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교 ‘전능신교’, 한국 들어왔다
  • 정락인 기자·이유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2.19 0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밀히 활동 펼치는 서울 구로동교회 밀착 취재

중국 최대 사이비 종교의 하나인 전능신교가 국내에 진출해 은밀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종말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사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검거령을 내렸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전능신교가 국내에 진출한 것은 2011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신도들을 모집했다.

기자는 2월 초부터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능신교의 조직·교회·신도 등을 추적했다. 전능신교의 신도들과도 접촉했다. 그리고 전능신교의 국내 총본부 격인 한국 내 교회를 찾아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었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인데,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이다. 교회 근처는 인적이 드물고 한적해서 외부인의 눈을 피하기에는 최적지로 보였다. 

이 빌딩은 1994년에 권 아무개씨(68)가 건립했다. 권씨는 건물이 완공된 후 가족과 함께 5층에 살았으나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빌딩을 매매했다고 한다. 2011년 3월쯤 14억원에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았고, 같은 해 5월30일에 권 아무개씨(29)에게 16억원에 팔렸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전능신교 교회 빌딩과 인터넷 사이트 초기 화면. ⓒ 시사저널 임준선
누군가에게 지시받고 교회 건물 매입

등기부등본에는 당시 공동 소유주가 4명으로 되어 있었다. 지난해 4월25일에 일부 소유권 변동이 있었는데, 전 아무개씨(여·33) 등 4명(남자 1명, 여자 3명)이 공동 소유주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내국인이 아니다. 주민번호 뒷자리가 ‘5’와 ‘6’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90일 이상 거주할 때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 등록을 하고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외국인등록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체계는 유사하지만 뒷자리 7자리 중 첫째 자리가 1900년대 출생 남자는 ‘5’, 여자는 ‘6’, 2000년대 출생 남자는 ‘7’, 여자는 ‘8’로 시작된다. 소유권자 중에는 중국 헤이룽장 성에 주소지를 둔 사람도 있었다. 인근 주민들도 건물의 소유주가 7~8명의 조선족이라고 알고 있었다.

전능신교는 빌딩을 최초 매입할 당시부터 이 건물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팔릴 것을 염려해서인지 원래 매매가보다 2억원을 더 주고 샀다. 당시 건물을 중계했던 부동산업자는 “교통이 편리하고, 비교적 한적한 곳,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며 사고 싶어 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부동산업자에게 건물 용도를 “교회로 사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타이완 등에 자신들의 교회가 있다는 말도 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없었다. 건물 매매 과정 전부를 미국에 연락해 의견을 묻고, 그것을 부동산업자에게 전달했다.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전능신교 신자가 찾아오기도 했다. 전능신교 신자들은 또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역 등에서 빌딩까지 버스로 몇 분,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있는지도 정확히 측정했을 정도로 신중했다. 빌딩이 최종 매매되기까지는 약 2~3주의 시간이 걸렸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 빌딩에서는 조선족들의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한국어 공부’도 실시하고 있다. 일요일에 아침 예배를 보고, 평일에는 오전 7~8시 사이에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된다. 기자가 지켜보니 예배가 끝나는 시간인지 오후 2시쯤에 신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건물에서 몰려나왔다.

현재 건물 1층에는 중고 전자제품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 건물의 유일한 세입자이다. 2~5층까지는 전능신교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고, 지하 1층에는 교회 식당이 있다. 그런데 주변을 의식해서인지 교회가 있는 빌딩에는 1층의 중고 전자제품 매장을 제외하고는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교회 간판을 걸었다가 어느 날 간판을 없앴다는 것이 이웃 주민들의 말이다. 이곳이 교회라는 표식이 없어 밖에서 보면 무슨 건물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전능신교는 원래 국내에 들어온 후 경기도 안산에서 세력을 키우다가 2011년 4월에 서울 구로동에 교회 건물을 산 것으로 보인다. 건물 매입 당시 전능신교 신자들도 자신들을 “경기 안산에서 왔다”고 소개했다고 한다. 서울 구로동에 교회 건물을 매입한 후에는 서울 지역에서 본격적인 포교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외에도 전국에 전능신교가 매입한 건물들이 상당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교회 인근의 한 주민은 “‘이 교회가 소유한 건물이 전국적으로 몇 채나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전능신교는 구로동 교회 건물을 매입한 후에는 중국 한족이나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나 대림동 등에서 신자들이 어깨띠를 메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주로 거리 전도 활동을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면서 포교 활동을 공격적으로 전환했다. 1월12일부터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주요 종합지와 경제지, 무료 일간지, 지방 일간지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광고 규모도 엄청나다. 1월 한 달에만 동아일보 6회를 비롯해 무려 20곳에 광고를 실었다. 기자가 광고 단가를 따져보았더니 최소 1억4천8백만원에서 최대 2억7백만원 정도로 파악되었다.

전능신교가 국내 신문에 게재한 홍보 광고. ⓒ 시사저널 전영기
자금줄은 베일에 싸여  

전능신교는 ‘예수님의 재림-전능하신 하나님이 국도(國度) 시대에 발표하신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여기에는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라는 종교명과 심벌마크를 넣고, 교리를 빼곡하게 적어놓았다. 또 자신들의 교리가 담긴 책을 소개하며 ‘필요하면 무료로 주겠다’고 했고, 문의 전화와 이메일, 홈페이지 주소 등도 여러 개 남겨놓았다. 올해부터 신문 광고 등을 통해 공개 포교에 나선 것은 포교에 자신감을 가졌거나, 내국인 신도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전능신교의 막대한 자금의 출처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기자가 만난 전능신교 신자는 “십일조 같은 것은 없다. 내고 싶은 사람만 돈을 낸다. 헌금 강제가 아니다. (나는) 한 번도 돈을 내본 적이 없다. 교회에서는 십일조 때문에 돈 버는 데 집중할 바에야 말씀에 집중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신문 광고비 등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부자인 신도가 낸다”라고만 말할 뿐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2년 12월20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능신교로 가장한 중국 경찰의 말을 인용해 “전능신교는 피라미드 조직과 비슷한데,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오거나 더 많은 돈을 교회에 기부하면 천국에서 당신의 지위가 보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기부하지 않는다면 지금 현생의 삶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라며 신도들에게 은근히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운영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전능신교의 국내 신도 분포는 한족과 조선족이 80%, 내국인이 2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신도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전능신교는 엄격한 계급제로 운영된다. 교주 밑으로 각 부문의 간부가 있으며, 부문별 간부 밑으로 4개로 조직이 세분화되고, 각각의 책임자급 간부가 있다. 전능신교는 입교 의사가 있으면 이름이나 신분을 묻지 않고, 누구나 교인으로 받아들인다. 종교 집회나 교인 모임에는 가명을 사용해 참석하고 직접 만나서 모임 시간과 장소를 통지한다. 국내의 조직과 운영 체계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능신교는 인터넷 사이트나 노트북을 통해 예배를 보고, 찬송한다고 알려졌다. 구로동 교회 인근 주민은 “중국 현지 사이트를 보면서 예배드리고, 찬송하는 것 같다. 찬송 소리도 들린다. 신도들은 남자, 노인, 여자 등 다양하고 점점 세가 커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능신교 신자는 “우리는 안식일이 매일매일이다. 매일 교회에 모여 예배를 본다”라고 말했다.

전능신교는 조직 이탈자를 막기 위해 ‘호법대’라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이탈하려는 신도나 이탈자가 발생하면 구타나 폭력을 행사한다. 2010년 중국 허난 성에서는 이탈자의 초등학생 자녀가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다. 한번 조직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전능신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능신교가 공개적인 포교 활동에 나서면서 국내 기독교와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등 국내 기독교 단체들은 최근 전능신교의 대대적인 언론 홍보 활동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물의를 일으킬지 모른다며 경계하고 나섰다. 

 

전능신교는 어떤 종교? 


전능신교는 1989년 중국 허난성 출신의 자오웨이산(62)에 의해 창시되었다. 기독교 교리의 일부를 근거로 만들어낸 전능신교는 “전능신이 다스리는 국도(國度) 시대가 출현하는데, 동양 여성의 몸으로 부활할 신이 곧 중국에 내려와 인류를 심판할 것이다. 전능신을 믿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라며 세계 종말론을 주장한다.

여기서 전능신은 ‘등(鄧)’ 씨 성을 가진 여성을 말한다. 자오웨이산은 1980년대 후반에 등 씨를 만나는데, 그를 재림한 예수로 믿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전능신교는 겉으로는 ‘여자 그리스도’라고 칭하는 등 씨를 교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그 배후에는 2001년 미국으로 도주한 자오웨이산이 있고, 그가 실제 교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능신교를 ‘사교집단’으로 규정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1천여 명의 전능신교 신도들을 체포했다. 현재 중국에는 신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능신교 조직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타이완,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도 조직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는 약 2만~3만명의 전능신교 신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월13일 구로역 인근에서 전능신교 신자들과 인턴기자가 함께 걸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기자는 전능신교 신자들과 직접 접촉해보았다. 이를 위해 신문 광고에 있는 이메일(아이디 footsteps2013@)을 이용했다. 2월6일 처음 메일을 보내 “신문에 난 광고를 보니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라며 접근했다.

메일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아’라는 닉네임으로 답장 메일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입니다”라며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 우리에게 연락을 주거나 연락처를 알려주면 우리가 찾아갈 수도 있다”라고 적극적으로 나왔다.

기자는 다음 날 다시 메일을 보내 “설 명절 지나고 연락하겠다”라며 만남을 기약했다. 전능신교측도 다음 날 메일을 통해 “구정 전에 만나도 되고, 구정 후에 만나도 된다. 상대방이 편하면 언제든지 상관없다”라며 메일에 전능신교의 교리를 첨부했다. 설이 지난 후인 2월12일 기자는 전능신교에 다시 메일을 보내 ‘13일 오후에 만나자’고 제안했고, 그 전에 종파, 교인 수, 목사 이름, 간단한 교리 등을 알려 달라’라고 덧붙였다.

답장은 바로 왔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메일을 보낸 사람은 ‘신 아무개’라는 자매(여자를 일컫는 말)라고 밝혔다. 아울러 ‘후아(닉네임)’는 교회 이메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난다고 해서 교회에 등록하라는 뜻은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라며 안심시켰다. 그리고는 “우리 교회는 어떤 교파에 속하지 않고 조물주 하나님을 믿는다. 장소는 자매님이 편한 곳으로 가겠다”라고 했다.

기자는 13일 오후 1시40분부터 서울 구로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전능신교 신자라고 밝힌 류 아무개씨, 신 아무개씨와 오후 3시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은 30대로 보이는 여성으로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었다. 이 중 신씨는 자신을 “전능신교를 믿은 지 4년쯤 되었고, 이전에는 기독교를 믿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 온 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전능신교의 교리였다. 무언가 질문을 던지면 우선 교리부터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전능신교에 대해 ‘이단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기독교에 2천~3천개 종파가 있는데 한 종파가 다른 종파를 봤을 때 ‘이단이다’ ‘믿지 마라’ 그러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 오면 십일조, 헌금 이런 거 뺏기니깐 믿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이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전능신교 창시자인 ‘자오웨이산’에 대해 묻자, “모른다”고 했다.

국내 교회 목사 이름을 묻자 ‘한국인 김○○’을 언급했다. 이들은 “(목사님이) 성경 보지 말라고 하더라. 성경은 독약이라고 했다”라며 성경을 불신했다. 이들이 왜 전능신교를 믿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두 사람 모두 “어릴 때 집안이 불우했다.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 그런 때에 전능신교를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와 헤어지며 전능신교의 교리가 담긴 <마지막 티켓>이라는 책자 한 권을 건네주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