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전시는 무엇이고, 예술의 사회 참여는 무엇인가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2.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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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조명한 상설전·후배 작가 기획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 - 백남준을 말하다>와 기획전 <끈질긴 후렴>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6월16일까지 계속된다. 그동안 백남준에 대해 잘 몰랐던 관람객이라면 친절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백남준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백남준, , 1972/91, 비디오 설치, 230x200x150cm, 개인 소장. 뉴욕의 더 키친에서 의 일환으로 샬롯 무어먼과 를 초연했다. 1960년 초반 암 수술을 받은 무어먼은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몸이 성하지 않은 무어먼을 위해 백남준은 그녀가 누워서 연주할 수 있도록 를 제작했다. 무어먼은 백남준에게 살아 있는 오브제이자 백남준의 예술에 대한 옹호자로서, 그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 - 백남준을 말하다>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을 일대기와 함께 조망하는 전시이다. 백남준에게 정치적인 예술이란 무엇인지, 사회 참여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과 자료들을 모았다. 백남준이 생전에 행한 ‘부드러운 교란’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큐레이터 이유진씨는 “‘부드러운 교란’은 백남준의 친구였던 설치예술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가 자주 썼던 표현이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백남준도 기성의 사회 시스템에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교란을 일으키지만, 그것은 언제나 부드럽고 유머러스했다고 말했다. 이번 상설전은 그처럼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백남준의 사회적 의식을 담은 작품들과 그와 함께 작업한 작가들의 작품 및 풍부한 자료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완, , 2012, 설치, 혼합 매체, 300x100x260cm. 은 철거된 건물에서 나온 작은 시멘트 덩어리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검은 비닐 봉투가 균형을 이루는 저울이다. 작가는 시멘트 덩어리에서 나타나는 확실한 시간의 흔적과 비닐 봉투의 불확실한 내용물이 무게의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만든다. 그런데 그 균형의 핵심인 저울의 중심은 가려져 있어, 양쪽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지, 다른 힘에 의해 억지로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저울 위에는 땅에 적응해버려 날개가 퇴화된 꿩의 박제가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백남준, .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은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인 (1973년)를 틀어 놓은 모니터들 사이에서 자라나며 ‘비디오 숲’을 이루고 있다. 백남준의 초기 방송 비디오인 는 탭댄스, 한국의 부채춤, 샬롯 무어먼의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권의 춤과 음악을 편집한 작품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기획전 <끈질긴 후렴>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좇는 후배 작가 10명의 작품을 선별한 전시이다. 큐레이터 안소현씨는 “이번 기획전은 백남준이 보여준 태도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하기보다 반복과 되새김으로 사회적 문제들을 꾸준히 수면 위로 드러내는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정치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이다. 특히 다소 무모해 보이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보이는 행동들을 지속함으로써, 다분히 사회 비판적인 효과를 얻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고자 했다. 목표가 무엇인지 알기 힘든 이 행위들은 정치·경제적으로는 무의미할 수 있지만, 거대 담론을 미시적인 감각으로 분해해서 보여주는 이 과정을 통해 예술적 의미를 획득한다”고 설명했다. 예술가들이 특정한 행동을 지속하거나 되풀이함으로써 어떻게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나 의식을 일깨우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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