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었어, 하지만 마약왕에 질 수 없지”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3.02.19 11: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미네이터 주인공 등장시킨 ‘김지운표’ 액션 코미디 <라스트 스탠드>

외지고 조용한 마을에 무법자의 무리가 침입하고, 정의감 넘치는 보안관이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서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 이야기 패턴이다.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라스트 스탠드>는 바로 이 서부극의 전통을 기반으로 변주된 액션 드라마이다.

미국 남부, 멕시코 국경에 접한 작은 마을 섬머튼에  악당들이 나타난다. FBI의 감시를 뚫고 탈출한 마약왕의 도주 경로로 이 외진 마을이 선택된 것이다. 헬기보다 빠른 슈퍼카를 타고 국경을 향해 달리는 마약왕. 그리고 그의 마지막 도주로 확보를 위해 미리 마을 점령에 나선 용병들. 도시 생활을 청산한 뒤 고향 마을에서 느긋한 평화를 만끽하던 보안관 레이 오웬스는 오합지졸 지원군과 함께 악당들에 맞서 마을 지키기에 나선다. 이 레이 오웬스를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다.

싸움의 결과는 뻔하다. 아무리 조건이 나쁘다 한들, 세상 어느 누가 전직 터미네이터이자 주지사까지 지낸 남자 슈워제네거를 이길 수 있겠는가. 어떤 관객도 그의 패배를 상상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다른 영화와의 차별성을 획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숙제가 될 터, 김지운 감독은 나이 든 영웅의 얼굴과 몸을 직접적으로 스크린 위에 전시하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영화는 마약왕의 탈출부터 마을 도착까지 하룻밤 사이의 일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오웬스 일행과 마약왕 무리의 대결을 그려낸다. 최신 화기와 구식 무기가 충돌하고, 다채로운 추격전이 벌어진다. 자동차는 도로와 옥수수밭을 질주하고 마침내 몸과 몸이 부딪힌다. 노구를 이끌고 악전고투하며 “늙었어”를 내뱉는 오웬스는 우스꽝스럽지만 슈워제네거의 얼굴 위에 자리 잡은 주름과 겹쳐 꽤 진솔한 재미를 선사한다. 

김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조금 아쉽겠지만, 시작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본다면 무난히 볼만한 액션영화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