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놓은 주택 빨리 팔자” ‘호떡집에 불난’ 중국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 기고가 ()
  • 승인 2013.02.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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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로 돈 번 ‘부동산 언니ㆍ아빠들’ 발등에 불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로 떠들썩했지만 중국인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연이어 전해지는 부동산 언니(房姐), 부동산 아빠(房?) 소식 때문이었다.

2월 초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부동산 언니 궁아이아이(?愛愛)는 베이징에 총 1만㎡, 약 10억 위안(약 1천7백50억원) 규모의 부동산 41건을 보유한 큰손이었다. 중국에서 상가나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한 투기꾼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궁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시(陝西) 성 선무(神木) 현 농촌상업은행 부행장이었던 신분과 가짜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 10여 건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점에서였다.

남루한 중국 여성이 상하이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 EPA 연합
위조된 호적 여러 개로 집 사들여

그 며칠 뒤 광둥(廣東) 성 루펑(陸豊) 시 공안국 부국장 자리에서 쫓겨난 부동산 아빠 자오하이빈(趙海濱)은 더욱 엽기적이었다. 지역 공산당 고위 간부이기도 한 자오는 주변 대도시인 선전(深?)·주하이(珠海)·후이저우(惠州) 등지에 1백92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자오 역시 위조된 후커우를 여러 개 가지고 집을 사들였다.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런 국영기업과 당·정 기관 고위 관리의 부패 행태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반 서민들은 꿈도 못 꾸는 대도시 부동산을 수십 채 사들이고 가짜 후커우를 만들어 손쉽게 은행 대출을 받은 현실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에서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지난해 초 중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무려 15배에 달한다. 이는 세계은행의 권고치 3~6배를 넘고 다른 신흥국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각각 22배, 21배로 서울(10배)·도쿄(9배)·싱가포르(7배) 등지보다 훨씬 높다. 중·고급 아파트 가격은 한국의 90% 수준에 근접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1인당 GDP가 1만2천 달러 안팎으로 서울의 3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할 때, 중국 부동산의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통화 공급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2009년 잠시 하향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은 2010년부터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때마침 주식시장은 장기 침체기에 들어갔고 금융 시장의 미발달로 대체할 만한 투자 수단이 없자, 부동산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는 대형 상업은행의 부동산 대출 비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1년 말 현재 총 대출의 20~27%가 부동산 대출이고 주택 담보대출은 전체 담보 대출 가운데 30?49%에 달한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5~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중국 중앙 정부는 각종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통화 긴축, 대출 구매 제한, 부동산 관련 세제 정비, 중소형 주택과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방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할 지방 정부에게 부동산 문제는 건설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너무 컸다. 이 때문에 ‘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중국 특유의 대응 방식으로 맞섰다. 세제를 우대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며 주택 공적금 대출을 장려했다. 모두 중앙 정부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로, 큰 충돌 없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런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실수요자들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1998년 부동산 거래 자유화 이후 부동산 가격이 6~7배 이상 뛰는 동안 도시 후커우 보유자들은 내 집 마련을 거의 이뤄냈다. 2011년 중국 민정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대도시 주민의 자택 보유율은 80%를 넘는다.

금융 위기 이전 중국은 한국보다 이른 모기지론 시행과 낮은 세금 부담으로 부동산 구매가 손쉬웠다. 1인당 GDP도 1998~2011년 사이에 5배 증가해 소비자의 구매력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한 가정 한 자녀’ 세대가 성장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자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원도 집중되었다. 문제는 아직 무주택인 서민층과 학교 졸업 후 갓 취업한 젊은이들, 농촌에서 이주하는 농민공들이다. 치솟은 도시의 집값 조건에서 이들은 영원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도시에 집을 사서 일정 기간 거주하면 후커우를 주는 정책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중국 정부도 이런 현실을 잘 알기에 각종 규제 정책 속에서도 서민과 젊은이, 농민공이 처음 주택을 살 때 부여받는 은행 대출 혜택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런데 그 과실을 ‘부동산 언니’ ‘부동산 아빠’와 같은 부패 관리들이 따먹었다. 당·정 기관과 국영기업 간부들이 검은돈으로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은 단서를 남기는 주식 보유나 은행 예금보다 추적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부패 관리들은 뇌물로 부동산을 선호해 받아왔다.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식, 친인척 등의 명의까지 동원해 재산을 불려왔다. 이런 일들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보유세가 시행되지 않았고 증여세도 없기에 가능했다. 여러 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유지 비용이 없고 적발될 위험도 작다. 고급 대형 아파트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임대하기 쉽고, 상가는 마련만 해놓으면 떼돈을 벌 수 있어 선호된다.

강력한 집값 억제 정책 속에서도 중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는 이런 부패 관리들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부패 관리들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가짜 후커우를 만들거나 신분을 세탁할 수 있다. 베이징의 경우 50만 위안(약 8천7백50만원)을 주면 정식으로 후커우를 사들일 수 있다. 이는 후커우를 관리하는 공안국 간부들이 이런 검은 거래와 비리를 묵인해주기에 가능하다. 지난 2월5일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많은 지방에서 후커우 관리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 이를 악용해 부패 관리들이 재산 도피 방법으로 후커우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부동산 거래량 증가는 은닉 재산 처분 탓

부패 척결을 제1 과제로 언급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하자, 중국 관리들도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새로운 최고 지도부가 정풍(整風) 운동 차원에서 공직자 재산 신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11월 시 총서기가 취임한 이래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부동산 거래량이 급증했다. 1월18일 타이완의 중국시보는 ‘베이징의 주택 거래량이 11월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은닉 재산을 처분하려는 관리들로 인해 생긴 현상이다’라고 보도했다. 저우위밍(周宇鳴) 중국 주택·상가부동산협회 대표는 “관리들은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부동산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생활 침해와 또 다른 차별을 거론하며 재산 공개에 대한 공직 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 공개된 재산을 일반인은 볼 수 없어 검증이 허술하다. 하부 기관을 중심으로 공개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베이징 공안국 중간 간부는 “내 집 마련과 도시 후커우 취득은 일반 중국인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하고 고통을 겪는 문제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거대한 사회 불안 요소로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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