국 전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특히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타림 분지와 쓰촨(四川) 분지에 70% 가까이 매장되어 있고,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여건이 좋은 쓰촨과 충칭(重慶)에서는 이미 석유 메이저의 입질이 시작되었다.

엑슨모빌은 2011년 중국석유화공(Sinopec)과 함께 쓰촨 광구에 대한 환경 및 지질 조사를 수행했다. 쉘은 2010년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와 향후 30년간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하는 제휴를 맺고 충칭 광구에 대한 탐사와 개발 평가를 진행했다. 양사는 지난해 3월에 셰일가스 생산량에 대한 분배 협정도 체결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과 중국 기업 간의 합자와 협력을 승인한 이유는 미국의 첨단 채굴 기술을 현지화하기 위해서다.

“수지타산 맞추기 힘들다” 회의론 고개

중국 땅은 복잡한 지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채굴이 쉽지 않다. 매장층도 지표에서 2~6㎞에 위치해 2~4㎞인 미국보다 깊은 편이다. 현재 개발된 채굴 기술은 미국의 지질 조건에 특화된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적합한 자원 평가와 채굴, 대량 생산 등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 부족 국가인 중국의 입장에서 셰일가스 채굴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수압 파쇄와 수평 시추 과정에서는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석유 메이저가 쓰촨과 충칭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양쯔 강(長江)과 그 지류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부서지고 깨지기 쉬운 지층 구조도 이점이다. 황지중(黃籍中) 전 쓰촨 석유관리국 연구원은 “쓰촨과 충칭은 물이 풍부하고 서기동수(西氣東輸) 사업에 의해 수송 파이프라인도 갖춰져 다른 지역보다 개발 환경이 완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셰일가스가 에너지 고갈의 암울한 미래에 장밋빛 서광만을 비추어줄 것인가? 아직까지는 ‘의문스럽다’가 정답이다. 무엇보다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채굴 과정에서는 화학물질을 첨가한 물을 대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 수압 파쇄법은 크고 작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쓰촨 분지는 세계 최대 싼샤(三峽) 댐 건설 이후 지층이 불안정해진 상태라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친환경 공법을 도입할 경우에는 생산 비용이 상승해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 이미 미국에서는 셰일가스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셰일오일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양대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은 셰일가스를 미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격상시킬 기세이다. 미국은 10년 뒤 해외 의존도를 천연가스는 70%, 석유는 50%로 낮춘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가스 생산량이 2010년과 2035년 사이에 연평균 6.6%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된다면 2035년에는 중동 전체의 60%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두 나라의 움직임은 우리와도 관련이 깊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수입 포트폴리오가 재편되어 가격 협상력이 커지고 자원 투자와 기술 개발에서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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